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인사] 2012서울핵안보정상회의 박용철 홍보부장

입력 2011-12-09 07:32:26

분단국서 이야기하는 '핵무기 없는 세상'

기웃거리지 않고 한길로 뚜벅뚜벅 걸어간 이는 표정부터 달랐다. 웃음자국이 뚜렷한 주름에는 자신감과 당당함이 새겨져 있었다. 참 부러웠다.

내년 3월 서울에서 열릴 2012 서울핵안보정상회의 박용철 (46) 홍보부장은 뼛속까지 '공보통'이다. 1992년 제36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그는 공보처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공보처는 행시 합격자의 우선 순위에서 중간쯤이어서 성적이 우수했던 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권위주의 시대를 청산하고 민주화와 문민화가 시작되던 시기였습니다. 힘으로 밀어붙여 국민을 끌고 가던 시대는 종말을 고하고, 국민에게 설명하고 설득해 동의를 구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상했지요. 홍보의 중요성이 커졌으니 기여할 부분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김대중 정부가 공보처를 없애고 국정홍보처를 만들 당시 그는 미국 LA영사관에서 공보담당 영사로 있었다. 1999년 돌아왔을 때에는 국정홍보처로 복귀해 공보 생활에 공백 기간을 피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국정홍보처를 문화체육관광부로 합해 그는 문광부 소속이 됐지만 여전히 홍보 분야를 맡았다. 벌써 20년 가까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열리기 한 달 전만 해도 분위기가 뜨지 않았거든요. 당시 종합상황실에서 부실장 역할을 했는데 '월드컵에서 1승도 못 올린 한국이 장소만 대여한다'는 비판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일들이…." 한국 대표팀이 16강에 오른 뒤 그는 단계별 시나리오를 수립했다. 일본에서 열릴 결승전 대비 홍보계획까지 만들었다. 신명이 났다. 그때 그는 홍보기획과 분석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고 했다.

공보처 입사 이후부터 '신문읽기 전문가'가 된 박 부장은 어떤 기사가 다음날 톱기사가 될지, 사설로 쓰일지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홍보를 잘하기 위해서는 트렌드를 읽고 매체에 맞는 홍보기획을 시의적절하게 계획해야 합니다. 국민을 고객으로 생각하고 정책도 마케팅 전략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야 합니다." 진정한 '프로'임을 실감케 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는 "신뢰를 주지 못하는 홍보는 실패하고, 공감을 얻지 못하는 정책은 소용없다"고도 강조했다.

내년에 열릴 핵안보정상회의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각국 정상들과 핵 관련 국제기구 수장들이 모두 '핵무기 없는 세상'을 이야기할 때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그로선 중차대한 임무를 맡은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원전의 안전 문제, 방사성 물질의 위험성도 함께 다루게 됩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1주년에 세계의 이목이 한국에 집중되는 겁니다."

상주 출신인 박 부장은 상주 사벌초'중, 대건고,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에서 행정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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