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한국 가요계의 거목이었던 한 중년 가수가 지독한 루머에 시달린 나머지 기자회견장에서 기상천외한 행동을 해 이목을 집중시킨 적이 있다.
'일본 조직 폭력배들로부터 중요부위를 절단당했다''영화배우 K양과 열애 중이다' 등 삼류소설과도 같은 루머를 우리는 기억한다. 결국 그 가수는 기자회견 도중 단상 위에 올라가 바지 지퍼에 손을 대고 말했다. "내가 이 자리에서 바지를 벗으면 내 말을 믿겠는가." 순간 그를 바라보던 모든 기자들은 숨을 죽였고, TV를 보던 시청자들도 긴장했다.
한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은 바로 책임감 없는 말 한마디 때문이다. 그 괴담을 한 번이라도 입에 올렸던 이들은 잠시나마 마음이 편치 못했을 것이다. 근거 없는 말 한마디를 술자리에서 친구에게 떠든다고 해서 물론 쇠고랑 차지 않는다. 경찰도 출동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서 더 무서운 것이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무심코 던진 남의 말 한마디에 당사자들은 죽음과도 같은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한다. 그만큼 직접적인 폭력보다 때로는 말 한마디, 글 한 줄이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는 말이다.
백 번 양보해서 연예인을 둘러싼 괴담은 그만큼 그들이 알려진 이들이기 때문이고, 또 그 파장이 한 인간에게 국한될 뿐이라고 하자. 오해가 풀리고 나면 그냥 한바탕 해프닝이었다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떠돌고 있는 괴담은 얘기가 다르다. 사람은 물론 한 국가를 죽이고 미래를 죽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최근 트위터 등에는 한'미 FTA가 비준되면 국민건강보험이 없어지고, 의료비가 급등한다는 글이 급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다. 한국 공공정책이 완전히 손발이 묶여 가스, 전력, 수도 등 공공요금이 급등할 것이라고도 한다. 쌀농사가 전폐되고 식량이 무기화되며, 인간광우병이 창궐한다는 말도 떠돈다. 과연 그럴까? 천만의 말씀이다. 국민건강보험은 한'미 FTA 적용 대상이 아닐뿐더러, 의료 분야는 개방 대상에서 예외사항이다. 한'미 FTA가 체결되더라도 공기업 민영화는 우리 정부의 권한이기 때문에 공공요금 인상은 FTA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한마디로 술자리에서 심심풀이로 떠들어댈 만한 근거 없는 말들이 SNS를 통해 마치 확인된 사실인 것처럼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SNS의 확산력은 엄청나게 빨라지고 그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한 사람이 트위터에 올리면 그 글을 본 수십 명이 또다시 수십 명, 수백 명에게 리트윗 하기 때문에 입소문 정도의 수준이 아니다. 그래서 무서운 것이다.
필자가 느끼기에 지금의 SNS에 떠도는 FTA 괴담은 마치 1960, 70년대 북한의 삐라 살포를 떠올리게 한다. 그 당시 우리 국민들은 삐라를 주우면 당연히 경찰에 신고했다. 국민들에게 미칠 악영향에 대해 모든 국민들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오히려 근거 없는 괴담을 퍼뜨리는데 여념이 없다. 그것도 모자라 국회에 난입하고, 촛불집회까지 벌이고 있다. 게다가 야당 지도자들은 그들을 부추기는 어이없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구미 탑정형외과연합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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