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앞두고 정치권 주요 이슈로 부상
'부자 증세' 논의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중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부유층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자는 이른바 '버핏세'(Buffett Rule)에 대해 야당뿐 아니라 한나라당 내에서도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와 재계가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며 반발, 정치권이 어떻게 설득할지 주목된다.
▶한나라당 계파 떠나 찬성 입장
29일로 예정된 '쇄신 연찬회'에서 이 문제가 공론화될 전망이다. 이달 초부터 '부자 증세' 논의에 불을 지폈던 쇄신파 의원들은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 제안 등을 당론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본21'은 24일 모임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제도화하는 차원에서 과세표준 1억5천만원 또는 2억원 초과 구간을 새로 만들어 그 이상 과표구간 세율을 40%로 높이자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자 증세' 요구는 계파를 떠나 확산되는 모양새다. 홍준표 대표도 24일 "8천800만원의 소득이 있는 사람이나 100억원 소득자나 같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문제"라며 "법은 국회에서 만드는 것이니 당 정책위원회에서 이 부분을 충분히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친박계인 유승민 최고위원도 가세했다. 그는 "버핏세라는 표현에는 동의를 안하지만 부자 증세의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시작되는 것은 찬성한다"며 "다만 주식양도소득에 대한 과세 등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 최고위원은 특히 "정책기조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려면 당 정책기구가 좀 더 확대개편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두언 의원은 "버핏세는 어차피 총선 전에 야당이 한나라당을 부자정당으로 몰면서 제기할 문제"라며 "수세적인 입장에서 논하는 것보다 먼저 전향적인 검토를 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내 핵심 정파가 이처럼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여당이 처한 상황이 최악이기 때문이다. 당초 쇄신파가 '부자 증세'를 들고 나왔을 때만 해도 한나라당 내에서는 "아이디어의 하나일 뿐"이라는 기류가 강했던 점을 감안하면 큰 변화다.
▶불편해진 야당
민주당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정동영 최고위원이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부유세 신설을 주장해오고 있다. 순자산 30억원 이상인 개인과 1조원 이상 법인을 대상으로 순자산액의 1~2%를 별도로 과세하자는 게 요지이다.
정 최고위원은 이달 17일 대구에서 열린 한 강연에선 "부자 증세야말로 보편적 복지의 주춧돌이 될 수 있다"며 "고액 금융자산가에 대한 증세 문제는 금융신자유주의의 폐단이 극심한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부유세나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의 사회복지 목적세,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의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 구간 신설 같은 부자 증세 제안은 세입 증대 효과뿐 아니라 사회 통합을 통해 부자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사회통합세'라는 의미도 있다"며 "부자 증세 없는 보편적 복지는 허구이자 말장난"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선 지난 8월 '증세 없는 보편적 복지안'을 마련한 터라 부자 증세가 새롭게 거론되는 상황이 다소 불편하다. 더욱이 한나라당이 공세적으로 나오면서 선점했던 복지 이슈를 뺏길 가능성도 있다.
현재 부자 증세와 관련,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지난해 9월 제출한 소득세법 개정안과 참여연대가 최근 입법청원 형태로 낸 소득세법 개정안 등이 있다. 이 대표는 개정안에서 현행 4단계인 과세표준에 1억2천만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40%의 최고세율을 매기도록 했다. 참여연대 안은 이 대표 안과 유사하지만 적용 세율에 약간 차이가 있다.
▶정부'재계 설득 이뤄질까
문제는 총선 패배 걱정 속에 다급하게 움직이는 한나라당과는 달리 정부가 부정적인 입장이라는 점이다. 소득세 법인세 추가감세 기조에서 철회로 돌아선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증세로의 급속한 방향 전환은 경제 전반에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정부'청와대 vs 여당' 간의 일전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으로 예정됐던 법인세와 소득세 추가 감세를 취소했는데 지금 다시 증세를 논의하는 것은 단기간에 너무 급격한 변화"라며 "한 번에 너무 많은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밝혔다. 또 "소득세 최고구간 세율을 조금 올려도 세수 확보에 그다지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도 했다.
재계 쪽에서도 반발하고 있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한 인터뷰에서 "세수가 기대만큼 크게 늘어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계층 간 갈등이나 탈세 등과 같은 부작용이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트럼프, 중동상황으로 조기 귀국"…한미정상회담 불발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