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활의 고향의 맛] 횡성 한우 야외 파티

입력 2011-12-15 14:14:18

발빠른 도반덕에 3근'치맛살'로 길가 정자서 야외파티 '우와!'

소고기는 고기 중의 고기다. 크리스천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왕중왕이라 부르듯이 지상의 인류는 소고기를 최고의 고기로 친다. 그러나 이슬람교도들이 돼지고기를 먹지 않듯 힌두교를 믿는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선 소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그건 종교적인 이유라기보다는 문화적인 하나의 관습 때문이다. 간디도 "소는 동물의 어머니다. 소는 대지가 인간의 생명으로 가득 넘치게 하는 것을 도와주고 그것을 가능하게 해 준다"고 말한 바 있다.

그들은 소를 소중하게 여기는 전통을 어릴 적부터 보고 배워왔기 때문에 소고기를 먹지 않는 것을 마치 힌두의 신앙처럼 여기게 된 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고급 음식이 비프스테이크다. 호텔에서도 등심, 안심, 티본스테이크를 메인 메뉴로 올려놓고 있으며 호사가들의 별난 입맛을 위해 사슴, 양, 악어스테이크를 곁들이기도 한다. 그리고 바비큐 파티를 즐기는 미국 사람들도 소고기를 주재료로 쓰고 있으며 그 외에 옥수수 바나나 등 야채와 과일 등을 숯불에 올려 구워 먹는다.

우리의 관습도 소고기가 육류의 최상급이며 그다음 자리를 돼지와 닭이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가축이라 일컫는 짐승들은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소를 능가하는 것은 없다. 연전에 상연된 독립영화 '워낭소리'를 보면 소 한 마리가 노인과의 끈끈한 정의 단계를 훌쩍 뛰어넘어 산골 오두막 외딴집의 가족 반열에 속해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소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인간을 위해 희생과 봉사를 하다 죽는다. 죽은 후에는 가죽과 뼈 그리고 살까지 공양물로 바치고 흔적 없이 사라진다. 소는 밭을 갈고 수레를 끄는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영화에서 보듯 장 보러 가는 주인 영감을 태워 주는 자가용 역할도 해야 하고 옛날 방앗간에서는 하루 종일 물레를 돌리기도 했다. 싸움소로 길러지면 하기 싫은 싸움을 해야 하고 스페인이란 나라에 잘못 태어나면 투우사의 날카로운 칼날에 등을 찔려 귀부인들의 환호 속에 숨을 거두는 심히 자존심 상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나는 소고기를 좋아한다. 안심이니 갈빗살이니 하는 정품보다는 등심에 붙어 있는 누런 색깔의 떡심과 오드래기 울대뼈 처녑 등 뒷고기류를 즐겨 먹는다. 그런데 횡성 한우가 하도 유명하다길래 언젠가 강원도 쪽으로 가게 되면 그걸 한 번 먹어보리라 하고 벼르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가을에 두 차례나 횡성을 지나치는 스케줄이 잡혀 다행으로 여겼다.

동행한 도반들에게 슬쩍 '횡성 한우'를 띄워보니 "우선 값이 비싸고 제자리 한우가 아닌지 맛이 없더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두 번째 여행에선 공교롭게 뜻이 모아져 횡성 쪽으로 차머리를 돌렸다. 횡성 들머리에 들어서니 횡성축협한우라는 간판이 요란했다. 축협이란 공공기관의 막연한 신뢰도에 의지하여 진열장 상품의 값을 물어보니 이건 숫제 사람 잡을 값이었다. A+1이나 A+2 등급의 고급육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고 보통 것이 1인분(160g)에 4만원이라 했다. "고급육은 어디 있어요" 하고 물어봤더니 "바로 뒤편의 전문식당에 가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고급육은 빼돌려져 그곳에 있었다.

여덟 도반 중에는 식성 좋은 이 인분 팀이 더러 끼어 있어 양껏 먹으려면 60만~70만원이 넘게 들 것 같았다. 우린 괘씸한 마음을 앞세워 돌아서고 말았다. 발 빠른 도반이 길 건너 농협마트 옆에 있는 정육점을 발견하고 쾌재의 손짓으로 일행을 불렀다. A+1 치맛살 한 근(600g)에 3만6천이었다. 3근(1,800g)을 챙겨 넣고 인근 슈퍼마켓에서 프라이팬 2개와 소주 몇 병 그리고 라면 8봉지를 샀다. 횡성을 벗어나 홍천 방면으로 들어서니 길가에 맞춤한 정자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너에 불을 지펴 고기 굽고 라면 끓이고 한참 부산을 떨고 나니 야외 파티장이 근사하게 차려졌다. 식장의 꽃은 소주병에 꽂힌 바싹 마른 강아지풀이 대신했고 조명은 초겨울 태양이 맡았다. 우린 턱시도 대신에 등산복을 입고 하객으로 참석했다. 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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