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경륜공단, 대구 서구에 화상경륜장 제안…세수는 탐나지만...

창원경륜공단이 대구 서구에 화상경륜장 설치를 제의해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창원경륜경기장 전경(왼쪽)과 지난달 26일 오후 대구 달성군 가창면 TV경마장에서 경마 중계화면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

창원경륜공단이 대구 서구에 화상경륜장을 건설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대구 달성군 가창면 한국마사회 대구마권장외발매소(TV경마장)에서 보듯 사행성을 부추기고 도박중독자를 양산할 수도 있다는 부작용 때문에 실제 성사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창원경륜공단의 화상경륜장 유치제안 내용과 설립 가능성 그리고 개장 10년차를 맞이한 달성군 가창 TV경마장의 명암(明暗)을 짚어본다.

창원경륜공단의 화상경륜장 건설유치 제의에 대구 서구청은 화상경륜장이 들어설 경우 일자리 창출과 세수가 확대된다는 장점은 있지만 지자체가 사행성 논란을 일으키는 시설을 유치한다는 부담과 화상경륜장이 들어설 경우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돼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창원경륜공단, 서구에 화상 경륜장 유치제안

창원경륜공단(이하 경륜공단) 관계자 3명은 지난달 11일 대구 서구청을 찾아 화상경륜장 건립유치 제안을 했다. 경륜공단 측은 경남 김해에 운영하고 있는 화상경륜장에 대한 설명과 함께 서구 원대동3가의 한 웨딩업체 건물에 화상경륜장을 건립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함께 전했다.

현재 근린생활시설 부지로 용도가 설정돼 있는 웨딩업체 건물은 서구청이 문화집회시설로 용도 변경을 해야 화상경륜장을 만들 수 있다.

경륜공단 측은 서구에 화상경륜장이 생기면 세수가 늘고 80개 정도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해 인구가 50만 명에 불과하지만 김해 화상경륜장은 연간 매출이 500억 원에 달한다. 김해보다 인구가 5배 많은 대구에 화상경륜장이 생긴다면 최소 연 매출이 600억~700억원 선은 될 것으로 전망돼 레저세를 통해 서구청은 연간 10억 원 이상의 세수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이 경륜공단 측의 설명이다.

이들은 또 하루 평균 방문객을 1천~1천500명으로 볼 때 주변 상권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손용환 경륜공단 홍보팀장은 "경륜장이 생기면 현지 주민들을 고용해야 하기 때문에 발매원과 경비, 청소 도우미 등 80여 명을 채용할 수 있으며 또 주말마다 사람이 몰리게 되면 주변 전통시장과 식당 상권도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서구 주민들을 위해 건물 한 층에 헬스장이나 평생교육원 등 편의시설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사행성과 주민 반발

경륜공단이 대구 서구에 화상경륜장을 세우려고 하는 것은 '설치 허가권' 때문이다. 경륜공단은 2004년 대구지역 화상경륜장 설치허가를 이미 받았다. 하지만 경륜공단이 가승인을 받은 다른 지역 5곳을 제외하면 국내에 새로 화상경륜장을 세울 수 있는 곳은 대구밖에 없다.

경륜공단은 2004년 달서구 유천동에 화상경륜장을 세우려 했지만 당시 달서구청장과 인근 주민들이 강력히 반대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최근 들어 사행성 논란이 있는 경마장이나 경륜장은 도시 외곽이나 구시가지에 들어서고 있는 추세여서 경륜공단은 구도심이지만 혼잡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서구를 경륜장 적지로 꼽고 있다.

김해 화상경륜장이 있는 김해시 서산동은 지리적으로는 도심의 중심이지만 구 시가지로 인식되는 곳이다. 경륜공단 관계자는 "현재 경륜장이나 경마장은 신규 허가가 안 되기 때문에 우리가 화상경륜장을 설치할 수 있는 곳은 대구가 유일하다. 도심으로서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된 수성구나 중구보다 지리적으로는 중심이지만 개발이 덜 된 서구가 낫겠다고 판단해 이곳을 지목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사행성 논란이다. 1년 전체 예산이 1천700여억원 정도인 서구청은 화상경마장 유치로 세수도 올리고 지역 상권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 효과지만 행정기관이 나서서 화상경마장을 유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때문에 서구청 관계자들은 지난주 달성군 가창면 TV장외경마장을 찾아 주변 상권과 주민 반응 등을 분석했으며 타 시'도의 경륜장과 경마장 현장 시찰도 나갈 예정이다.

만약 서구청이 화상경마장 설립을 허가한다고 해도 주민공청회에서 경륜장이 들어설 건물 주변의 주민들이 반대한다면 실행에 옮기기 어렵다.

이태훈 서구 부구청장은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고 내부에서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무엇이 서구와 주민들에게 이득이 되는지 곰곰이 따져본 뒤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