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국가' 미국, 어디로 가고 있는가?

입력 2011-12-03 08:12:00

"평등속 차별, 물질 풍요속 불행 등

내면 병적 현상 심각한 역설적 국가"

위대한 문호가 본 '문명 비평서'

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존 스타인 벡 지음/ 안정효 옮김/ 김영사 펴냄

퓰리처상과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던 존 스타인 벡이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가 어떻게 이루어졌으며, 어디를 향해 나아가는지를 진단한 책이다. 아메리카합중국의 강렬한 힘과 폭발력이 남긴 후유증, 내면의 병적인 현상을 서술한다.

존 스타인 벡에 따르면, 아메리카는 여러 면에서 역설적인 국가다. 아메리카인들은 자신들의 정부를 사랑하면서도 경계하고, 대통령을 섬기면서도 깎아내리고 급기야는 암살하기도 한다. 이 나라 사람들은 만민평등을 부르짖지만 어떤 나라보다 인종차별이 심하고, 모순과 무도덕의 질병에 시달리고, 풍요 속에서 불행을 느낀다.

'우리는 항상 안정을 추구하지만, 일단 안정된 경지에 이르면 그 안정을 증오한다. 우리는 거의 모든 면에서 무절제한 사람들이어서, 먹는 데 너무 열중하고, 너무 많이 마시고, 욕정에 너무 깊이 빠진다. 이른바 미덕에서도 무절제하여, 금주를 하기로 한 자는 술을 안 마시는 데 그치지 않고, 온 세상 사람들이 술을 끊어야 직성이 풀리며, 채식주의자는 육식을 범죄로까지 생각한다. 이념을 살펴 정치인을 뽑는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하지만, 투표할 때는 후보자의 종교나 이름, 코의 생김새에 크게 좌우된다.' -113쪽, 117쪽-

미국인들은 인류의 번성과 성공을 위해, 풍요와 안이함을 위해 자연을 마구 파괴하고, 점령했다. 번영에 취한 미국인들은 자연에 감사하지 않았고, 책임감을 느끼지도 않았다.

'초기 개척자들은 이 대륙이 적이라도 되는 듯, 마구 덤벼들었다. 평원에서 들소를 쓸어버렸고, 강을 폭파하고, 풀밭에 불을 지르고, 처녀림을 큰 낫으로 마구 베어 넘겼다. 그들은 땅에 대한 자비심은 말끔히 잊어버리고 계속 이용하려는 방법에만 열중했다. 토지를 일정 정도 마련하기만 하면 침략자처럼 또다시 이동하며 새로운 땅을 겁탈했다. 무자비한 19세기는 한이 없을 듯 전리품을 찾아 나선 가혹한 원정군 같았다. 철도를 따라 땅에 미친 사람들이 다시금 몰려왔고, 새로운 아메리카인은 서쪽 바다가 그들의 이동을 막을 때까지 메뚜기 떼처럼 대륙을 가로질러 나아갔다. 그들은 석탄과 구리와 황금에 이끌려 와서는, 미친 듯이 땅을 파헤치고, 황금을 찾느라고 강바닥을 긁어내어 황폐한 퇴적물만 앙상하게 남겼다' -227∼234쪽-

현재의 이득을 얻기 위해 미래를 도둑질한 행위는 분명히 개척시대 미국의 모습이지만, 무한경쟁시대에 접어든 전 세계 모든 국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일 것이다.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우리는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르고 질주한다. 처음에는 자연을 공격했고, 나중에는 인간을 공격하고, 나아가 자신마저 공격하는 데 이르는 것이다.

지은이 존 스타인 벡은 "역사를 살펴보면 항상 우리의 능력을 초월하는 도전이 인간을 기다렸다. 우리의 꿈은 너무나 터무니없이 커서, 그 실현성은 천국에서나 찾아야 했다"고 고백한다.

책은 적어도 인류사에서 위대한 국가로 자리 잡은 '아메리카의 빛과 그림자'에 대해 인간의 한없는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파기해버린 약속, 자연과의 조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위대한 문호이자 한 개인으로 다양한 실수를 저질렀고 많은 성취를 이룩했던 스타인 벡의 시선으로 읽는 '문명 비평서'라고 할 수 있겠다. 292쪽, 1만5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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