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대 대구미술관장의 2년 임기가 내년 1월 초 끝남에 따라 김 관장 재임용 여부에 미술인들의 관심이 쏠려 있다.
대구시가 재임용과 관련, 김 관장에 대한 여론을 파악하고 있는 가운데 찬반이 극명하게 나뉘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는 형편이다.
◆대구미술관 급 한층 높였다
김 관장의 소신 있는 미술관 운영이 대구미술관 초대 관장으로서 오히려 적합했다는 의견도 있다. 미술계 한 관계자는 "미술관은 수많은 이권 문제에 개입되기 쉬운데, 지역 연고가 없는 타지 관장이 옴으로써 이권 개입 여지가 적었다"고 평가했다.
미술인 A씨는 "미술관의 시스템이 갖춰질 때까지는 체계를 잡는 게 지역 미술인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면서 "미술관의 성격이 규정되기 전에는 관장에 따라 그 특색이 매우 달라지는 만큼 미술관이 자리 잡을 때까지만이라도 현재 관장이 재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 관계자 B씨는 "처음 미술관이 들어섰을 때 차라리 없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가질 만큼 미술관 전시실의 모습은 엉망이었지만 김 관장이 미술관의 급(級)을 한층 높였다"면서 "미술관장이란 직책이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그래도 대구가 부끄럽지 않을 만한 수준의 미술관을 가질 수 있게 된 건 김 관장 덕분"이라고 했다.
개관 후 지금까지 김 관장이 선보인 전시는 '기가 차다'와 '삶과 풍토'전. 한 큐레이터는 "이런저런 작품을 모아놨다는 비판도 일부 있지만 그래도 그 정도 고가의 미술품을 빌려올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오히려 "지역성을 떠났기 때문에 볼거리가 있는 미술관이 됐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미술인은 "우리에겐 더 이상의 문화예술회관은 필요 없다"면서 "후발 미술관인 만큼 좀 더 넓은 시야를 제시하지 않으면 눈에 띄지 못하는 군소 미술관으로 전락할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모두가 인정하는 권위를 갖는 미술관이 되기 위해 엄격한 전시와 소장품의 잣대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 문화관계자는 "임용된 지 2년이 돼가지만 실제 개관한 지는 1년도 안 되는 만큼 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냈다.
김용대 대구미술관장은 처음부터 "미술인을 위한 미술관이 아닌, 대구시민을 위한 미술관"을 표방해왔다. 김 관장은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미술관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지역에서 열리는 전시를 관람하며 실력 있는 미술인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전시회, 지역 미술인 배제
지역과 연고가 없었던 김 관장은 임용 초기부터 지역 미술인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10년 만에 미술관이 만들어졌는데 정작 지역 미술인들이 설 자리는 없다" "미술관이 현대미술의 일부분에 치중하고 있다"는 등의 우려가 2년간 계속돼 왔다.
지역 미술계는 줄곧 '지역 미술인들이 힘을 쏟아 미술관을 만들었는데 정작 소외되고 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미술인 C씨는 "지역에서 오랫동안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미술을 지켜온 이들이 있는데, 대구미술관 전시에서 지역의 미술가는 배제된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국화가 D씨는 "대구는 구상미술과 한국화 등의 토양이 풍성한 만큼 우선 지역미술인들을 아우르고 난 후에 전국적 규모나 시점의 전시를 선보였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공식적인 미술관 개관식 등의 행사에 지역 화랑이나 미술인들에게 초청장을 돌리지 않은 것도 문제의 소지가 됐다.
'소통 부재' 등 김 관장의 대구미술관 운영 방식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미술평론가 E씨는 "미술관 내부에서 진행되는 일은 소위 '선수들'조차 모를 정도로 알려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좀처럼 미술인들의 행사에 나타나지 않는 것도 지역 미술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미술관계자 F씨는 "주관적인 시각도 중요하지만 지역 미술인들 사이에 네트워크를 만들고 도움을 받을 필요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지 않아도 미술관의 접근성이 어려운데, 미술관의 분위기도 마찬가지라는 비판도 있다.
미술인 G씨는 "미술관도 시민에게 서비스하는 공간인데 직원들부터 너무 뻣뻣하고 문턱이 높다"고 비판했다. "많은 미술인들은 물론 미술관에 작품을 기증하려던 사람들의 마음까지 돌아섰다"고 말했다. H씨는 "자신의 취향이 강한 만큼 지역과의 소통은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고, 앞으로 지역 미술계에 어떤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미술관계자는 "대구에 맞는 미술행정을 했는지 겸허하게 돌아보고, 대구미술가들의 민의를 좀 더 폭넓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미술관계자는 "21세기 미술관은 시민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어야 하는 만큼 세계적인 미술관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미술관, 어디로?
4번의 공모에서 잇따라 '합격자 없음'으로 공석이던 대구미술관 학예실장이 최근 선발됐다. 개관 7개월 만에 미술관의 핵심인 학예팀을 이끌어갈 학예실장이 결정된 것. 한 미술관계자는 "오히려 미술관장보다 중요한 직책이 학예실장"이라면서 "개관 전부터 학예실장 중심으로 준비해야 했지만 너무 늦은 감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대구미술관이 지역 미술 아카이브 구축에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 역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미술인 I씨는 "지난해 겨울 정점식 화백의 집에서 트럭 두 대 분량의 각종 자료들이 헌책방에 팔려 뿔뿔이 흩어졌다"면서 "이를 알고 뜻있는 몇몇 사람들이 급하게 자료를 되사기는 했지만 지역 미술의 역사가 될 만한 중요한 자료는 이미 헌책방에서 사라져버린 후였다"며 안타까워했다. 미술인 J씨는 "이제 지역 원로 미술인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는데 학예연구사들이 발 빠르게 다니면서 자료를 모으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질타했다.
기관장 인선에 대한 대구시의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문화관계자는 "문화예술 각 분야 수장에 대한 크고 작은 이야기는 인선철만 되면 불거져 나오는 문제"라면서 "어떤 경우에는 잡음을 방지하기 위해 무난한 인사를 고집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지역 예술인 사이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외부인사를 영입한다. 절차에 따라 사람을 선정해 놓고도 잡음이 들리면 없었던 식으로 무마하는 대구시 인선을 지적했다. 대구시가 결정을 할 때는 신중히 하고, 결정한 뒤에는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민감한 문제인 만큼 미술인들과 지역 안팎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있는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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