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명소, 서울 대학로 있다면 대구엔 '대명문화거리'

입력 2011-11-19 08:00:00

소극장 5곳 집중…아틀리에, 화랑도 20여개 들어서

한때 유흥가였던 대명동 계명대 일대가 소극장과 화가들의 작업공간, 오페라극단 등 예술가들이 모여드는 거리가 됐다. 대명공연문화거리에는 5개의 소극장이 대구 연극을 알리기 위해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한때 유흥가였던 대명동 계명대 일대가 소극장과 화가들의 작업공간, 오페라극단 등 예술가들이 모여드는 거리가 됐다. 대명공연문화거리에는 5개의 소극장이 대구 연극을 알리기 위해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대구에도 소극장 있어요. 연극 보러 오세요."

다수의 뮤지컬과 오페라를 통해 공연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대구지만 '연극'을 즐기는 시민들은 아직 많지 않다. 연극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대구에서 연극을 볼 수 있는 곳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는 대구에 소극장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명공연문화거리에는 반경 200~300여m 내에 소극장이 5개나 몰려 있다.

1년 내내 거의 쉬지 않고 연극공연을 만날 수 있는 대명공연문화거리는 '대학로'로 불리는 서울 혜화동 같은 소극장거리를 꿈꾸고 있다.

◆유흥가가 예술가들의 거리로

대명공연문화거리 일대는 '19번 도로'로 불리던 유명한 유흥가였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퇴폐의 온상이라 할 만큼 유흥업소들이 난립했지만 대대적인 정비작업으로 하나 둘 사라졌다. 거기에 계명대가 미술대학을 제외하고 성서캠퍼스로 이전하면서 주변 상권이 더욱 침체해 빈 점포가 늘어났다.

계명대가 옮기기 전까지는 고가였던 임대료가 상권 침체로 저렴해지자 이곳으로 모여든 사람들이 바로 예술가들이었다. 작업공간을 필요로 하는 화가, 연습실이 필요한 배우가 임대료가 저렴한 대명동으로 몰려들면서 1990년대 후반부터 자연스레 예술가들의 거리로 변해갔다.

대구의 유명극단들도 이곳에 연습실이나 사무실을 마련했고 2005년에는 극단 '처용'이 대명동 계명대 맞은편에 소극장 '우전'의 문을 열면서 대명동에 소극장 공연문화가 시작됐다. 이후 한울림, 빈티지, 예전, 액터스토리 등 4개의 소극장이 2008~2010년 사이 줄지어 개관해 총 5개의 소극장이 자리 잡으면서 극단들 사이에 소극장 하기 좋은 거리로 정평이 나기 시작했다.

현재 대명공연문화거리에는 극단 외에도 미술작가들의 아틀리에나 화랑이 20여 개, 음악연습실 12개, 오페라 극단 2개 등 다양한 예술가들의 공간이 이곳에 모여 있다. 이곳이 자생적으로 예술가들의 거리로 입소문이 나자 남구청은 지난 2009년 '대명공연문화거리'로 지정하고 지원금 5천만원을 투자해 안내간판과 공연종합정보센터, 배너거치대, 포스터 박스 등을 설치했다.

◆모여드는 소극장, 살아나는 상권

대구에 등록된 극단은 20여 개가 훌쩍 넘는다. 이중에 1년에 한편 이상 연극공연을 하는 극단은 20여 개가 채 안 된다. 또 그중에서 소극장을 가지고 있는 극단은 11개. 11개 중 5개가 대명동에 있고 나머지는 대부분 중구 동성로 일대에 퍼져 있다. 절반가량이 대명공연문화거리에 모여 있다 보니 이곳으로 이전을 검토하는 극단들도 있다. 극단 '고도'는 이미 이전이 확정된 상태로 조만간 소극장이 6개로 늘어난다.

2005년부터 소극장이 들어서면서 일대 골목의 상인들도 웃음 짓고 있다. 계명대 이전 이후 미술대학만 남아 학생 수가 대폭 줄어 손님이 끊겼던 가게들이 공연이 있는 날이면 바빠지기 때문이다. 한울림소극장 근처에서 식당을 하는 한 상인은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공연들이 있는데 그런 날에는 공연이 끝나고 술 한잔하러 오는 손님들이 꽤 많다"며 "공생한다는 생각으로 공연포스터를 가게 앞에 붙여두고 손님과 주변사람들에게 홍보도 한다"고 말했다.

◆연극에 대해 미리 알아보면 재미와 감동 2배

5개의 소극장에는 공연이 없는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거의 1년 내내 공연이 진행된다. 극단 자체 공연 외에도 대관을 통해 연극, 무용, 성악 등의 공연을 만나볼 수 있다.

공연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행사도 진행된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는 '대구 소극장있다 페스티벌'은 '대구에 소극장이 있냐?'는 질문을 던지는 시민들을 위해 마련된 행사로 대구 전역의 소극장에서 다음 달 4일까지 진행된다. 극단 한울림의 경우 올해 처음으로 '한울림골목 연극제'를 통해 연극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또 올해는 특별히 젊은 연극인들의 축제인 '제19회 젊은 연극제'를 서울지역이 아닌 대구지역에 유치하기도 했다.

공연에 따라 4, 5명 미만의 관객들만 관람하거나 100석가량의 소극장 자리가 가득 차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이 몰릴 만한 대중성이 높은 연극과 예술성을 강조한 연극을 적절하게 섞어서 무대에 올리기 때문이다. 극단 단원들은 관객들이 이런 점을 유념해서 소극장을 찾아주기를 당부했다.

대명공연문화거리위원회장을 맡고 있는 정철원 한울림 대표는 "처음부터 예술성 강한 연극을 접하고 연극에 흥미를 잃어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요즘에는 인터넷에 소극장에 대한 정보와 해당 연극에 대한 리뷰 등이 많기 때문에 충분히 사전조사를 한 뒤 소극장을 찾는다면 만족할 만한 공연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또 "대명공연문화거리를 서울 대학로 같은 공연문화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며 "10개 정도의 소극장만 모인다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지자체와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전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사진=한때 유흥가였던 대명동 계명대 일대가 소극장과 화가들의 작업공간, 오페라극단 등 예술가들이 모여드는 거리가 됐다. 대명공연문화거리에는 5개의 소극장이 대구 연극을 알리기 위해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대명공연문화거리 소극장 현황

씨어터 우전

극단 처용(1983년 창단), 단원 20명. 2005년 3월 개관. 70평 규모

한울림소극장

극단 한울림, 단원 30명. 2008년 10월 개관. 30평 규모

빈티지소극장

극단 이송희레파토리, 단원 15명. 2009년 4월 개관. 30평 규모

예전아트홀

극단 예전, 단원 40명. 2009년 11월 개관. 70평 규모

엑터스토리

극단 액터스토리. 단원 15명. 2010년 1월 개관. 70평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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