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 세계물포럼 유치 일등 공식 박은경 한국물포럼 총재

입력 2011-12-03 08:43:17

"물은 21세기 세계의 화두…대구경북이 앞서나가야"

박은경 한국물포럼 총재
박은경 한국물포럼 총재
박은경 한국물포럼 총재가 제7차 세계물포럼 대구경북 유치를 위해 지난 7월 경북을 찾은 세계물위원회 실사단을 안내하고 있다. 박 총재는 여성과 아시아인 최초로 물 관련 최대 국제 민간기구인
박은경 한국물포럼 총재가 제7차 세계물포럼 대구경북 유치를 위해 지난 7월 경북을 찾은 세계물위원회 실사단을 안내하고 있다. 박 총재는 여성과 아시아인 최초로 물 관련 최대 국제 민간기구인 '세계물위원회'(World Water Council)의 집행이사로 활동 중인 세계 물 분야의 거물이다.

지난달 28일 기자는 박은경 한국물포럼 총재이자 세계물위원회 집행이사를 '간신히' 만날 수 있었다. 2015년 제7차 세계물포럼 대구경북 유치의 일등 공신인 그는 국내'외 일정을 퐁당퐁당 하는 통에 1시간 여의 짧은 인터뷰도 버거워 했다. 세계물위원회 최초의 여성 집행이사. 외교통상부 수자원대사까지 몇 개의 직함을 소화하는 그는 "뿌듯해 하기에는 일이 너무 많다"며 소파에 털썩 앉았다.

그런 그의 첫마디는 조금은 의외였다. 상기된 어조. "매일신문의 총재님 인터뷰 요청이 많이 늦었죠?"라며 인사를 건넸는데 박 총재는 대뜸 "아직 대구, 경북에서도 '수고했다'는 전화 한 통 없다"고 했다. 11월 15일 대구경북 유치 확정 발표가 난 지 2주일이 지난 때였다. 지역 정치권으로부터 "대구경북 지자체장은 잘 되면 제 덕, 못 되면 국회의원 탓을 한다"는 푸념을 많이 들은 터였는데 박 총재의 한마디에 '정말 그렇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맙다는 인사치레는 됐고요, 이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지라도 물어봤으면 한다"는 박 총재의 한마디에 얼굴이 붉어졌다.

제7차 세계물포럼은 큰 경제적 파급효과를 부른다. 내국인 2만2천 명과 외국인 8천 명이 참가하고 정부대표단 규모도 1천200명에 이른다. 1천억원의 생산 유발, 457억원의 부가가치 유발과 1천907명의 고용이 창출되는 파급효과가 있다.(국토연구원 자료)

하지만 박 총재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처럼 여겨선 안 된다"고 했다.

"세계물포럼은 3년마다 열리며 일주일 동안 치러집니다. 준비 기간 2년 내내 각 과정의 준비위원회와 관련 기관 회의를 통해 진행 상황을 보고하고 축적된 사항을 공유합니다. 그러니 세계물포럼은 준비 과정 전체가 행사 그 자체이며 일주일 동안의 포럼은 이 과정의 결과물을 발표하고 공유하는 시점일 뿐입니다. 스포츠대전처럼 그날 우위를 가리는 승부가 아닌 것이죠."

'물'은 이미 세계적 화두다. 올해에만 가뭄, 홍수, 산사태, 쓰나미로 세계 곳곳이 혼란을 겪었다. 자연재해는 하루아침에 나라를 병들게 한다. 지금의 지구는 인구 5명 가운데 1명이 마실 물이 없고, 2.5명 가운데 1명이 씻을 물이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프리카 어느 나라는 틈만 나면 손가락으로 땅을 판다. 구정물이라도 나오면 그걸 마셔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때에 세계물포럼 유치는 대한민국, 그리고 대구경북을 세계에 알릴 기회가 돼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박 총재의 생각이다.

"전 세계의 환자들 중 70%가 물 관련 환자들입니다. 1년에 180만 명이 설사로 죽습니다. 이렇게 심각한 물 문제에 대해 대구경북이 물 관련 해법을 내놓으면 세계가 주목합니다. 명실상부한 '물의 플랫폼'이 되는 것이죠. 물 문제 해결의 '틀'을 만들고, 물 해법 산업을 준비해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 성장(Economic Green Growth)은 국내보다 국외에서 더 인기가 많단다. 물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이번 세계물포럼 유치에서도 일정 부분 점수를 땄다고 한다. 물 해법은 두 가지로 귀추되는데 하나는 물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물 사용 행태를 바꾸는 것이다. 물론 둘이 병행되면 가장 좋다.

"집에 손님이 한 명 와도 수도료, 전기료가 확 바뀝니다. 도시화는 작은 도시에 수많은 손님이 살고 있다는 것이죠. 대구는 분지입니다. 상징성이 있어요. 지금의 관건은 비를 어떻게 담아두느냐는 것인데 여름 장마가 있고 산악지형인 우리나라처럼 담수에 어려움을 겪는 나라가 '물 가두기' 산업에 좋은 해법을 제시한다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몰고 올 수 있습니다. 대구경북이 해줘야 합니다."

박 총재는 이를 위해 '공무원 교육'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시민과 가장 빈번히 만나는 공무원이 물의 중요성을 알아야만 열정적으로 일하고 홍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 관련 전문가를 초청해 아이디어를 얻어 행정에 펼쳐 넣는 것도 공무원의 임무란다.

그리고 대구와 경북의 '찰떡궁합'도 강조했다. 두 군데 유치는 득과 실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2003년 일본 교토'오사카'시가의 제3차 물포럼은 성공보다는 실패로 평가받고 있다. 각 지역이 회의 개최나 성과 홍보에 지역색을 드러내면서 마찰을 빚었기 때문이다. 내년 3월 제6차 세계물포럼이 열리는 프랑스 마르세유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마찰이 빚어지고 있단다. 조직 인선에서부터 예산 지출까지 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구경북은 지난 3차 회의를 면밀히 살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박 총재는 귀띔했다. 세계물포럼 집행위원들도 '대구경북'이 한곳이 아니라 두 곳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큰 우려를 표했다는 후일담이다.

우리나라는 수자원 관리가 잘돼 있고, 수혜국과 공여국이라는 두 입장을 모두 겪었으며 짧은 시간 큰 경제적 발전을 이룬 데 대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명박 대통령도 물포럼 유치를 지지하는 서한문에서 "경상북도에 위치한 대구는 세계 수준의 장소와 시설을 제공할 수 있는 시설과 환경을 가지고 있으며 풍부한 역사와 문화를 보유하고 있다"고 썼다. 2002년 한일월드컵이나 2011년 육상선수권대회처럼 반짝하는 열정이 아니라 물포럼은 한국을 '물의 나라'로 홍보될 절호의 기회라는 이야기도 했다.

박 총재는 정말 바빴다. 집행이사회는 2, 3주마다 전화 회의를 하고 회원의 날은 1년에 한 번씩 세계 각국에서 열린다. 세계물위원회 이사회는 1년에 세 번 열린다. 그녀는 세계물포럼 지역별 과정의 의장도 맡았다. 한 달에 출국과 귀국을 반복하는 생활을 지난 2년째 해오고 있다.

대구경북이 물 산업 발전의 발판을 마련하면 이는 곧 관광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도 좋은 기회다. 물의 안정적 확보는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하게 된다. 관광객이 몰릴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일부 반대도 있지만 세계적으로는 한국의 상징이 됐다. 이수+치수+환경+생태+문화+관광의 물 관련 분야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게 됐고, 조사, 설계, 시공, 운영 과정에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추진했다는 평가도 있다. 댐과 하천 정비, 오염원 차단이라는 복합공정도 완료했다. 대구경북은 정부의 이 사업을 제대로 활용해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일본 등 물 관련 선진국가와 '물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박 총재의 생각이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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