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밤 빛을 쏘다…연말연시 휴식공간 인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이 다가오면서 대구 밤거리가 아름다운 불빛으로 빛나고 있다.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설치된'은하수 거리' 조명 장식이 연말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5일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북편 인도. 오후 7시가 되자 가로수를 이용한 터널식 조명이 '번쩍' 하며 일제히 빛을 뿜었다. 길 가던 시민들은 "와~"하고 탄성을 지르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별, 눈꽃 모양, 하늘에서 내리는 눈 모양을 한 조명이 마치 은하수처럼 반짝거렸다. 국채보상공원 북편과 동편 인도를 따라 터널을 이룬 은하수 조명은 하얀색, 파란색의 빛을 번갈아 밝히며 마치 파도가 일렁이는 듯한 장관을 연출했다. 깜깜하기만 했던 공원 내 산책로가 환해졌다. 나무를 촘촘하게 휘감은 전구들이 일제히 주황색 빛을 뿜었고 벤치에 앉아 웃음꽃을 피우던 시민들 주위를 은은하게 감쌌다.

직장인 강민호(30'대구 달서구 감삼동) 씨는 "여자친구와 화려한 조명으로 가득한 대구 곳곳 야경 명소를 찾아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며 "도심 곳곳에 설치된 경관조명 덕분에 오붓한 분위기를 낼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대구 도심의 밤이 화려해졌다. 대구시가 최근 도심 공원과 교량 등에 경관조명을 설치해 불을 환하게 밝혀 시민들에게 연말연시 즐거운 휴식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대구시는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성공을 자축하고, 2012년 새로운 도약을 기원하는 의미로 시민들이 많이 찾는 도심 곳곳에 경관조명을 설치해 지난달 30일부터 일제히 불을 밝히고 있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2'28기념중앙공원, 동성로,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남구청 네거리, 죽전네거리, 만평네거리 등 모두 12곳이다.

대구의 관문 교량도 일제히 불을 밝혔다. 최근 건설된 동촌 보도교(해맞이 다리)의 주탑에 설치된 12개 색깔 조명은 시민들로부터 인기가 많다. 북쪽 관문인 서변대교는 878m 교각 측면에 부착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푸른빛을 발했다. 이를 비롯해 북쪽의 산격대교, 동쪽의 화랑교와 아양교 등 5개 교량이 대구의 야경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시민들은 도심 공원과 교량 등 공공시설에 설치된 경관조명에 대해 "연말연시가 되면 만끽할 수 있는 대구의 매력"이라며 즐거워 했다. 직장인 박운형(40'수성구 황금동) 씨는 "가족과 함께 외식을 하고 산책을 하러 잠시 도심 공원을 한 바퀴 돌았는데 아이가 '놀이공원에 온 것 같다'며 좋아했다. 지난해보다 조명이 더욱 화려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동호회들도 덩달아 바빠졌다.'포토450'이라는 대구지역 사진 동호회 대표 백태염(59) 씨는 "대구의 멋진 야경을 온라인 게시판에 올려 대구 도심의 경관조명 명소를 전국에 알리겠다"며 "도심 공원에 매년 불을 밝히고, 각종 이벤트도 마련해 '컬러풀 대구'라는 슬로건에 딱 들어맞는 관광 명소로 발전시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원에서 스케이트 보드를 즐기던 청소년들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김성준(18) 군은 "조명이 환해져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데 더 흥이 난다"며 "야간에 환하게 불을 밝힌 도심 공원은 겨울철 운동이 부족한 청소년들을 위한 즐거운 놀이터"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내년 1월 말까지 도심 공원과 공공시설에 설치된 경관조명을 밝히며 시민들에게 야간 휴식과 산책 공간을 제공할 예정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전력 과소비 논란이 있지만 LED 등을 사용해 전력소비가 거의 없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환경전문가들은 가로수와 공원목에 설치된 경관조명이 환경보호에 역행한다며 경관조명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

이재혁 대구경북 녹색연합 운영위원장은 "수목에 설치된 LED 조명이 수목을 옥죄고 스트레스를 준다는 것이 환경전문가들의 분석"이라며 "교량 등에 설치된 경관조명을 제외한 수목 조명은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