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동에서] 대구문학관의 성격

입력 2011-11-22 07:12:09

우여곡절 끝에 대구문학인들의 숙원사업인 대구문학관 설립이 결정됐는데, 그 성격을 놓고 논란이 많다.

종합문학관 형태로 대구의 근'현대 문인들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지역 출신으로 상당한 업적을 갖춘 문학인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더 나아가 시기별로 혹은 특정인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구문학관은 '누구를 기리기 위한'이 아니라 '무엇을 기리기 위한'에서 출발해야 한다. 인물보다는 주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이다.

대구문학이 한국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대구 출신의 이름난 문인들이 많다는 이유도 있으나 한국전쟁 당시 국내 문인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대구에서 피란살이를 하면서 문학을 꽃피웠다는 점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대구문학관은 '전쟁'을 주제로 하는 문학관이 되어야 한다. 대구문학관이 들어서는 대구시 중구 향촌동의 옛 상업은행 건물 1, 2층이 대구시 중구청이 추진 중인 '전후문화재현관'이라는 점도 이 지역의 전쟁 관련 역사의 중요성을 증명한다.(대구문학관은 이 건물 3, 4층에 입주할 예정이다.)

대구문학관이 종합문학관으로 개관한다면 독특한 특성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다. 경주 출신으로 대구 계성중학교에서 공부했던 까닭에 대구 출신으로 치는 동리와 목월은 이미 경주에 문학관이 있다. 게다가 경주에 기반을 둔 동리목월기념사업회에서 활발한 문학사업을 펼치고 있다. 시인 이상화는 이상화기념사업회가 조직되어 전국 규모의 축제를 개최하고, 문학상도 제정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더구나 이상화 고택은 '이상화 문학의 산실'로 이미 자리를 잡았다. 대구의 자랑인 근대소설가 현진건에 대해서도 대구문인협회 소설분과에서 현진건 문학상을 제정해 그 뜻을 기리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대구시서부도서관이 향토 출신 문인들의 작품과 업적을 상설 전시하는 '향토문학관'을 개원한 지 오래다. 대구문학관을 건립하고, 거기에 비치할 전시물을 확보한다는 이유로 이미 운영하고 있는 향토문학관을 축소하거나 폐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들 향토문인들과 관련한 새로운 자료가 발견될 경우에도 대구문학관과 향토문학관 등에 쪼개 전시할 게 아니라 기존의 향토문학관을 더욱 충실하게 가꾸는 재료로 삼아야 한다.

더구나 대구시의 문화창조발전소 미디어테크 사업을 통해 대구문학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과 관련한 거의 모든 자료를 구축 중에 있다. 대구문학관이 '대구 출신 문인문학관'이 된다면 대구시의 미디어테크 사업과 이미 운영 중인 향토문학관, 각종 기념사업, 공모사업 등과 겹치게 된다. 무엇보다 전쟁문학과 관련한 대구 옛 도심의 특별한 특성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대구 옛 도심의 역사성과 대구문학의 근대성을 고려할 때 대구문학관은 '전쟁 문학관'이 되는 것이 적합하다. 한국전쟁을 비롯해 우리나라 역대 전쟁 관련 문학작품은 물론이고 전 세계 모든 중요한 전쟁문학작품과 자료를 총 망라하는 문학관으로 우뚝 설 때 대구문학관은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문학관이 될 수 있다.

"대구 골목 투어에 참가하면, 전쟁 당시 피란문화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전쟁문학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진다면 대구는 더욱 가보고 싶은 도시가 될 것이다.

대구문학관의 성격은 문화산업으로써 대구의 문학자원을 다양화 전문화하고, 지역문학과 문화를 활성화한다는 큰 그림 아래 결정되어야 한다. '대구 출신 문인문학관'으로는 이를 충족시키기에 속이 헐겁다.

조두진/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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