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병사로 보였던 바실리 자이체프가 800m쯤 떨어진 적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쓰러진 적 주위에 두 명의 적군이 나타나자 그는 다시 한 번 겨냥한 뒤 차례로 쓰러뜨렸다. 2차 세계대전에서 소련군의 전설적 저격수였던 자이체프의 활약은 이렇게 시작됐다.
1915년에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자이체프는 우랄산맥 일대에서 자라며 사냥 사격술을 배웠다. 태평양 함대에서 근무하다 2차 대전이 일어나자 스탈린그라드 전투에 투입된 그는 1942년 10월부터 한 달여간 225명의 적을 저격해 죽였다. 이 기간을 전후해서 수십 명의 적들을 저격 사격으로 더 제거한 그는 영웅 칭호와 레닌 훈장을 받았다.
이후 그는 저격부대 책임자가 되어 두 명이 한 조가 되어 세 곳의 지점을 옮겨가며 넓은 목표 지역 내의 적들을 저격하는 전술을 전수했다. 자이체프가 양성한 저격수들은 2차 대전 동안 6천 명의 적들을 사살했고 그의 저격 전술은 현대전의 교범으로 자리 잡았다. 종전 뒤 자이체프는 키예프에서 섬유업에 종사하다 1991년 오늘, 76세의 나이로 숨졌다. 그를 모델로 한 영화 '에너미 앳 더 게이트'(2001년 작)에서 주드 로가 주인공인 그의 역할을 맡았다.
김지석/논설위원
댓글 많은 뉴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탄핵안 줄기각'에 민주 "예상 못했다…인용 가능성 높게 봐"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