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과 김정은의 정체/다케야마 소데츠 지음/ 정용연 옮김/ 심비언 펴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회 위원장의 3남 김정은은 2010년 9월 28일 조선노동당 대표자회의에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및 당중앙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되었다. 이보다 앞선 시각인 이날 새벽(오전 1시쯤), 김정은과 김정일의 여동생(김경희)을 위시한 6명에게 조선인민군 대장 칭호가 수여되었다는 조선중앙통신보도가 있었다. 김정은에 관한 북한 최초의 공식보도였다. 김정은에 대해서는 9월 30일 '노동신문'이 사진을 공개할 때까지 얼굴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이 책은 '김정일 공화국'에서 '김정은 공화국'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연출되고 있는 북한의 모습을 추적한다. 김정은의 검은 인민복과 올백풍 헤어스타일은 조부 김일성 주석을 흉내낸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제1후계자로 김정일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김정남은 어떤 이유로, 언제부터 퇴출된 것일까.
1971년 5월 10일, 김정일이 30세 때 장남 김정남이 태어났다. 정남이 태어나던 날 김정일은 병원 앞 자동차 안에서 출산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들이 태어났다는 보고를 받자 수도 없이 자동차의 경적을 울리면서, 처형의 아파트로 달려가 '혜림(성혜림)이 아들을 낳았다'고 흥분해서 말했다고 한다.
지은이에 따르면 김정일의 김정남에 대한 사랑은 특별했다. 김정남이 밤에 오줌을 누러 일어나면 김정일이 직접 맥주병 같은 것을 가지고 와서 오줌을 받기도 했다. 아이가 한밤중에 울기라도 하면 날이 밝을 때까지 업어주거나 얼러주기도 했다. 때때로 커다란 테이블 위에 정남을 앉히고 싱긍벙글 웃으며 식사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정남의 생일 때마다 조선인민군의 원수복을 맞춰서 입혔다고 한다.
이런 일화도 있다. 김정일이 김정남에게 집무실을 보여주며 "정남 저쪽으로 가서 앉으세요" 라며 대회의실 중앙의 의자를 가리켰다. 김정일 자신이 앉는 의자였다. 김정남이 거기 앉자 "네가 크게 되면 큰소리로 지시를 내리는 자리다. 마이크로 파파의 이름을 불러보아라" 라고 했다. 정남이 "김정일 동무 일어서세요"라고 말하자, 김정일은 간부의 자리에서 일어나며 "예, 김정일 일어섰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렇게 장남을 아끼고 사랑했으며, 후계자로 교육시켰던 김정일은 어째서 후계자 자리를 김정은에게 주기로 작정했을까. 책은 김정남이 굉장히 자유로운 인식을 갖고 있다고 소개한다. 그는 아버지 앞에서 '세습반대'를 주장해 분노와 걱정을 샀으며, 밖에서도 공공연하게 그런 주장을 펼쳤다고 한다.
이 책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북한체제의 유지 비결을 비롯해, 김씨 왕조 혈통의 비밀, 북한 60년의 비밀, 조부를 닮은 김정은과 북한의 미래, 연평도 포격과 김정은의 관련, 생년월일을 둘러싼 수수께끼 등을 담고 있다. 또 김정은과 김정일의 근본적 차이, 연간 100만t의 식량 부족, 북한을 떠받치는 중국, 개혁개방 전망 등도 살펴보고 있다.
지은이 다케야마 소데츠는 일본 龍谷(용곡)대학 사회학부 교수로, 대한제국과 영일분쟁, 조선의 일본인 경영신문의 역사, 만주의 일본인 경영신문의 역사 등을 썼다. 이 책은 다양한 논문과 연구서를 바탕으로 묶은 것이다. 230쪽, 1만5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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