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특별 처방전] 피부 월동 준비

입력 2011-12-05 07:00:25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이 시기만 되면 건조한 피부를 가진 사람들은 유난히 괴로워한다. 우리 남편의 경우도 그러하다. 퇴근 후 집에서 TV를 시청하거나 심지어 밥을 먹다가도 피부가 가려운지 연신 몸을 긁는 남편을 보곤 한다. 이 시기에 바디크림은 건성피부인 남편의 독차지가 된다. 반면에 나는 아직까지 바디크림에 대한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하고 지낸다.

큰 아들은 얼굴에 여드름이 나 본 적이 없는 반면에 둘째는 여드름이 많이 나서 "왜 형은 안 나는데 나만 나냐?"하며 사춘기 시절에 불평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형이 나이 들어 아빠 나이가 되면 저렇게 가려워서 괴로워 하느니 차라리 엄마처럼 젊었을 때 여드름 나고, 나이 들어 긁적이지 않는 게 더 낫지 않아?"하고 위로했던 기억도 있다.

젊었을 때 뽀얀 피부를 자랑하던 우리 남편이 이 시기만 되면 어려움을 겪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고 한다. 저녁식사 후 체온이 올라가면서 전신에서 발작적인 가려움증이 생기는데 이것이 대표적인 피부건조증 증상이라고 한다. 특히 40세를 넘으면 피부가 노화하면서 표피가 수분을 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피지분비가 줄어들어 더욱 가려움증이 심해진다고 하니 젊었을 때 여드름 때문에 고생한 나로서는 "공평한 세상이군"하면서도 남편이 안쓰럽기도 하다.

우리 피부는 가장 바깥 부분을 둘러싸고 있는 각질 덕분에 적절한 수분을 유지할 수 있다. 이 각질층은 외부 환경으로부터 피부를 방어해주는 장벽 역할을 한다. 그러나 습도가 50% 이하로 떨어지면 각질층도 영향을 받는다. 피부 각질층의 정상 수분 함량은 15~20%인데 가을과 겨울철에는 수분 함량이 10% 이하로 내려간다. 겨울철이면 정상인들도 피부가 건조해지는 것을 느끼지만 평소 건성 피부이거나 피부 질환이 있던 사람들 중에는 건조한 날씨 때문에 더욱 어려움을 겪는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목욕을 너무 자주 말고 특히 탕 속에 오래 들어가 있는 것은 삼가야 한다. 특히 겨울철 목욕 시 뜨거운 물이나 때밀이 등은 피부보호막을 상하게 하기 때문에 좋지 않다. 비누를 많이 사용하는 것도 좋지 않은데, 이는 피부에 있는 지방을 과도하게 제거하여 더 건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목욕을 한 후에는 물기가 남아있을 때 보습제를 발라주면 수분이 날아가지 않게 해주고, 로션이나 크림을 평소 사용량보다 1.5배 정도 많이 발라 주고 건조가 심한 피부에는 바셀린을 바르면 도움이 된다. 또한 평소 물을 많이 먹는 습관을 생활화 하는 게 좋다. 어느 새 다가온 겨울, 장롱 속에서 겨울옷만 꺼낼 게 아니라 우리 피부의 월동준비에 힘써보는 것은 어떨까?

이희경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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