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도 짱! 공부도 짱!… 영천중학교 스포츠클럽 활동

입력 2011-11-21 08:00:00

17일 영천중에서 삼성 라이온즈 출신의 김근석, 강종필 강사와 학생 5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야구 강습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이 학교 운동장 계단에서 파이팅을 외치며 포즈를 취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17일 영천중에서 삼성 라이온즈 출신의 김근석, 강종필 강사와 학생 5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야구 강습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이 학교 운동장 계단에서 파이팅을 외치며 포즈를 취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강종필 강사가 공 던지는 자세를 바로잡아주고 있다.
강종필 강사가 공 던지는 자세를 바로잡아주고 있다.
참가자들이 학교 운동장 계단에서 파이팅을 외치며 포즈를 취했다
참가자들이 학교 운동장 계단에서 파이팅을 외치며 포즈를 취했다
경북체육회 이종연(오른쪽) 훈련팀장이 야구 클럽의 주장 김상원 군에게 글러브와 배트를 전달하고 있다.
경북체육회 이종연(오른쪽) 훈련팀장이 야구 클럽의 주장 김상원 군에게 글러브와 배트를 전달하고 있다.

스포츠클럽 활동이 공부 중심의 학교생활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17일 오후 4시 50분, 영천시 문내동 영천중학교 운동장. 야구 글러브를 손에 낀 학생들이 한두 명씩 모이더니 금세 50명을 넘어섰다. 영천중이 올 2학기부터 정부 지원을 받아 실시하는 스포츠클럽 활동 시간이다. 영천중은 올 6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스포츠클럽 활동 시범학교로 선정돼 전교생 598명을 대상으로 방과 후에 이를 실시하고 있다. 클럽 활동 종목은 야구를 비롯해 축구, 테니스, 수영, 바둑 등 14개나 된다.

3년간 계속되는 이 사업을 기획한 김도헌 체육 교사는 "정부 공모에 A4 용지 20쪽 분량의 제안서를 냈는데, 운 좋게 사업에 선정된 전국 15개 중학교에 포함됐다"며 "방과 후에 의무적으로 하는 활동이 아님에도 처음에는 학부모들의 반대가 심했다"고 했다.

"아이들 학원 갈 시간에 왜 쓸데없는 일을 하느냐며 나무라서 설득에 애를 먹었습니다. 말로 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하고, 스포츠 활동이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는 내용을 담은 홍보 동영상을 만들었습니다."

김 교사는 "이런 노력 덕분인지 지금은 학교에 항의 전화가 일절 오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학생들과 학부모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영천중 유재익 교감은 "스포츠클럽 활동의 출발은 미미했지만 성장하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학생들의 꿈은 원대하다"며 "오늘의 클럽 활동이 학생들의 미래 직업이 될 수도 있고, 삶의 활력을 주는 재미있는 취미 활동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야구 클럽 활동에는 삼성 라이온즈 출신의 프로야구 스타 김근석, 강종필 씨가 참가해 뜨거운 열기를 지폈다. '스포츠 ☆에게 배우는 일일 스포츠클럽' 프로그램의 강사로 나선 이들은 날이 어두워지자 장소를 체육관으로 옮기면서까지 야구 강습을 했다. 공 던지기, 배트 휘두르기 등 가장 기본적인 강습이었지만 아이들의 모습은 너무나 진지했다.

배팅 지도에 나선 김근석 강사는 "공을 배트 중심에 맞혀야 확률적으로 좋은 타구가 된다. 배팅하는 폼은 자유스럽게 하더라도 항상 자세를 낮추고 공을 눈앞에 두고 방망이를 휘둘러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학생 몇 명에게 스윙을 시켜보고 즉석에서 자세를 바로잡아주며 코치를 했다.

강종필 강사는 "공은 항상 눈앞에서 던져야 한다. 글러브로 공을 받을 때는 반드시 두 손을 사용해야 한다. 한 손으로 폼을 잡다가는 실수를 한다"며 공을 던지고 글러브를 사용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또 아이들의 팔을 잡고 공을 잘 던지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이에 앞서 강사들은 시간이 없더라도 준비운동을 건너뛰는 것은 절대 안 된다며 아이들에게 스트레칭과 달리기를 시켜 눈길을 끌었다. 이날 야구 강습은 오후 7시까지 진행됐다.

특별히 마련된 이날 강습에 참가한 학생들의 야구 실력은 천차만별이었지만 몇 명은 꽤 자질을 보였다. 강사들은 "자질이 보이는 학생들이 있다, 몇 명은 진로를 야구선수로 잡아도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야구 클럽의 주장을 맡은 김상원(2년) 군은 "포수 진갑용(삼성 라이온즈)과 강민호(롯데 자이언츠)를 좋아한다"며 "야구를 잘 배워 프로야구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김 군은 캐치볼 할 때도 클럽에서 제공하는 글러브 대신 용돈을 모아 구입한 포수 글러브를 사용하는 등 야구에 흠뻑 빠져 있었다.

학생들이 나름 야구의 기본기를 갖춘 것은 야구 클럽의 지도를 맡은 정경철 강사 덕분이었다. 정 강사는 9월부터 매주 월~목요일에 수업이 끝난 후 야구 지도를 하고 있다. 1970년대 초반 영천중 재학 시절 야구선수 활동을 했다는 그는 "지금은 야구부가 없지만 당시 영천중에는 정식 야구팀이 있었고, 대표적인 선수가 두산 베어스의 김진욱 감독이다"고 소개했다. 그는 "동기인 두산의 김 감독은 영천중의 야구부 해체로 타지 학교로 전학을 간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강사는 또 이렇게 아이들이 많이 모일 줄 몰랐다고 했다. 처음에 글러브 25개를 준비했는데 참가자 수가 60명을 넘어 장비가 부족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날 일일 스포츠클럽 프로그램을 주관한 경상북도체육회는 글러브 10개와 배트 한 자루를 야구 클럽에 전달했다.

경북체육회 이종연 훈련팀장은 "체육회 차원에서 이런 행사는 처음 하는데 참가 학생들의 열기에 놀랐다"며 "이달 26일에는 전국 15개 고교 스포츠클럽 활동 시범학교에 포함된 상주여고에서 배드민턴 강습을 진행한다"고 했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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