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쾌대의 자화상들과 인물 소품들, 그리고 100여 점에 가까운 드로잉이 대구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다. 그는 소묘에 탁월한 실력을 가진 작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렇게 많은 연필 스케치를 한자리에서 보기는 어렵다. 전시작들은 대개 누드 드로잉에서 골랐으나 드물게 풍경과 인물 장면이 섞여 있다. 그 중 이 예외적인 작품에 눈길이 간 것은 극화 같은 구성 때문이다.
종이에 펜과 잉크로 그린 이 그림은 어떤 구상의 전 단계에 제작된 스케치겠지만 정교하고 섬세한 연필묘사에서는 느낄 수 없는 박진감이 있다. 아마도 머릿속 구상이 사라지기 전에 포착해 놓으려는 듯 재빠른 필치로 그려 다소 거친듯하면서도 분방한 손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말이 어딘지 위엄있어 보이고 신성한 분위기를 제공한다. 말은 사람보다 빠르고 힘세며 큰 짐승이지만 주인을 따르는 온순한 면이 신기하고 기특하다. 항상 늠름해 보이며 결코 비굴한 구석이 없어 보여 좋다. 그런 말을 그림 속에 담는 화가의 동기도 비슷했으리라. 중절모를 넘겨 쓴 남자가 뒤를 돌아보는 표정이 위기의식과 긴장감을 조성한다. 눈빛은 단호하고 예리해서 어떤 결연한 의지를 보이는데 어둠을 뚫고 나아가는 모습에서 더욱 극적이다. 이 손바닥만 한 작은 조각에서도 풍부한 감정과 이야기를 느끼게 하는 것이 작가의 힘이다.
김영동 미술평론가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