"모든 선배가 제 롤모델" 출연 제의 잇따라도 "아직은…" 손사래
이 정도 열정이면 배우로서 충분한 게 아닐까. 역할을 위해 나이 들어 보이려고 여러 가지 머리 스타일로 변신을 해봤다. 족히 10가지는 넘는다. 영화 '특수본'(감독 황병국)에서 일명 '아줌마 파마'로 깊은 인상을 남긴 연기자.
배우 주원(24)은 극 중 호흡을 맞춘 엄태웅과 대조될 만큼 어리게 보이지 않으려고 머리 스타일에 신경을 썼다. 일반인들이 이 머리 스타일을 소화하는 건 둘째 치고, 시도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스타일도 잘생긴 주원의 외모와는 잘 맞는 듯하다.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서른 살 이상의 느낌이 나도록 표현해야 했거든요. 원래 대본상 제 역할은 태웅이 형보다 나이가 많은 인물이었어요. 연기 면에서도 태웅이 형과 저는 차이가 있잖아요? 머리를 올려보기도 하고, 옆으로 붙이기도 해 보는 등 10개가 넘는 스타일로 변신을 해서 결정한 거예요."(웃음)
주원은 지난해 KBS 2TV에서 방송한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가 성공한 뒤 주목을 받았다. '구마준'이라는 악역 아닌 악역으로 시청자 눈을 사로잡은 그는 현재 KBS 2TV 주말연속극 '오작교 형제들'에서도 충분히 존재를 각인시키고 있다. 지난달 개봉한 뒤, 최근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특수본'에서도 주인공으로 나온다.
'특수본'은 동료 경찰들이 살해되는 범죄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특별수사본부 멤버들이 벌이는 숨 막히는 액션 수사극. 주원은 스크린 데뷔작에서 FBI 출신의 냉정한 범죄분석관 역을 맡았다. 열혈 형사로 나오는 엄태웅과 대치를 보이다가 힘을 합해 문제를 해결하는 인물. 그는 자신의 캐릭터를 위해 'CSI' 같은 인기 미국 드라마를 보기도 하고,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주원은 "영화 촬영에 도움을 얻기 위해 범죄심리학과 교수님을 만났다"며 "교수님이 어린 친구라고 해서 걱정을 했지만 내가 이쪽 분야에서 일을 하는 사람과 눈매가 굉장히 닮았다고 말씀하셔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뮤지컬 배우 출신이다. '알타 보이즈'(2006)와 '스프링 어웨이크닝'(2009) 등에서 주인공을 맡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알타보이즈'가 데뷔작인데, 솔직히 혼란스러웠어요. 노래와 춤,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 많아서 기가 죽었거든요. 말도 더듬고 난리가 났어요. 혼란스러워서 '답이 뭐지?'라며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뮤지컬 '싱글즈' 앙상블에 지원했죠. 그때 선택을 잘한 것 같아요. 주연들을 뒤에서 받쳐주면서 다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죠. 그 뒤 '그리스'와 '스프링 어웨이크닝' 주연으로도 발탁돼 다시 연기를 했어요."
주원은 방송계는 물론, 충무로에서도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말 그대로 '대세' 가운데 한 명이다. 이 표현을 어떻게 생각할까. 아직은 아니라며 손사래 친다. "저는 동네에서 아무도 몰라보는 젊은이예요. 지금은 조금 알아보지만요.(웃음)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집 근처 나와서 커피 마시고, 친구들과 노래방도 가요. 쉬는 날은 예전과 똑같이 생활해요. 물론 사인해 달라고 하시는 분들에게 사인해 주는 게 달라졌지만요."
그는 "가장 듣기 좋은 말이 친구들로부터 변하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라며 "연예인 주원을 떠나 문준원(본명) 자체가 변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좋아했다.
영화 혹은 드라마의 시나리오나 대본이 많이 들어온다. 최근 많이 받은 장르는 뭐냐고 묻자 '로맨틱코미디물'이란다. 하지만 그는 "아직까지는 벅찬 것 같아 고사했다"고 했다.
"남녀 주인공이 99%를 끌고 간다는 게 벅차요. 아직까지는 선생님이나 선배님들과 같이 할 작품이 필요한 것 같아요. 같이 작업하면서 배울 것이 엄청 많거든요. 지금 출연 중인 '오작교 형제들'에서도 정말 많이 배우고 있어요."
으레 연기자를 꿈꾼 이들이라면 롤모델이 누구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리고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배우들을 꼽으며 이 사람처럼 되고 싶다고 한다. 대부분의 연기자들이 그래왔다. 하지만 주원은 롤모델을 꼽지 않았다. '모든 선배들이 롤모델'이기 때문이다.
"전 항상 대본을 받으면 고민이 많아요. 이럴 때는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하고, 또 다른 상황에서는 감정을 조금은 쉬었으면 좋겠고…. 촬영할 때 다른 선배님들이 즐기면서 하는 게 보이거든요? 너무 부럽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연기를 하고 싶어요. 그래서 1명을 꼽는 것보다 모든 분들의 연기를 보면서 배우는 거죠."(웃음)
주원은 자신의 스크린 데뷔작에 "100점 만점에 40점을 주겠다"고 했다. 아쉬움이 큰 듯했다. "촬영 때 생각했었는데 왜 표현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또 제가 아직 시선이 넓지 않거든요. 제 것만 보니 아쉽죠. 그래도 이 영화에서 최선을 다했고, 특히 태웅이 형에게 기죽지 않고 표현하려 애썼어요."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연기를 공부해서 여기까지 왔다"며 "부담감도 굉장히 크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유는 "연기가 너무 재밌기 때문"이란다. "잠도 많이 못 자서 힘들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재미를 더 느낀다고 할까요? 배우는 게 너무 많다니까요. 아이들에게 배움의 환경이 중요하듯 제게도 그런 것 같아요."
모델 출신 배우 강동원과 외모가 닮아 비교되던 주원은 이제 온전히 배우로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있다. "한 번도 강동원을 닮았다고 느낀 적은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고 수긍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한 작품, 한 작품 열심히 해 나가다 보면 강동원과 비교되기보다 연기자로서 평가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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