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어부들이 그물 대신 '총'을 든 이유

입력 2011-11-26 07:51:12

해적국가/피터 아이흐스테드 지음/ 강혜정 옮김/ 미지북스 펴냄

소말리아 해적들은 더 이상 머나먼 해역에서 유람선과 화물선을 공격하는 집단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선박들을 하루가 멀다 하고 공격하며, 한국선박도 피랍되거나 피랍위기에서 구출되기도 했다.

소말리아 해적들은 정말로 가난과 질병에 찌들어 자포자기한 어부 무리일까? 아니면 조직적인 범죄 집단일까? 아니면 소말리아와 아프리카를 사로잡고 있는 극단주의적 광기와 관련돼 있는 것일까.

해적은 이제 소말리아 근해를 벗어나 인도양 깊숙한 곳까지 진출하고 있다. 국제적인 자본가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도 이 수지 맞는 사업에 끼어들고 있다. 소말리아 해적 문제의 근본 원인은 무엇이고, 그 해법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 것인가?

지은이 피터 아이흐스테드는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동아프리카를 종횡으로 누볐다. 교도소에 수감된 해적들을 만났고, 해적 재판에 참가했으며, 케냐 북부의 소말리아 난민 수용소도 방문했다. 소말리아 해적과 그들을 후원하는 사람들과 비밀스러운 만남도 가졌다. 그 밖에 해적 문제 협상가, 유엔 무기금수조치 감시단, 여러 인권단체 활동가, 유럽연합 해군 지휘관 등을 만났다.

지은이는 "해적 행위는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전염병이다. 하지만 이들의 해적 행위는 뿌리 깊은 문제로 나타나는 하나의 증상일 뿐이다. 진짜 문제는 소말리아 그 자체다"고 말한다.

소말리아는 1991년 시아드 바레 정권이 붕괴된 뒤 여러 군벌과 이슬람 무장세력들의 내전으로 무정부 상태에 놓여 있다. 1994년 모가디슈 전투 이후 미국과 국제사회도 발을 빼면서 총을 가진 자가 곧 지배자가 되는 무법천지가 됐다.

현재 소말리아는 북부의 소말릴란드, 아프리카의 뿔 지역인 푼틀란드, 명목상 과도정부가 통치하는 남부로 분리돼 있다. 그나마 정치가 안정적인 소말릴란드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참혹한 내전과 극심한 기아로 신음한다. 제대로 된 정부가 없으니 전기와 수도, 학교와 병원 같은 공공 서비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소말리아 어부들은 가난 때문에 해적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어자원이 풍부한 연안까지 외국 어선들이 나타나 조업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위권 차원에서 총을 들었는데, 점점 해적 행위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2004년 겨울 동남아시아를 휩쓴 쓰나미로 인해 서구의 폐기물이 인도양을 가로질러 소말리아 해안을 덮쳤고, 이로 인해 10만 명의 소말리아인들이 길거리로 나앉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해적 행위의 가장 크고 중요한 원인은 오랜 내전과 가뭄에 따른 극심한 가난이다.

여기에 자본가들이 개입하면서 해적 행위는 더욱 치밀하고 과감해졌다. 과거 소말리아 해적은 바다에 떠도는 오합지졸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중무장한 범죄조직이 됐다. 군사력과 자금력에서 과도연방정부에 필적하거나 오히려 능가하는 조직이 붙었기 때문이다. 이들 조직은 보트와 연료, 무기와 탄약, 통신장비뿐만 아니라 배를 직접 납치할 행동대원, 정치적 보호막, 납치한 선박을 정박할 씨족 공동체, 외국어 능력을 갖춘 협상가, 돈세탁 전문가까지 제공한다. 일부 조직은 이웃 나라 항구에 정보원을 두고 어떤 배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싣고 바다로 나가는지까지 파악해 해적 행위를 조종한다.

지은이는 '해상 자위로 해적 행위를 일부 막을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 해결은 해상이 아니라 육지에 있다'고 말하고 '해적 행위에 맞설 수 있는 역량과 의지를 갖춘 정부, 해안 경비대 증강, 만연한 빈곤 해결, 외국 어선에 대한 어업 허가 철회, 소말리아 어부들의 어업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더불어 국제사회의 협력과 지속적인 지원으로 소말리아 사회와 경제를 재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340쪽, 1만6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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