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서민 굶어 죽었다…생계형범죄도 크게 늘어

입력 2011-11-18 11:04:37

16일 오후 6시쯤 대구 달서구 월성동 한 아파트에서 정모(60) 씨가 숨진 지 5일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10년 전부터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던 정 씨는 지난해 10월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를 절었다. 이 때문에 2003년부터 생계수단인 산불 감시, 공공시설물 정비 등 공공근로사업에도 참여할 수 없게 됐다. 마땅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던 정 씨는 이웃 장모(48) 씨가 가끔 사다 주던 라면과 우유 등으로 끼니를 때워가며 연명했다.

이후 정 씨는 올해 7월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을 얻기 위해 부인과 이혼까지 하며 살기위해 몸부림쳤지만 결국 심한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게 됐다. 이웃 장옥분(69'여) 씨는 "얼마 전 비쩍 마른 모습으로 다리를 절며 걷는 모습이 너무 안스러웠다. 좁은 방 안에서 혼자 얼마나 힘들었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끝이 보이지 경기 침체로 생계형 범죄가 크게 증가하는가 하면 정 씨처럼 영양실조로 숨지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18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들어 생계형 범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대구지역에서 발생한 절도는 1만5천659건. 올해도 10월 말 현재 1만2천472건이나 발생했다. 이는 2008년과 2009년 각각 8천876건, 1만327건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지난 8월에는 아이 분유값을 대지 못한 주부 J(36) 씨가 대구 서구 중리동 한 슈퍼마켓에서 분유 2통을 훔치다 들켰고 대구 북구 칠곡지구에서는 9, 10월 CCTV나 보안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가게만을 골라 담배를 훔친 사건이 6건 발생했다.

서민들의 딱한 사정을 악용하는 범죄도 잇따르고 있다. 대구 서부경찰서는 지난달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게 해주겠다며 70대 할머니를 속인 뒤 금품을 빼앗은 혐의 등으로 Y(51) 씨를 구속했다.

영남대 허창덕 교수(사회학과)는 "외환위기, 미국발 금융위기 때와 같이 생계형 범죄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경기 침체로 인한 충격이 서민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는 모양새"라며 "사회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는 서민들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이 하루 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경열기자 b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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