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의 1루수 미트가 137만원. 임창용의 투수 글러브가 140만원. 임창용의 야쿠르트 유니폼이 73만원. 김상수의 다 해어진 유격수 글러브가 61만원. 아베의 포수 미트가 101만원. 여기에 하라 감독의 친필 붓글씨, 배영수'정현욱'오승환의 글러브, 추신수'이대호'류현진'이승엽'김태균의 사인볼 등을 경매에 부쳐 모은 금액이 1천100만원이었다.
올해 모은 이 돈은 어려운 형편에서 야구를 하는 대구의 유'청소년 야구선수에게 지원된다. 신중하게 정해진 지원 대상자는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매달 일정액을 지원받는다. 어느덧 4년째다. 처음 혜택을 받은 선수는 고교 유망주로 성장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동료 야구인으로부터 기증받은 용품을 경매를 통해 후원금으로 마련하는 이는 다름 아닌 삼성 라이온즈의 트레이닝코치 김현욱이다. 그는 2008년 2월 네이버 카페에 '김현욱의 맛있는 야구'를 개설한 후 매년 연말 이 행사를 갖고 있다.
야구 동호인은 늘고 있는데 현역 코치들의 야구 사이트가 없어 아쉬워하던 차에 지인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김현욱의 카페는 오픈 후에 야구에 관한 기본상식에서부터 전문기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이 소개되어 1년 후 2만 명이 넘는 회원이 가입하면서 네이버 카페에 김연아 선수 다음으로 많은 회원을 가진 카페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개인별로 궁금한 야구지식이나 부상 대처 및 재활에 대해 문답식으로 대화하고 자신의 투구 폼을 동영상으로 올리면 자세한 분석을 해주기도 하면서 야구 마니아들에게 큰 도움을 줬다.
그리고 연말이면 회원들에게 어려운 어린 선수를 돕고자 나눔 행사의 동참을 호소했다.
돌이켜 회상하면 김현욱 코치 자신이 그랬다. 마산에서 태어나 야구를 하던 김현욱은 가세가 기울면서 대구로 이사를 왔다. 옥산초등학교 시절 그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예전 코오롱 뒤편의 집에서 학교까지 먼 길을 걸어다니면서 야구를 했다.
어린 시절 배불리 하루 세끼를 먹어보는 것이 바람이었을 정도로 가난 속에 야구를 했던 그는 자신처럼 언제 야구를 그만두어야 할지도 모를 어린 선수들의 두려움을 꿈으로 바꾸어 주고 싶었던 것이다. 사실 김현욱은 고교시절에도 몸이 왜소해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대학 3학년 후반이 되어서야 관심을 받아 프로에 진출했다.
당시 계약금으로 받은 2천300만원은 고스란히 집안 빚을 갚는 데 쓰여 만져보지도 못했다.
삼성 시절 허리 부상을 치료하고자 동생의 적금을 해약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독한 가난은 오히려 그에게 삶의 지혜와 근성을 심어주었다.
술과 담배를 멀리하면서 근면한 생활이 몸에 뱄고 쌍방울로 이적해서는 절치부심 노력해 1997년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할 정도로 성장해 인정받았다.
그리고 성공한 지금에도 그는 여전히 부지런히 살면서 나눔을 실천하고자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제가 받아온 사랑. 이제 팬들에게 돌려드리겠습니다." 카페 타이틀인 이 글은 그의 진심을 담고 있다.
최종문 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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