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 칼럼] 자연을 대하는 태도

입력 2011-12-15 07:41:11

자연을 주제로 한 그림 동화책, 애니메이션 영화가 좋다. 마음을 맑고 따뜻하게 해준다. 일본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들도 좋다. 자연과 철학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자연을 주제로 한 아름다운 그림 동화책과 영화가 많다. 그중에 '마당을 나온 암탉'이라는 그림 동화책이 있다.

출판된 지는 조금 되었지만 얼마 전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제작되어 흥행되었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양계장 안에 갇혀 살며 알만 낳던 암탉 잎싹. 다른 양계닭과 다르게 토종닭과 같은 마당의 생활을 꿈꾼다. 양계장 밖의 마당의 삶을 꿈꾸던 그녀는 단식을 통해 병든 척 가장, 버려지는 데 성공한다. 꿈에 그리던 마당으로 가는 데 성공은 했지만, 이내 텃세에 못 이겨 마당 밖 숲으로 쫓겨나게 된다.

그녀의 앞에 배고픈 족제비가 나타나 위협하나 청둥오리 나그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다. 멋진 나그네의 모습에 반하지만 사랑하는 부인이 있다는 걸 알게 돼 마음을 잡는다.

그러던 어느 날 나그네와 아내가 잇따라 족제비에게 잡혀가자 남긴 알을 발견하고 품는다. 알에서 깨어난 청둥오리 초록을 키우며, 수달 달수의 도움으로 살아간다. 그녀는 남에게 항상 진심으로 대하며 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웃들은 잎싹과 엄마와 생김새가 다른 초록을 곱지 않게 본다.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초록을 진심 어린 사랑으로 키운다. 그러나 초록은 남에게 따돌림받으며 괴로워하고 엄마마저 미워하게 된다.

사춘기를 겪는 초록. 마당에 살고 있는 불량 친구들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함께 마당으로 놀러 간다. 양계장 주인에게 잡힌 초록은 필사적으로 탈출하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그때 엄마 잎싹과 달수가 마당으로 들어와 어렵게 구출하는 데 성공한다.

초록은 엄마와 달수, 박쥐, 올빼미 등 여러 어른들에게 일반 청둥오리는 할 수 없는 깊은 잠수, 비행 방법들을 배우며 성장한다. 잎싹은 나그네가 남긴 마지막 말에 따라 초록을 데리고 숲을 떠나 늪으로 간다. 철새인 청둥오리 떼가 늪으로 돌아오고, 이미 자신이 암탉인 엄마와 다른 청둥오리라는 사실을 알게 된 초록은 엄마의 허락을 받고 청둥오리 무리로 돌아간다.

청둥오리 무리에서 혈통이 없다는 이유로 놀림거리가 되면서도, 비행능력 최고를 가리는 파수꾼 선발대회에 참가한다. 경기 중 수많은 방해와 어려움이 있었지만, 숲과 늪에서 성장하며 배운 실력을 발휘해 파수꾼이 된다. 파수꾼이 된 초록은 족제비에게 끌려가는 동료를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다 오히려 대신 잡힌다.

한편 잎싹은 우연히 굴을 발견하게 되고 안에 있는 새끼들을 보며 족제비의 자식들인 것을 알게 된다. 그때 초록을 잡아 굴로 돌아오는 족제비. 그녀가 자신의 새끼들과 같이 있는 것을 보고 오열을 한다.

잎싹은 기지를 발휘해 족제비에게 초록과 새끼들을 같이 놔 주자고 협상한다.

초록은 눈물을 흘리며, 자신을 사랑으로 키워준 엄마에게 더 많은 세상을 보고 겨울에 꼭 다시 돌아올 것을 약속하고 청둥오리 떼와 함께 먼 길을 떠난다.

잎싹의 마지막 대사가 맴돈다.

'그래……. 나를 먹어……. 네 아가들이 배고프지 않게…….'

이 영화에는 아름다운 장면과 슬픈 현실들로 가득하다.

자연의 봄'여름'가을'겨울, 슬픔, 아픔, 두려움, 소외, 괴로움, 희망, 행복, 아름다운 날갯짓. 자유와 꿈을 찾아서 마당으로 나갔고 텃세와 마당 밖에서의 숨죽이는 삶. 남의 아이를 친자식처럼 키우면서 피부색이 달라 이웃들에게 항상 소외되는 엄마와 아들. 혈연, 학연, 지연이 없어 늘 등 돌리는 사람들. 하지만 진심은 통했다. 아주 오래 걸리긴 했지만…….

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촌놈이다. 어려서부터 팔공산 산골에서 태어나 또래 친구들보다 문명의 혜택을 조금 덜 받았고 자랐지만, 동'식물 친구들과 함께 자라서 좋다. 그곳에서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보여주기 위한 인위적인 것들은 자연이 아니다. 사람들은 좋은 장비와 차림으로 아프게 한다. 이제 산에 즐겨가지 않는다. 자연이 아파하는 것을 느낀다. 사람들이 아파하는 것을 느낀다.

아프지 않게 사랑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진심은 통한다.

자연, 우리와 다른 생명들,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대해야 한다.

무엇인가를 가지고 싶은가? 그렇다면 진심으로 대하면 된다. 알아주지 않는다고 속상해할 것 없다. 아주 늦게 알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그 언젠가는 통한다. 자녀들을 잘 키우고 싶다면 자연을 느끼자. 이해하고 노력하려 말고 그냥 느껴보자. 보여지기 위한, 보여주기 위한 도시 속 잘 가꿔진 공원, 천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보고 느끼자.

올바른 행동과 마음가짐은 자기 자신과 사람들을 이롭게 한다. 거짓과 가식은 언젠가 들통난다.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집착 또는 소유욕이 아닌지 잘 생각해 보자.

이해인 수녀에 '클래식 음악'이라는 시가 문득 떠오른다.

음악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지만

아무 악기도 연주할 수 없어

유감이지만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그냥 좋다

자주 눈물이 난다

말로는 다 설명이 안 되는

이 고요하고 순결한 힘을

감동이라고만 하기엔

왠지 가벼운 표현 같고

기도라고만 하기엔

왠지 무거운 표현 같고

어쨌든 음악을 들으면

아무도 미워할 수가 없다

죄를 지을 수가 없다

지금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있다.

그리고 그림 동화책이 읽고 싶다.

자연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있다.

아파트 공사 소음과 함께 말이다.

클래식 음악과 그림 동화책을 읽으면

아무도 미워할 수 없다.

죄를 지을 수가 없다.

황대성/해맑은문고 플러스, 해맑은어린이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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