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후원금 좀 내시죠"…공무원 조르는 선관위

입력 2011-11-25 10:40:24

시군·기관 무차별 독려 지자체도 동조 '압박'

지역 각 선거관리위원회와 지방자치단체들이 공무원 등을 상대로 정치자금 기탁금을 앞다퉈 받아내 빈축을 사고 있다. 사진은 지역 한 선거관리위원회가 지자체에 보낸 기탁금 안내 공문.
지역 각 선거관리위원회와 지방자치단체들이 공무원 등을 상대로 정치자금 기탁금을 앞다퉈 받아내 빈축을 사고 있다. 사진은 지역 한 선거관리위원회가 지자체에 보낸 기탁금 안내 공문.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와 자치단체가 공무원 등을 상대로 전화나 공문을 통해 정치자금 기탁을 앞다퉈 받고 나서 공직사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검찰이 올 들어 민주노동당에 정치후원금을 낸 교사들을 잇따라 기소해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선관위가 기탁받은 정치자금의 경우 정당 의석수에 따라 배분하게 돼 의석수가 많은 특정 정당에 정치자금이 몰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영주시선관위를 비롯한 경북 각 시군선관위는 각 시군청을 비롯해 경찰서, 교육지원청, 세무서, 소방서 등 공공기관과 농협, 축협, 산림조합 등 단체에 정치자금 기탁금제도 안내공문과 기탁서를 보내 정치자금 기탁을 독려했다.

이 공문에는 '정치자금 기부 안내 리플릿을 귀 기관의 직원들에게 안내해 많은 직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협조 바란다. 우리 위원회에 정치자금을 기탁하면 '조세특례제한'이 정하는 바에 따라 10만원까지는 세액공제를, 10만원 초과하는 금액에 대하여는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고 적혀있다.

봉화군은 선관위가 보낸 공문을 내부 전산망을 통해 전달한 뒤 직원들이 동의하면 봉급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정치자금을 모금했으며, 지금까지 총 248명으로부터 2천450만원을 모금했다. 군은 24일 오후 2시 30분 군수실에서 봉화군 직원이 모금한 정치자금 기탁금을 봉화군선거관리위원회에 전달하는 기탁식을 갖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영주시도 현재까지 200여 명으로부터 2천여만원의 정치후원금을 모금한 상태이며 다음 달 20일까지 모금을 계속할 계획이다.

특히 지역에서는 특정 정당의 공천을 받아 당선된 국회의원과 단체장이 절대다수인데다 의석수도 가장 많아 정치자금 기탁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선관위와 지자체가 정치자금 기탁에 앞다퉈 나서자 공무원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영주시 한 직원은 "공무원은 일체 정치적 활동을 할 수 없는데도 정치후원금 모금은 괜찮은 건지 알 수 없다. 인사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공문을 하달하니 동의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봉화군 한 공무원도 "요즘같이 국민적 불신을 사는 정치판에 한푼의 후원금도 내기 싫다"며 "공무원이 봉이냐. 이런 식의 모금방식에서 후원금을 내지 않기가 어려운 분위기"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경북선관위 관계자는 "정치자금 기탁금 제도 홍보는 선관위가 전국적으로 하고 있으며 강제성을 띤 것은 아니다"며 "모은 기탁금은 각 정당의 의석수에 따른 국고보조금 지급 비율로 배분된다. 5석 이하 의석을 가진 정당은 의석수에 따라 2%씩, 5석 이상 정당의 경우 의석수에 따라 5%씩 배분된다"고 했다.

영주'봉화 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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