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신소가 귀신들 민원을 해결해준다고?
연극 '수상한 흥신소'는 소재 자체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미 영화 '헬로우 고스트'나 영화 '고스트 위스퍼러'에서 익히 본 '영혼과 영혼을 보는 주인공'이라는 설정이지만 영혼들은 저마다 사연을 갖고 있고 그런 영혼들의 문제를 풀어준다는 것 자체만으로 흥미를 준다.
'어떤 사연이 있으며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까'라는 의문이 들기 때문. 연극 '수상한 흥신소'는 이런 의문에서 출발, 다양한 에피소드로 승부를 거는 작품이다. 이미 대학로에서는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검증된 작품이다. 대학로 연극을 지역 극단 돼지 이홍기 대표가 연출을 맡고 극단 돼지 배우들이 출연해 맛깔스런 지역 사투리로 대사를 하는 등 지역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극은 백수이자 고시생인 상우(류왕주 분)와 주변 이야기로 시작된다. 극 초반 상우는 음산한 음악과 함께 정체 불명의 사람과 대화를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을 보지 못한다. 왜냐하면 바로 영혼이기 때문. 상우는 남에게 없는 독특한 능력이 있는데 어렸을 때부터 영혼을 보고 그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극의 재미는 상우가 엘리트 경영학도였던 영혼 동연(김동훈 분)으로부터 영혼들이 살아 생전 해결하지 못한 일들을 대신 해결해주는 이른바 '흥신소' 사업을 하자는 제의를 받으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다양한 영혼 캐릭터들이 나오는데 멀티맨 역을 맡은 배우 이창건 씨의 진가가 드러난다. 생전에 유럽의 강아지였던 아기 영혼과 변태성욕자 영혼, 술취한 영혼 등을 잇따라 연기하면서 능청스런 표정과 대사로 관객들의 웃음을 끌어낸다. 미술가를 꿈꿨던 한 영혼의 집에 찾아가 공모전에 낼 자신의 작품을 꺼내오거나 조폭 사무실에 찾아가 금고를 터는 장면에서는 다소 긴박감도 준다. 그 와중에 관객들을 상대로 대화를 끊임없이 이끌어가면서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하지만 상우가 흥신소를 차리기 전인 극 초반, 서민들의 평범한 일상 모습이 별 의미없이 지속되는 것이 다소 지루함으로 다가왔다. 또 사람과 수시로 등장하는 영혼과의 구별이 시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점도 못내 아쉽다.
코미디로 이어지는 극은 후반부가 되면 슬픈 분위기로 흘러간다. 조폭 영혼이 자신을 죽게 한 부인을 위해 반지를 전해달라는 장면에서는 뭉클한 감동도 전해준다. 또 영혼 동연과 헌책방 주인 정윤의 사랑과 상우의 어릴적 아픈 과거 등이 함께 펼쳐진다. 연극은 전반적으로 기발함에서 출발, 코미디로 진행되다 잔잔하면서도 슬픈 멜로로 끝을 맺으면서 마치 '비빔밥'같은 재미를 선사했다.
한편 연극 '수상한 흥신소'는 내년 2월 26일까지 아트플러스 씨어터에서 장기 공연된다. 053)422-7679.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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