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휘의 교열 斷想] 사랑의 향기

입력 2011-11-28 07:17:16

"똑똑한 사람, 지혜로운 사람이란 훌륭한 말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것도 아닙니다. 정말로 지혜로운 사람이란 자신이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입니다. 자신이 꿈꾸던 것, 바라던 것, 그것들이 사실은 지금 여기 있음을 깨닫는 사람입니다. 주위를 둘러보세요."(스즈키 히데오의 '용서하는 사랑 용서받는 사랑' 중에서)

"거리가 멀어 자주 찾진 못하지만 가끔씩 들러 보는 그곳의 특이한 풍경은 어린이들을 데리고 오는 젊은 엄마들이 많은 점이다." "불국사를 둘러보고 석굴암으로 올라가려다 수많은 인파로 인해 포기하고 말았다."

앞의 예문에 나오는 '들러 보는'과 '둘러보고'에 대해 알아보자.

'둘러보다'는 '두르다+보다'의 형태로 주위를 이리저리 두루 살펴보다라는 뜻이다. '두르다'는 띠나 수건 치마 따위를 몸에 휘감다, 둘레에 선을 치거나 벽 따위를 쌓다의 뜻도 있지만 둘레를 돌다, 어떤 방향으로 향하다의 의미도 있다. '둘러보다'는 "그는 제 말에 동조라도 구하듯 족제비 눈알을 반짝이며 좌중을 둘러보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공장을 한 바퀴 둘러보다."로 활용하며 하나의 단어이므로 붙여서 쓴다. 비슷한 뜻으로 '순시하다' '휘둘러보다' '살펴보다'가 있다. '들러 보다'는 '들르다+보다'의 형태이지만 합성어가 아니기에 띄어서 쓴다. '들르다'는 지나는 길에 잠깐 들어가 머무르다는 뜻으로 "퇴근하는 길에 포장마차에 들렀다가 친구를 만났다." "오늘 아침, 목욕탕엘 다녀온 윤재는 시장에 들러 점퍼도 하나 사고 이발소에도 다녀왔다."로 쓰이며 띄어 써야 한다. '둘러보다'는 두루 다니며 살펴보는 것이고, '들러 보다'는 지나치지 않고 잠깐 머물러 보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사랑은 저절로 커지지 않는다. 끊임없이 연습해야 클 수 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 싫은 사람까지도 품어 주고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다. 사람도 동물도 식물도,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아름답게 바라보는 것, 이것이 사랑이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하지만 엄마 아빠 품에 안겨 잠들어 있는 아기의 모습을 보면 누구나 사랑스럽다. 이같이 아기와 부모 사이에는 사랑의 연습이 필요치 않다.

"아기가 넓따란 아빠 품에 안겨 잠이 들었다."에서 '넓따란'은 잘못된 표기이다. '널따랗다'는 꽤 넓다라는 뜻으로 '넓다'와 관련은 있지만 소리가 [널따라타]로 굳어졌으므로 소리대로 적기에 '넓따랗다'로 쓰면 안 된다. "작은 문 옆에 차가 드나들 수 있을 만큼 널따란 문이 나 있다."로 쓰인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 안에서 사랑의 향기가 가득 스며 나오는 그런 사회를 기대하는 자체가 지나친 사치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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