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의 미래 동해안에 있다]<4>원자력의 모든 것 한곳에

입력 2011-12-13 10:15:23

동해안 원자력 연구·산업 시설 실종…원자력 클러스터 조성 시급

동해안 원자력 클러스터 조성 기본계획
동해안 원자력 클러스터 조성 기본계획

"원전이 가장 많이 들어서 있고 방사성폐기물 처리장까지 있는데 연구시설과 산업 관련 시설은 없어 불균형이 심각합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동해안에 원자력산업 클러스터가 들어서야 합니다."

경상북도는 원자력에 대한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동해안에 원자력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려고 한다.

지난 2006년부터 원자력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지정해 2009년 7월 정부에 제2원자력연구원 유치서를 제출했다. 또 지난해 1월 원자력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원자력산업 클러스터 포럼과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한 데 이어 3월에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미래 원자력 과학'산업 벨트 조성을 건의한 바 있다.

◆산업'연구'교육'문화 한곳에

원자력산업 클러스터 조성 사업은 오는 2028년까지 총 사업비 13조4천554억원이 투입된다. 국가 예산(11조9천516억원)과 지자체 예산(7천615억원)을 같이 투입하고 여기에 민간투자(7천422억원)를 끌어들일 계획이다.

클러스터에는 추진체계와 과학기술, 산업생산, 인력양성, 원자력친환경문화조성 분야 시설들이 들어서게 된다.

경북도의 원자력 클러스터 안에 따르면 과학기술 시설인 제2원자력연구원, 스마트원자로 실증 플랜트, 원자력 수소 실증단지가 클러스터 안에 들어선다.

원자력 클러스터 추진체계인 원자력 산업진흥원은 정부의 원전 수출진흥정책을 기술적'실무적으로 지원하고 원전 수출과 관련한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이 밖에 원자력 산업화를 위한 수출 산업단지, 산업체의 기술표준화 및 인증을 지원하는 기술표준원 등이 산업생산 분야 시설이다.

원자력 친환경 인프라를 위해서는 양성자가속기를 활용한 원자력병원, 원자력 종사자의 안전을 위한 원자력 안전문화센터, 원자력 체험관 및 홍보관 등이 어우러진 원자력 테마파크 등이 들어선다.

경북도에 따르면 원자력 클러스터 조성으로 국가적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생산유발효과 23조7천936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9조5천316억원, 고용창출효과 20만 명으로 예상됐다.

또 경북도의 원자력 클러스터 조성으로 울산권과 강원권에도 연쇄적인 경제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북도는 이번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분야별 사업들을 중'단기 과제로 분류하고, 시'군을 비롯한 산'학'연'관 협력을 통해 세부사업계획을 수립,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국책사업의 경우 정부에 조기추진을 적극 건의하고, 유치를 위한 당위성 개발과 장점 부각, 경쟁지역에 대한 대응전략 마련 등 세부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또 국비 확보에 노력하는 한편 원자력발전지역개발세를 클러스터 조성사업에 적극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원자력 인력양성 분야 사업은 이미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교육과학기술부는 울진평해공고를 원자력 마이스터고로 최종 선정했으며, 경주시 양북면에는 글로벌 원전 기능인력사업단이 개원했다. 또 이미 경북에는 포스텍 대학원 등 1개 대학원과 동국대 경주캠퍼스, 위덕대, 영남대 등 3개 학부에 원자력 관련 학과가 설치돼 있다.

◆클러스터의 핵심 '제2원자력연구원'

세계 주요 선진국은 고속로, 고온가스로 등 제4세대 원자력 시스템 연구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원자력의 연구개발을 종합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새로운 기술실증을 위한 여유공간이 부족함에 따라 제4세대 원자력 개발을 위한 기술실증단지로서의 제2원자력연구원 설립이 불가피하다.

제4세대는 현재의 원전인 제3세대에 비해 안전성, 경제성 등이 향상된 미래 원자력 시스템으로 오는 2030년 이후 상용화될 전망이다.

이처럼 제4세대 원자로 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원자력발전 이용이 늘어나면서 사용후 핵연료 누적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 2006년부터 가장 경쟁력 있는 소듐냉각고속로와 원자력 이용 수소생산 시스템 등 2개의 시스템 개발을 위한 국제 공동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용후 핵연료를 소듐냉각로의 연료로 재활용하기 위한 파이로(Pyro) 건식처리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은 플루토늄은 추출하지 않고 우라늄만 추출해 이를 고속로에 넣어 다시 태우거나 중수로용 핵연료로 이용하는 것이다. 이 기술이 완료되면 사용후 핵연료 안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우라늄이 대부분 재활용된다. 재활용이 되지 않는 폐기물에서 나오는 방사능도 크게 감소하고, 고준위폐기물 처분장 규모도 100분의 1로 줄어든다.

제2원자력연구원 주요 도입시설인 소듐냉각고속로와 파이로 시설은 사용후 핵연료 재활용을 기반으로 하는 시설이다. 이에 따라 사용후 핵연료 운반 안전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경북이 가장 적합한 지역이다.

2006년 말 현재 국내에는 8천669t의 사용후 핵연료가 각 원전 내 저장소에 임시 저장돼 있다. 이 중 66.3%인 5천750t이 경북지역에 보관돼 있다.

사용후 핵연료를 재활용하는 시설인 소듐냉각고속로와 파이로 시설을 중심으로 하는 제2원자력연구원이 사용후 핵연료 중간 저장시설이 입지한 경북지역에 입지할 경우 사용후 핵연료의 운반 안전성을 높이고 운반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제2원자력연구원은 내년부터 2028년까지 약 9조원을 투입해 220만㎡로 신축할 계획이다.

스마트(SMART) 원자로 실증플랜트 사업도 원자력 클러스터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이다. SMART는 중소형 원자로로, 주목적은 전기 생산이다. 중소형 원자로는 초대형 도시가 아니라 중소도시에 전기를 공급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수출용으로 적합하다. 하지만 SMART의 가장 큰 약점은 실증로를 지어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처음 만드는 원자로는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험운영을 해보기 위해 실증로를 만든다. 앞으로 실증 시설을 지어야 하지만 아직 어디에 지을지 결정하지 못했다.

이 밖에 원자력수소 실증단지 조성사업도 관심거리다. 현재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지에는 기술 실증을 위한 여유 공간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실증단지 조성이 필요하다. 미래에 대규모 수소를 사용할 예정인 포스코가 입지해 있는 경북이 원자력수소 실증에 가장 적합한 입지로 평가받고 있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세계 각국이 차세대원자력 시스템 개발 등 원자력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만큼 국가 차원의 원자력산업 클러스터 조성이 급하다"면서 "제2원자력연구원 등 국책사업 유치를 위한 자치단체 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군 간 협력과 지원을 통해 원자력 클러스터 조성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