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메기·오징어·대게…"구룡포의 겨울은 맛있네"

입력 2011-11-24 10:04:53

겨울철 대표 별미이자 명물인 구룡포 과메기가 해풍을 맞으며 얼고 녹고를 반복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겨울철 대표 별미이자 명물인 구룡포 과메기가 해풍을 맞으며 얼고 녹고를 반복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구룡포에서는 겨울 바닷바람을 맞으며 건조되는 오징어 행렬을 감상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포항시 제공
구룡포에서는 겨울 바닷바람을 맞으며 건조되는 오징어 행렬을 감상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포항시 제공

앙칼진 갈매기 소리와 거센 겨울바람에 밀려와 갯바위에 부서지는 파도, 수평선을 넘어오며 지친 항해의 나래를 접는 고깃배들, 포구 어디서나 마주치는 과메기'오징어 덕장과 대게 행렬…. 이런 풍광으로 구룡포는 겨울이 더 아름답다.

구룡포는 '갈매기의 바다'이다. 백사장이나 갯바위에 앉았다 한꺼번에 날아오르며 먹구름처럼 바다를 덮는 수천 마리의 갈매기 무리를 쉽게 볼 수 있다. 구룡포에 갈매기가 많은 것은 풍부한 먹을거리 때문이다. 동해안 최대 어장인 구룡포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해역과 일본 오키군도 어장에 고기잡이를 나간 어선들이 다 들어오는 곳에 앉아 있다.

이 같은 지리적 여건으로 과메기와 오징어, 대게는 국내 최대 생산량을 자랑하며 포항의 특산품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부둣가를 따라 즐비한 횟집에서는 대게 찌는 소리와 냄새가 진동하고, 꽁치말림인 과메기와 오징어는 덕장에서 해풍을 맞으며 잘 여물고 있다.

◆겨울철 명물 구룡포 과메기

구룡포 과메기는 겨울철 대표적 별미이자 명물로 손꼽힌다. 멀리 시베리아에서 찬 바람이 불어오면 파도소리 요란한 구룡포의 바닷가 덕장에서는 과메기를 손질하는 어부의 손길이 바빠진다. 야들야들 숙성된 과메기를 마늘, 쪽파 등과 함께 김이나 생미역에 얹어 초장을 찍어서 돌돌 말아먹으면 구룡포의 겨울은 어느덧 훈훈한 계절이 된다. 구룡포 과메기는 구룡포 지역의 차고 건조한 바닷바람으로 대표되는 특유한 기후 덕분에 비린내가 나지 않고 쫄깃하며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구룡포는 겨울에 북서풍이 세게 부는 지형이다. 구룡포 북서쪽에는 포항 앞바다인 영일만이 있고 장기곶을 이루는 완만한 능선이 있다. 백두대간을 넘어온 겨울철 북서풍은 영일만을 거치면서 습기를 머금고, 다시 한 번 구룡반도 산줄기를 넘어오면서 습기를 넘겨주어 바람은 건조해지고 차가워진다. 이 바닷바람이 꽁치를 얼리고 녹이는 것을 반복하면서 과메기 비린내를 아예 없애주고 진득한 맛을 넣어 준다.

전국 과메기 생산의 90% 이상은 구룡포와 장기, 대보, 동해면 등 포항에서 생산되고 이중 80%가 구룡포에서 생산된다. 2007년 7월 포항 구룡포지역은 과메기 산업특구로 지정돼 이곳에서 생산되는 상품은 '구룡포 과메기'로 불린다. 지난해의 경우 구룡포 과메기는 5천500t이 생산돼 66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판매가격이 오르고 있어 최대 규모인 700억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원전 사태로 일본산 꽁치 수입이 중단되고 러시아 어획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부족한 물량은 대만에서 수입해 채우고 있으나 현재 도매가격은 1㎏(20마리)당 지난해보다 20% 오른 1만4천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포항구룡포과메기협동조합 김점돌 이사장은 "올해 과메기의 인기를 더 실감하고 있으며 다음 달부터 인터넷과 홈쇼핑 판매를 본격화하면 매출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청정해역에서 어획되는 구룡포 오징어

지난해 2만5천t의 어획고를 올려 울릉도보다 2배나 많은 어획량을 기록한 '구룡포 오징어'도 포항의 특산물이다. 140여 척의 근해채낚기 어선이 오징어 어획을 하고 있으며 2008년에 어획고 430억원, 2009년 640억원에 이어 지난해는 901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는 등 해마다 큰 매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동해 청정해역에서 어획한 오징어를 차고 건조한 바닷바람으로 일정수준(70%)까지 건조시킨 피데기는 육질이 연하고 감칠맛이 뛰어나다.

오징어는 머리를 좋게 하고 당뇨'심장병'시력회복 등에 효력 있는 DHA, 성인병을 예방하는 HDL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노화방지에 탁월한 식품이다. 단백질이 소고기의 4배 이상 함유돼 있고 체내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유리아미노산이 풍부하다.

겨울 바닷바람을 맞으며 구룡포를 뒤덮은 덕장에서 익어 가는 과메기와 건조되는 오징어를 감상하는 그 자체가 하나의 관광상품이고 즐거움이다.

◆전국 제1의 어획량 구룡포 대게

'구룡포 대게'도 전국 제1의 어획량을 자랑한다. 구룡포 인근에서 대게를 어획하고 있는 어선들은 150여 척으로 주로 연안 5, 6마일 해상과 한일 중간수역의 수심 200~400m 청정심해에서 통발 및 자망어구를 사용해 어획한다.

동해바다 깊은 곳에서 어획하는 구룡포 대게는 속이 꽉 차 있고 단백하고 쫄깃하며 가격이 저렴해 많은 사람들이 즐겨찾고 있다. 대게에는 단백질 함량이 많으며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에게 좋은 식품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지방 함량이 적기 때문에 맛이 담백하고 소화에도 도움이 되는 식품으로 전해진다.

구룡포항 소속 어선들이 일본 오키군도 등지에서 잡은 대게는 구룡포 어판장에서 오전 내내 경매가 이뤄지고, 신선하고 속이 꽉 찬 대게를 선점하려는 상인들의 발길로 어판장은 북새통을 이룬다.

구룡포 대게 위판 물량은 2009년에 연말 기준으로 685t(매출액 117억원), 2010년은 1천500t(108억원)으로 전국 생산량의 45%, 경상북도 생산량의 57%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구룡포 대게는 울진, 영덕 등 인근 지역의 브랜드에 밀려 제값을 받지 못한다는 게 구룡포 어민들의 불만이다. 포항시에 따르면 구룡포 대게 전체 어획량 중 15%만 포항에서 유통되고 나머지 85%는 인근 지역으로 팔려나가 다른 지역 브랜드로 둔갑돼 유통되고 있다는 것.

이에 포항시는 구룡포에 대게 종합유통센터를 건립해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대게를 구입할 수 있도록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대게 품질의 우수성을 널리 홍보하고 있다. 또 구룡포와 호미곶 등 연근해 대게어장 조업수역에 대한 정비사업을 벌여 대게 어장 형성에 장애가 되는 바닷속 폐어망과 어구를 인양하고 있다. 포항'강병서기자 kb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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