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태의 중국책읽기] 문화·평화 외치는 중국의 '전쟁 본능'

입력 2011-11-26 07:14:59

중국역대전쟁연표

解放軍出版社, 2003

中國軍事史 編寫組, '中國歷代戰爭年表 중국역대전쟁연표'(解放軍出版社, 2003)

최근 중국의 국가전략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소프트 파워전략입니다. 물리적인 힘이 아니라 문화로 세계를 제패하겠다고 천명한 것입니다. 그래서 중국은 자신들이 전통적으로 평화애호민족이었음을 부각시키려고 노력합니다. 요즘 중국의 행보를 보면 재미있습니다. 주변 국가에서 재난과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적극적인 구호와 원조활동을 하고, 역내 국가들과의 다자협력에도 솔선수범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국, 일본 등 지역 국가들과 협력하여 한자로 된 문헌들을 찾아 정리하는 작업도 하고 있습니다. 공자학원에서 중국문화와 말을 가르치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순한 판다곰의 이미지를 만들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중국 판다는 대나무만 먹고사는 순하고 게으른 판다가 아닙니다. 어쩌면 '쿵푸판다'라는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무림고수 판다가 진짜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근대시기 아편전쟁, 청일전쟁에서 패배하고 남경대학살을 저항 없이 받아들인 것은 중국민족이 유순하거나 평화를 사랑했기 때문일까요? 결코 아닐 것입니다. 단지 힘이 없어서 당했을 뿐입니다. 청조 시기의 오랜 평화기가 군사력을 약화시키고 긴장을 해제시켰기 때문입니다.

중국군사사 편집부가 정리한 '중국역대전쟁연표'(해방군출판사, 2003)를 보면 중국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입니다. 전설시대인 신농씨 시대부터 지금까지 쉼 없이 전쟁을 해왔습니다. 작게는 부족국가 간 전쟁에서 크게는 국가 간의 전쟁까지 각종 유형의 전쟁을 치렀습니다. 기원전 3000년 무렵부터 서기 960년까지 총 2천45차례의 크고 작은 전쟁이 있었는데, 주목할 점은 중국의 유학이 융성하고 다양한 문화가 발전하던 춘추전국시대에 전쟁 빈도 수가 625회로 가장 많다는 점입니다. 서기 960년부터 1911년까지 발생한 전쟁건수를 집계하면 총 1천761회에 이릅니다.

중국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중국 땅에서 벌어진 전쟁의 총수 3천806회, 이는 말 그대로 5천년 역사의 대부분이 전쟁 중이었다는 말입니다. 끊임없이 분열하고 합종연횡하고 팽창'축소하는 연동운동을 해 온 것입니다. 이런 중국이 소프트 파워를 전면에 내세우고 문화를 이야기하고 평화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소프트 파워 이면에 존재하는 전쟁본능을 감춘 채 말입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지금까지 자신이 치른 전쟁의 경험과 자료들을 꼼꼼히 정리하고 되새기고 있습니다.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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