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추위속 4개대학 수시논술
대입 수학능력시험 이후 두 번째 휴일인 20일 고려대와 한양대, 한국외대, 숙명여대 등 서울시내 4개 대학에서 수시 2차 논술고사가 전날에 이어 치러졌다.
서울지역 아침 최저기온이 0도까지 떨어진 추위 속에 학생들은 두꺼운 점퍼와 머플러 등을 착용하고 종종걸음으로 고사장으로 향했다. 학부모들도 학내 주요 건물 안에서 따뜻한 음료수 등에 의지하며 자녀를 기다렸다.
이날 한양대는 자연계, 나머지 3개 대학은 모두 인문계 논술시험을 치렀다. 응시생들은 문제가 평이했다는 반응이 많았으나 쉬워진 수능 탓에 마음을 놓지는 못하는 모습이었다.
한양대 의대에 지원한 장모(17)양은 "생각보다 문제가 쉽게 나와 거의 다 풀었다"면서도 "학원을 6개월 가량 다니면서 논술문 작성법을 익혔는데 수능이 쉬워지는 바람에 재학생의 논술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외대를 지원한 김모(19)양은 "창의력을 크게 요구하지는 않는 시험인 것 같고 정답이 있어 보였다"면서 "쉬운 만큼 답안을 차별화하기 어려웠다"고 답했다.
외대에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상원의원 시절 연설 일부와 폴 홀바흐의 '자연의 체계' 발췌문(1교시), 진시황과 로마 제국의 통치 방식(2교시)을 영문으로 제시한 뒤 공통 논제와 각각의 요지를 쓰고, 추가 제시된 국문 자료와 비교 분석하거나 연결하라는 등의 문제가 출제됐다.
외대 입학처는 "영문 제시문은 어휘와 통사 구조, 개념 등의 난도가 현재 고등학교 영어 교과서 수준을 벗어나지 않고 분량도 200단어 안팎이어서 의미 파악에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대학들은 추후 문제를 공개할 계획이다.
시험을 보러 지방에서 상경해야 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시간과 금전적 부담이 만만찮다며 푸념했다.
이날 자녀가 한양대에서 시험을 본 이모(45·여·경남 창원)씨는 "수시를 4곳에 썼고 3번째 상경했다"며 "수능이 끝나면 지방 아이들은 아예 서울에서 학원을 잡아 논술을 준비하는데 4~5일에 200만원씩 든다고 한다"고 전했다.
고려대에서 만난 이모(48·여·경북 영주)씨는 "딸이 내일부터 기숙 학원에서 일주일간 면접 강의를 듣는데 비용은 100여만원"이라며 "수시는 여러 곳에 썼다. 어차피 다 지르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오후 시험 시작 10분 전인 1시50분께 외대에 도착한 김모(18)양은 오전에 경기 수원시 아주대에서 시험이 끝나자마자 퀵서비스를 타고 왔다.
숙명여대도 오후 1시 2차 시험을 앞두고 담요를 덮어쓴 채 고사장에 도착하는 학생이 여럿 눈에 띄었다. 학교 측은 경비 인력을 투입, 늦게 도착한 학생들을 정문에서 고사장까지 태워주기도 했다.
퀵서비스 운전사 김모(40)씨는 "서울 시내는 7만원, 서울 외곽은 10만원까지 받지만 각 학교의 시험 시간이 비슷해 보통 하루 한 건밖에 못 뛴다"며 "학생이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경우도 있어 선입금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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