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통] 미개봉 영화 군부대서 먼저 개봉

입력 2011-12-15 10:07:00

지난해 영화를 보기 위해 현역군인이 탈영했다는 뉴스가 화제가 됐다.

탈영한 군인이 영화 입장권을 예매했다가 헌병대에 체포됐다는 것이다. 군은 이 군인이 영화를 보기 위해 탈영한 것이 아니라 영화표를 소지한 채 체포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하기는 영화를 보기 위해 탈영할 정도로 무모한 군인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에겐 그런 유혹이 한 번 있었다. 바로 스티븐 스필버그의 '레이더스'(사진) 때문이었다. '레이더스'는 '죠스'로 세계를 놀라게 한 흥행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작품이라는 점 때문에 전 세계가 개봉을 기다리던 작품이었다. 나치와 싸우는 고고학자의 액션 어드벤처라는 말만으로도 기대가 대단했다.

당시 영화 전문 잡지가 없었지만, 한국에서도 '월간 팝송'과 같은 잡지에서 화보로 소개되기도 했다. '뱀이 우글거리는 가운데 떨어진 인디애나 존스 박사'와 같은 사진 설명이 달려 있는 화보였다. 사진만으로도 짜릿한 느낌을 주었고, 개봉 날짜만 손꼽아 기다렸다.

드디어 한국에서 개봉일이 잡혔다. 1982년 2월 27일 토요일. 필자는 이 날짜를 잊을 수가 없다. 바로 2월 23일이 군 입영 날짜였기 때문이다. 며칠만 일찍 개봉했더라면…. 눈물의 입영일. 거기에는 '레이더스'를 못 본다는 아쉬움도 컸다.

힘든 군 생활 중에도 '레이더스'에 대한 생각은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몇 개월 후 이 영화를 볼 기회가 생겼다. 병영을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는데, 필자는 만사를 제쳐놓고 극장으로 달려갔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느낌이었다. 영화 또한 놀라웠고 이 느낌은 고단한 군 생활을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되었다.

휴가가 아니면 군에서 최신 영화를 볼 수 있는 일은 흔치 않다. 그런데 군부대에서 먼저 영화를 개봉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국방부와 롯데시네마는 최근 '선진문화강군 육성을 위한 업무 협약식'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이 협약에 따라 롯데엔터테인먼트가 투자, 배급한 한국영화들은 시중에 개봉되기 전 군부대에서 장병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무료 시사회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장병들의 정서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한국영화를 매월 1편 이상 상영한다"면서 "롯데엔터테인먼트에서 수입하는 외국영화도 군부대에서 요청하면 먼저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관객 개봉에 앞서 군 부대에서 먼저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일이다.

김중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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