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재창당이냐 분당이냐 갈림길

입력 2011-12-08 11:05:09

한나라당이 재창당이냐, 분당이냐의 중대기로에 섰다. 홍준표 대표가 선출직 최고위원 3명이 전격 사퇴한 뒤 열린 의원총회에서 다시 신임을 받았지만 당내 갈등이 봉합됐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현장의 위기 상황만 피했을 뿐 상황의 본질적인 변화는 전무해서다. 오히려 수도권 소장파 중심의 강한 여진이 이어지면서 한나라당 붕괴는 시간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마지막이자 유일한 구원투수'로 통하는 박근혜 전 대표의 조기 등판도 불가피해 보인다.

한나라당은 8일 오전 예정된 최고위원회의를 9일로 연기했다. 바로 전날 최고위원 3명이 사퇴를 선언했다는 점에서 잠시 '냉각기'를 갖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신 홍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 형식으로 '당 쇄신작업을 책임지고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힐 예정이다. 어떤 쇄신안이 나올지 주목을 받고 있다.

홍 대표는 전날 의총에서 재창당 로드맵과 관련, "예산 국회가 끝나면 바로 시스템 공천을 통해 천하의 인재를 끌어모아 이기는 공천을 한 뒤 2월 중순께 재창당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재창당)까지는 대선후보들이 당 후보 전면에 나설 수 있도록 당권'대권 분리 조항도 개정할 생각이다"고도 했다.

전날 '재재신임' 카드로 사퇴 요구를 정면 돌파한 홍 대표는 소장파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분명한 시각 차이를 보였다. 그는 8일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지금은 당내 권력투쟁을 할 시간이 없다"며 "국민의 신뢰를 어떻게 하면 회복할 수 있을지, 방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당내 지도체제 논란을 구당(救黨) 차원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흠집내기라는 인식이다.

◆소장파들의 반발 고조

홍 대표 퇴진을 통한 쇄신을 주장하는 소장파들은 압박을 이어갔다. 정두언 의원은 8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사람은 물러날 때 진면목이 드러나는 법"이라며 "어차피 물러날 분인데, 온갖 추한 모습을 다 보이며 한나라당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우리 홍 대표"라며 비아냥댔다. 원희룡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홍 대표가 재창당의 복안이라거나 실질적 쇄신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재신임해야 된다라는 과정으로 몰고 가는 것은 지난번 연석회의 재신임에 이은 꼼수 2탄"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전체 169명 중 118명이 참석한 가운데 3시간 넘게 이어진 의총에서 원희룡'정두언'차명진 등 일부 의원들은 홍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지만 다수 의원들은 침묵하거나 동조하지 않았다. 김기현 대변인은 의총 직후 "대표가 쇄신안을 책임지고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전망은 불투명

당내 일각에서는 갈등이 폭발하면서 쇄신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홍 대표가 무리하게 대표직을 유지하려고 하면 2004년 불법대선자금 파문의 해법을 둘러싼 진통 끝에 소속 의원들에 의해 강제로 물러났던 최병렬 전 대표의 전철을 밟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홍 대표가 물러날 경우에는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가 당 전면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복귀에 대해 당내 찬반 여론이 팽팽한 데다 당 진로를 둘러싸고 비상대책위원회 및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전당대회 개최, 당 해산 후 재창당 또는 신당 창당 방안 등 백가쟁명식 논의가 쏟아지고 있어 내홍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세력이 이탈하면서 여당의 분당(分黨)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원희룡 의원은 "의총 결과는 현 상황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는 의원들의 결단을 재촉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두언 의원은 "한나라당이 쇄신도 못 하고 꽉 막혀 있어 '탈당하는 게 차라리 낫다'고 생각하는 의원이 상당수이고, 실행하려는 의원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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