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 월, 또 한 해를 보내는 달이 되었다. 이맘때 즈음이면 늘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말이 인구에 회자된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연하장식 수준의 수식어로는 꿰지 못할 일들이 너무나 많았다.
연초의 튀니지에서 이집트, 시리아, 리비아, 바레인, 이란, 알제리, 요르단, 예멘, 수단 등 아프리카와 아랍권으로 번져간 재스민혁명, 일본의 쓰나미와 그로 인한 원전사태, 빈 라덴 사살과 카다피의 죽음, 그리고 스티브 잡스, EU 경제위기와 방콕의 대홍수까지 거의 빅뱅 수준의 사건들로 가득했다. 모르긴 해도 올해의 세계 10대 뉴스를 골라내야 하는 언론사에선 꽤 골머리를 썩일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휴우-,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어디 바위에라도 걸터앉아 숨을 고르고 싶을 정도로 가파르기 짝이 없다. 그 여정(旅程)에 무상급식, 절반 등록금, 저축은행사태, 수도권 시장 재보선, '안철수 신드롬'과 한미 FTA 등이 있을 것이다.
며칠 전 지인의 초청으로 조용필 콘서트에 갔다. 오래전에 약속을 잡아둔 터라 여유가 충분해 공연 전 지인과 이른 저녁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연스럽게 화제는 올해 일어난 일들과 뉴스가 되었다.
재스민혁명은 온난화로 인한 러시아의 밀가루 가격 폭등에서 기인했다더군요. 역시 인류의 세계고(世界苦)는 식량과 환경인 모양입니다.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가 정치판에 뛰어들지 않아도 되는 풍토가 참 부러워요. 그 판에 뛰어들려는 잡스에게 측근들이 그 도시가 불행해질 거라며 말렸다더군요.
SNS를 통한 사안의 침소봉대(針小棒大) 현상은 지금이 과도기겠지요. 좀 자존심 상하지만 1968년의 유럽 상황이 재현되고 있는 듯도 하고요. 폴리페서, 폴리테이너라는 신조어에 폴리라이터도 추가되지 않겠어요. 그런 측면에서도 가수 조용필은 참 한결같네요.
그날 밤의 공연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삼십 년 전 우리나라 대부분의 청춘들을 지배했던 음악을 그는 더 깊어진 음색으로 관객들의 정신과 영혼을 뒤흔들었다. 팬클럽이 나눠준 종이카드 '오빠'에 '마에스트로'라는 칭호를 마음으로 덧붙여 나도 환호했다. 그날 밤 나는 오랫동안 좀처럼 발견하기 힘들던 한 예술가의 '완결된 세계관'을 언뜻 본 듯도 하다. 행복한 공연관람이었다.
박미영/시인, 작가콜로퀴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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