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대구 동성로 골목<상>
'진화하는 대구골목문화, 동성로 골목'
동성로 인근에서 길을 물으면 으레 '○○골목 어디쯤'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대부분 특정 건물로 길을 설명하는 다른 지역과 달리 동성로에는 고유의 이름이 붙어 있는 골목이 많기 때문이다.
동성로는 원래 대구역 건너편부터 중앙파출소까지 이어지는 800여m 남짓한 길을 이르는 말이지만, 최근에는 대구백화점을 중심으로 중앙도서관과 반월당을 둘러싼 상권을 지칭하는 의미로 통용된다. 대구사람들이 흔히 '시내'라고 부르는 것이 동성로와 일맥상통하게 쓰이고 있다.
동성로에 위치한 야시골목, 통신골목, 카페골목 등 10여 개가 넘는 골목들은 모두 자연발생적으로 비슷한 업종끼리 모여들면서 상권이 형성됐다. 1980년대 이후부터 생겨난 동성로의 골목문화는 지금도 끊임없이 생겨나는 골목상권으로 인해 진화하고 있다.
◆옷 좀 입는다 하면 이 골목-야시골목, 늑대골목, 로데오골목, 신발골목
동성로에서 가장 많은 골목은 의류판매 골목이다. 그중에서 가장 먼저 생겨난 곳은 '야시골목'. 삼덕 1가의 쇼핑몰 갤러리존 인근에 옷가게가 모여 있는 골목으로 1980년대 후반부터 형성됐다. 원래 개인주택이 많았던 삼덕동 일대는 대구백화점 인근보다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해 '보세' 옷가게가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 야시골목의 시작이다.
야시골목이 생겨난 뒤 골목 인근으로는 로데오골목, 신발골목, 늑대골목도 형성됐다. 야시골목은 이름처럼 옷을 잘 입는 젊은 여성인 '야시'들을 위한 옷가게가 모여 있고, '로데오골목'은 좀 더 캐주얼한 스타일과 힙합, 빈티지 스타일 등 100여 개가 훌쩍 넘는 의류 판매점이 줄지어 있다. 남성 보세의류를 판매하는 '늑대골목'과 신발가게만 10여 개가 몰려 있는 '신발골목'까지 비슷한 패션 관련 점포끼리 골목마다 모여 있다.
최근에는 야시골목의 옷가게들이 로데오골목 쪽으로 많이 옮겨간 뒤 2000년대 후반부터 골목에 네일숍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골목의 네일숍 직원은 "야시골목의 옷가게 수가 10여 년 전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라며 "요즘에는 오히려 젊은 여성들 사이에 '네일골목'으로 불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동성로에서 놀자-클럽골목, 호프골목, 2030골목
젊은이들의 거리인 동성로에는 밤문화도 젊다. 클럽이 모여 있고, 세련된 분위기의 술집도 골목 하나를 만들었다.
로데오골목은 낮에는 쇼핑을 하러 온 사람들로 붐비지만 밤에는 더 활기를 띤다. '클럽골목'도 로데오 중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성로 클럽 문화를 만들어낸 집시락이 바뀐 G2와 프로그, 파샤 등 5, 6개의 클럽이 로데오골목 가운데 소복이 모여 있다. 클럽골목 인근에는 클럽 외에도 독특한 분위기의 술집들이 많아 동성로에서 술 약속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골목 인근을 찾는다.
'호프골목'도 젊은이들의 음주문화 중심지다. 삼덕성당 뒷길에서 금융결제원으로 이어지는 이 골목에는 맥주나 소주 한잔을 기울일 수 있는 술집 20여 개가 모여 있다. 국가 대항 축구경기나 한국시리즈 등 전 국민적 스포츠경기가 있는 날이면 대형 스크린을 갖춘 호프골목의 가게들은 초저녁부터 발 디딜 틈 없이 손님이 들어찬다.
갤러리존에서 로데오골목으로 이어지는 좁은 골목길에도 양쪽으로 삼겹살, 중화요리 등 다양한 종류의 안주와 함께 술 한잔을 즐길 수 있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원래 특별한 이름이 없던 이곳에도 젊은이들의 골목이라는 이미지를 살려 '2030골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골목을 자주 찾는다는 송지원(24'여) 씨는 "호프골목이나 로데오골목 쪽 술집보다 2030골목이 좀 더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며 "특히 삼겹살집이 많아 굳이 술을 먹지 않더라도 저녁식사를 할 때도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