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진 셰프의 이탈리아 음식열전] 미식여행-(10)라치오 주(州) 로마

입력 2011-11-24 14:24:27

로마 전통 파스타 '아마트리챠나' 단순하지만 강렬

이탈리아의 각 지방을 대표하는 전통 음식과 특색있는 음식문화를 소개하는 '미식여행'을 연재하면서 꼭 마지막에 소개를 하고 싶어 아껴둔 곳이 있다. 마치 도시 전체가 시간이 정지된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묘한 매력을 풍기는 곳,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이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면서 언젠가 다시 이 도시에 올 수 있기를 갈망하곤 하는 곳이다. 바로 이탈리아의 수도이자 수천 년의 역사가 그대로 녹아있는 도시, 로마다. 유럽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반 이상이 이탈리아에 있고, 그중에서도 대부분이 로마에 집중되어 있다. 그만큼 로마는 세계 문화의 중심에 위치해 있으며 지금도 도시 구석구석에서 고대 역사가 살아 숨 쉬고 있다.

로마에서 가장 위대한 원형 경기장인 '콜로세움', 세계 가톨릭의 수도 '바티칸', 라파엘과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등 세계 최고의 컬렉션을 자랑하는 '바티칸 박물관', 세계에서 가장 크고 신성하다는 '산 피에트로 대성당', 로마의 모든 신들을 위한 신전 '판테온', 바로크풍의 건축 양식과 모자이크 작품이 훌륭한 '산타 마리아 마죠레 성당' 등…. 길가에 돌멩이 하나도 허투루 보지 말라는 도시 로마에 그냥 서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세계 최고의 관광도시라는 점에 이목이 집중되다 보니 로마는 이탈리아 타 지역에 비해 고유의 음식에 대해서는 잘 알려질 기회가 없었다. 무조건 외국 관광객에 맞추어 상업적으로 변질된 몇몇 레스토랑의 음식을 로마의 맛(Sapore di Roma)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로마가 속한 라치오(Lazio) 주 음식은 '간결하면서 강렬하다'(semplice ma forte)고 특징지을 수 있다. 복잡한 조리 과정을 거치지 않는 단순함이 돋보이지만, 각종 허브나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강하고 자극적인 맛이 특징이다. 손수 갈아 넣은 흑 후추와 톡 쏘는 '페코리노 치즈'(pecorino)의 향이 계란의 녹진함과 어우러진 '까르보나라'(carbonara), 훈제한 돼지 볼살에 이탈리아산 고추의 매콤함을 더한 '아마트리챠나'(amatriciana)는 로마를 대표하는 전통 파스타다. 또 소나 돼지고기에 생햄을 얹어 세이지와 같이 육류와 어울리는 허브를 넣어 만드는 '살팀보카 알라 로마나'(saltimbocca alla romana)는 '너무 맛있어서 입속에서 튄다'라는 뜻을 가진 요리로 이탈리아 전 국민에게 사랑받는 대중적인 음식이다.

로마의 전통 음식은 재료부터가 범상치 않다. 당시 왕족이나 귀족들이 살코기와 같은 좋은 부위의 육류 요리를 즐겼다면, 서민들은 남은 부산물로 다양한 방식의 음식을 만들어 먹었는데, 이것이 오늘날에 영양가 높은 건강식으로 각광 받고 있다.

소꼬리를 기름에 살짝 튀긴 후 뭉근히 졸이는 '꼬다 알라 바치나라'(coda alla vaccinara)는 마치 우리나라 소꼬리찜을 연상케 하지만, 걸쭉한 토마토소스와 꼬리뼈에서 우러나온 깊은맛이 부드러운 육질과 어우러져 입안에서 살살 녹는 식감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와인과 각종 허브로 잡내를 제거하고 치즈로 풍미를 더한 '로마식 소 내장'(trippa alla romana) 또한 요즘같이 쌀쌀한 날씨에 딱 어울리는 영양식이다. 또 일본 미하기현의 센다이를 대표하는 명물인 '규탕'(소혓바닥 요리)과 비교했을 때 절대 밀리지 않는 허브소스를 곁들인 로마 전통 '소혓바닥 요리'(lingua di vitello in salsa verde) 역시 몸에 좋고 귀한 명품 음식이라 할 수 있다.

로마를 여행할 기회가 있다면, 거리 곳곳의 노천카페가 주는 낭만적인 여유로움에도 흠뻑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 부드러운 카푸치노(cappuccino)에 로마인들이 즐긴다는 치즈 케이크(torta di ricotta) 한 조각을 곁들이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로마에 가면 반드시 빼놓을 수 없는 이탈리아 전통 방식의 아이스크림인 '젤라또'(gelato)는 공기함유량이 적어 진하고 부드러운 맛에 과즙이나 천연재료로 만들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한다. 영화 '로마의 휴일'의 오드리 헵번처럼 스페인 광장에서 먹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제대로 된 미식 여행을 위해서는 맛있는 '젤라떼리아'(gelateria, 젤라또 파는 가게)를 찾아다니는 센스를 잊지 말자. 100여 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한다거나,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먹어보고 극찬을 했다는 유명한 젤라떼리아도 있으니 꼭 한번 가볼 것을 권한다.빠빠베로 오너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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