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남희의 즐거운 책읽기] 요헨의 선택 /한스-게오르크 노아크/풀빛

입력 2011-12-01 14:19:42

엉킨 실타래처럼 어긋나는 소년…책임은 누구에게?

독일 작가 한스-게오르크 노아크의 '요헨의 선택'은 한 소년이 비행청소년이 되어 서서히 망가져 가는 과정을 밀도 있게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담담한 문체로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가 덕분에 주인공 소년 요헨의 심리상태나 사건들을 독자가 천천히 따라가며 이야기에 몰두할 수 있다.

검은색의 멋진 고수머리를 가진 열네 살 소년 요헨은 이혼한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엄마는 묄러라는 생필품 가게 주인과 재혼을 하려고 하고, 요헨은 백화점에서 사탕 몇 개를 훔친 후 악셀이라는 두 살 위 소년과 친해진다. 아버지가 변호사인 부잣집 아들 악셀은 요헨에게 도둑질을 부추기고, 결국 요헨은 잡혀 감화교육원에 보내진다. 요헨은 나이가 어려 감화교육원에 가지 않을 수 있었지만, 요헨의 엄마가 자발적인 위탁교육의 방식으로 요헨을 감화교육원에 보낸 것이다.

감화교육원에는 온갖 잘못을 저지르고 온 아이들이 있다. 그리고 요헨의 담임인 하멜 선생은 처음부터 별다른 이유도 없이 요헨을 골치 아픈 아이일 것이라고 단정해버린다. 제2차 세계대전 참전으로 한창 나이를 보내버린 상이군인인 하멜 선생은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의 심리에 대해 무지하다. 하멜 선생은 아이들을 개 이름으로 부르고, 나름대로는 그것을 애칭이라고 생각한다. 요헨은 하멜 선생에게 저항한다. 하멜의 교육방식은 실습교생인 빈켈만에 의해 비판된다.

"하멜 선생님, 방금 요헨 예거를 굴복시키겠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제 생각에는 그 점이 잘못된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여기 있는 것은 우리에게 굴복당하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아이들은 성장해야 합니다. 그리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이곳에서 굴복하는 것만 배운다면 장차 살아가면서 어떻게 자기주장을 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실습교생은 실습이 끝나자 감화교육원을 떠나고, 요헨을 이해해주던 양호실 마리아 누나와 카츠 원장 등의 호의가 베풀어지지만, 요헨에게 결정적인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는 누구도 요헨을 도와주지 못한다.

그렇게 때로는 요헨 스스로에 의해, 때로는 친구가 저지른 일 때문에 요헨은 감화교육원에서조차 다루기 힘든 아이, 문제아가 되어버린다.

이 작품은 생각해보아야 할 몇 가지 문젯거리를 우리에게 던져준다. 교사의 선입견이 아이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아이들에 대해 책임지지 않으려고 하는 무책임한 부모, 조그마한 잘못을 저지른 아이가 정작 도움을 청할 상대가 없어 점점 잘못된 선택으로 나아가게 되는 문제 등.

가정과 감화교육원으로 상징되는 사회가 한 아이를 망쳐가는 문제를 이야기하면서도, 작가는 주체의 책임에 대해서 묻는 것을 잊지 않는다. 소년 요헨이 계속 잘못된 선택으로 나아가는 결정적인 책임은 결국 요헨에게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책 제목이 '요헨의 선택'인 이유이다.

담임 하멜이 요헨에게 감화교육원에 들어온 첫날부터 왜 이곳에 들어왔는지 쓰도록 요구한 반성문에, 엄마와 묄러 씨가 자신을 버렸기 때문에 온 것일 뿐이라고 반복해서 쓰던 요헨이 마지막에 제출한 반성문에는 전혀 다른 내용이 담겨 있다.

"내가 여기에 있는 이유는, 나는 아무 쓸모가 없기 때문이고 장차 아무것도 되지 못할 부랑아이기 때문이다.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을 감사해야 하는 이유는, 이곳에 있는 분들이 나를 사람으로 만들려고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소용없는 짓이다. 나는 전혀 가망이 없다. 그렇다 해도 괜찮다. 어차피 이제 더 이상 나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도 없을 테니까."

그리고 요헨은 감화교육원을 탈출하여 몇 가지 물건을 훔치고 스스로 경찰서에 가서 구금된다. 막다른 선택에 이르게 되는 요헨의 모습이 읽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청소년 소설인데도 구조가 치밀하고 심리묘사가 정밀하며, 결론에 이르게 되는 과정이 공감을 준다.

수성구립 용학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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