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곳간에 돈을 쌓고 있다. 글로벌 재정위기로 자금 공급이 위축되면서 위기의식을 느낀 기업들이 투자를 자제하면서 유동비율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것.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 확산으로 현재와 미래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하락세를 보여 위축된 기업들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유동비율
유럽 재정위기에서 나온 불안감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겪은 기업들의 학습효과로 풀이된다. 당시 자금 공급이 위축되면서 마른 돈줄을 짜내야 했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보수적 자금 운용은 보증 상담에서 잘 나타난다. 신용보증기금에 따르면 올 11월까지 보증 상담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만 건 정도 줄었다. 특히 신용보증기금이 보증공급 목표를 높게 잡았음에도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신규 사업 진입, 사업 확장, 시설 투자 감소 등 여파로 풀이된다. 결국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기업들의 보증 수요가 줄어들었다는 것.
내년 경기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대구경북지역 상장사들도 현금 확보에 적극적이다. 한국거래소 대구사무소가 내놓은 '지역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3분기 유동비율'에 따르면 지난해와 비교 가능한 32개사의 3분기 유동비율은 184.61%로 지난해 말에 비해 0.77%포인트 상승했다. 단기채무지급능력 지표인 유동비율은 높을수록 상환 능력이 좋은 것으로 해석되지만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조선선재의 지주사인 CS홀딩스의 경우 유동비율이 9천829.57%로 지역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가장 높았다. 이외에도 제일연마공업(453.19%), 동일산업(354.83%), 쉘라인(292.36%), 조선선재(269.02%) 등의 순으로 유동비율이 높았다.
상장사들이 자금 확보에 나선 것은 유럽 재정위기로 하반기 실적이 좋지 않았던 데다 내년에도 위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기가 악화되면 지역 기업의 실적도 나빠지고 신용도가 낮아져 자금 확보에 애를 먹기 때문이다.
◆경기침체 우려 보이는 각종 지표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8월 제조사의 자금사정 BSI는 84로 2009년 8월(86)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BSI가 100보다 낮으면 업황이 좋다고 보는 업체가 부진하다고 보는 업체보다 더 적다는 뜻이다.
지난 10월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지역 481개 업체를 대상으로 기업경기 실사 지수를 조사한 결과도 비슷했다. 제조업의 9월 업황 BSI와 10월 업황 전망 BSI는 각각 82와 80으로 전달의 84와 83에 비해 하락했다. 채산성과 자금 사정 BSI도 모두 전달에 비해 하락하는 등 불확실한 경제 상황과 원자재 가격 상승, 내수 부진 등의 영향으로 경기 전망이 밝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달에는 현재와 미래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지표가 5개월 만에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심리적 불안감으로 제조업과 비제조업의 업황전망 역시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10월 말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8포인트 하락했고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도 전월보다 0.4%포인트 떨어져 지난 4월 이후 5개월 만에 동반 하락했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도소매업 판매액지수, 내수 출하지수, 비농가 취업자수 등의 감소 영향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 주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는 종합주가지수, 기계수주액, 소비자 기대지수 등의 감소로 인해 하락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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