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감독 경질 둘러싼 '3대 의혹' 진실은

입력 2011-12-09 19:36:40

조광래 감독 경질 둘러싼 '3대 의혹' 진실은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해 지난해 7월 첫발을 내디뎠던 조광래 감독이 1년5개월 만에 지휘봉을 빼앗겼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황보관 기술위원장을 통해 조 감독에게 물러날 것을 권유했고, 이튿날 기자회견을 열어 조 감독의 경질을 공식화했다.

황보 위원장은 조 감독의 경질 이유로 지난 8월의 한·일전 참패에 이어 지난달 레바논과 치른 3차 예선 원정경기 패배로 드러난 대표팀 경기력과 운영상의 문제점을 들었다.

다시 말해 조 감독 체제로는 월드컵 본선 진출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경질의 핵심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독립성을 보장받는 기술위원회의 의결 등 제대로 된 절차를 밟지 않고 경질 결정이 먼저 내려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축구협회에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조 감독이 독단적으로 팀을 운영해 코칭스태프 내부에 불화가 있었다. 주전과 비주전이 확실히 구별돼 선수들의 의욕도 떨어졌다"며 경질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일각에선 조 감독이 기술위원회의 도움을 외면하며 독단적으로 팀을 운영해 화를 자초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와 함께 2013년 1월의 축구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인 배경에서 조 감독이 경질됐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조 전 감독과 대표팀 코치진은 9일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 대표팀을 둘러싸고 퍼진 소문에 대해 해명했다.

◇대표팀 내부에 불화 있었나 = 박태하 수석코치는 가마 코치의 영입 과정에서 불화가 존재했다는 의혹에 대해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수석코치는 "감독의 결정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면 코치들은 언제든 직접 가서 말을 해왔다. 그런 부분이 코칭스태프의 갈등으로 비친 것 같다"고 밝혔다. 정상적인 소통의 과정이 불화로 오인됐다는 것이다.

그는 "가마 코치가 처음 대표팀에 합류했을 때 대표팀 전술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달라 언쟁을 했던 적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것은 대표팀 내부의 불화가 아니라 팀 발전을 위한 토론이었다는 주장이다.

박 수석코치는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으면 서로 합의점을 찾아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선수들 간의 불화 의혹에 대해선 '큰형님'으로 통하는 서정원 코치가 입을 열었다.

서 코치는 "개인적으로 누구보다 선수와 가깝다고 생각한다"며 "경기에 주전으로 나설 수 있는 선수는 11명뿐"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선수라면 누구나 자존심이 강하다"며 "주전에서 빠졌을 때 느끼는 안타까운 심정이 주변 사람들에게 전해지면서 불화설로 바뀐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기술위원회 지원 거부했나 = 조 감독은 자신이 기술위원회의 지원을 거부했다는 의혹에 대해 "이런 말이 돌지 전혀 몰랐다. 정말 안타까운 소문"이라고 말했다.

조 전 감독은 기술위원회의 분석자료가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았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역대 대표팀 감독들도 조 감독과 비슷한 의견을 내놓은 적이 있다.

조 전 감독은 "일본축구협회의 기술위원들은 대표팀 경기가 끝나고 나면 기술분석자료를 내놓는데 지인을 통해 입수해서 보면 국내 기술위원들의 자료와 너무 비교된다"고 화살을 기술위 쪽에 돌렸다.

그는 "안타까운 마음에 상세한 자료를 기술위원회에 요청했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된 자료를 받아보지 못했다. 그래서 조중연 회장에게 3명의 상근 기술위원을 둬야 한다고 조언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조 전 감독은 또 기술위원회는 한국 축구의 백년대계를 짜는 부서인 만큼 지금처럼 외부의 영향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감독 경질에 외부 요인 작용했나 = 조광래 감독은 8일 축구협회의 기자회견을 앞두고 "외부적인 변수에 의해 대표팀 감독직이 좌우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외부적인 변수'가 자신의 경질 배경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는 축구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권력 다툼의 희생양이 됐다는 소문으로 이어졌다.

2000년 안양 LG(현 FC 서울)를 K리그 우승으로 이끈 조 감독은 2004년 12월 감독직을 자진 사퇴한 후 2007년 경남 사령탑으로 복귀하기 전까지 한동안 야인 생활을 했다.

그때 조 감독은 축구협회와 대립각을 세워온 대표적 야권단체인 축구연구소에 도움을 주면서 축구협회에 쓴소리를 자주 했다.

2004년 창립된 축구현구소는 허승표 ㈜피플웍스 사장이 이끌었다.

축구협회에서 국제담당 부회장 겸 상비군관리위원장(현 기술위원장)을 맡았던 허 사장은 1997년 축구협회장 선거에서 정몽준 전 회장에게 완패했고, 2007년 선거에서는 현 조중연 회장을 넘지 못하고 쓴잔을 들었다.

이런 배경에서 허 사장이 최근 한 스포츠 신문과 한 인터뷰가 주목받았다.

허 사장은 조 감독의 경질 사실이 공개되기 직전에 한 인터뷰에서 현 축구협회 지도부의 개혁을 촉구하며 대권 도전을 위한 행보를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조 감독의 경질사실이 알려지자 일각에서 허 사장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조 감독이 유탄을 맞았다는 소문이 퍼진 것이다.

이에 대해 조 감독은 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축구협회장에 관련된 것은 내가 거론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그는 오히려 "조중연 회장과는 사이가 좋았다. 다만 이번 경질 결정을 놓고 직접 만나 얘기하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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