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공간에 놓여진 도자기 몇 점은 한 편의 시(詩)다. 어두운 조명 아래 몸을 드러낸 항아리는 그 선이며, 결이 고와서 마음까지 저절로 비워지는 느낌이다.
동원화랑의 전시실에는 왼쪽에는 이강효의 분청항아리가, 오른쪽에는 권대섭의 백자 달항아리가 점처럼 놓여 있다. 단 세 점씩, 작가의 최고 기량을 느낄 수 있는 작품만 엄선했다.
권대섭의 백자달항아리는 백색의 깊고 소박한 멋이 은은하게 밴 작품이다. 수많은 백자달항아리 가운데서도 권대섭의 달항아리는 고졸한 멋으로 인정받고 있는 작품이다. 조선시대 장을 담아 두기도 하고 곁에 두고 보기도 한 실용적인 달항아리는 현대미술의 맥락에서 재해석되면서 특히 작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달항아리의 매력은 김환기, 이우환 등이 작품에 차용할 정도로 독특한 미감을 발휘한다. 권대섭의 항아리는 전통과 현대의 감각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아름다움을 선보인다. 불필요한 곡선과 면이 최소화되어 우리 민족의 정서와 실용성, 견실성을 엿볼 수 있다.
작가가 직접 두드려 만든 이강효의 분청항아리는 질박한 손맛이 느껴진다. 이강효 작가의 그릇에는 탁월한 비례미와 세련되면서도 힘이 넘치는 선의 아름다움, 절제된 가운데 두드러지는 색감이 담겨 있다. 늦가을 바람 냄새가 나는 분청항아리는 질박하고 소박한 마음을 담고 있다.
분청항아리와 백자달항아리는 어두운 전시 공간에서 서로 대화를 하듯 특별한 아우라를 만들어가고 있다. 작가들의 개성이 묻어나는 다완도 전시장 한쪽에 전시되고 있다. 가을, 사색을 유도하는 권대섭, 이강효 전시는 26일까지 동원화랑에서 열린다. 053)423-1300.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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