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만의 변신 가벼우면 안되나요
스릴러 영화에 처음으로 도전했는데 호평받았다. 올해 대종상에서는 여우주연상까지 받았다. 영화 '블라인드'에서 사고로 눈을 다쳐 보이지는 않으나 후각 등 다른 감각으로 납치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수아'로 관객을 찾은 게 불과 3개월 전이다.
배우 김하늘(33)은 이 영화로 로맨틱 코미디 여주인공만이 아닌 스릴러에도 어울리는 배우가 됐다. '스릴러의 여왕'이라는 평가까지 받은 건 당연. 그런 그녀가 다시 로맨틱 코미디로 돌아온다.
장난꾸러기 막내 동생 같은 장근석(24)과 함께 호흡을 맞춘 영화 '너는 펫'(감독 김병곤)을 통해서다. 영화는 잡지 에디터에 능력 있는 여자 지은이(김하늘)와 은이와 동거하게 된 남자 강인호(장근석)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로맨틱 코미디. 일본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남자가 여자의 애완동물이 돼 같이 살며 친구가 되고 연인이 되는 소재가 눈에 띄는 작품이다.
"불과 3개월 만에 너무 캐릭터가 급하게 변한 감도 있고 역할이 가벼운 것 아니냐"고 하자 "왜요? 가벼운 것 하면 안 되나요?"라고 반문한다.
"관객들이나 관계자들이 제게 원하는 방향이 있죠. 물론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아요. 늘 기대감을 갖게 하고 싶어요. 어떤 분들은 제가 로맨틱 코미디를 해서 다시 이미지가 소비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지만 전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해요. 저는 조급하지 않은 사람이에요. 넓게, 길게 바라봐요. 여러 가지를 하면서 천천히 가고 싶어요."(웃음)
'로맨틱 코미디 여왕'이라는 평가를 듣지만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보고 있노라면 장르가 국한돼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로맨틱 코미디(동갑내기 과외하기'그녀를 믿지 마세요'7급 공무원)도 했고, 공포영화(령)를 찍기도 했으며, 스릴러(블라인드)도 했고, 감성 멜로(동감) 주인공을 맡기도 했다. 김하늘은 여러 가지 역할로 다른 인생을 살아온 15년차 배우다.
그녀는 '너는 펫'의 시나리오를 받고 사실 처음에는 거절했다고 했다. 장근석이 캐스팅되기 1년 전쯤 일이다. 김하늘은 "'로드 넘버원'을 선택했는데 그때 심리는 나를 괴롭히며 빠져들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영화 '블라인드'를 촬영하며 다시 '너는 펫' 출연 제의가 들어왔을 때 수락을 했다. 이유는 "그 시기의 심리상태가 달라졌기 때문"이란다.
"심적으로 고민을 많이 하는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로드 넘버원'과 '블라인드' 등 두 작품을 연달아 하다 보니 '너는 펫'의 사랑 이야기가 기분 좋게 받아들여지더라고요."
김하늘은 "전 작품을 끝내고 휴식을 취해도 됐겠지만 지칠 때는 사랑으로 기대는 방법이 좋은 것 같다"며 "영화 속 지은이로 휴식을 찾은 것 같다. 수아를 연기하면서 혼자 덩그러니 어딘가에 빠져 있는 듯한 느낌이 있었는데 지은이가 나를 끄집어낸 듯하다"고 웃었다.
장근석이 극중 인호 역할에 정말 너무나 잘 어울리고 비슷해 촬영이 즐거웠단다. 그럼 실제로 장근석이 연하 애인이라면 어떻게 평가할까.
"연하 애인으로 장근석 씨요? 좋은 남자죠. 영화 '너는 펫' 속 캐릭터와 실제 모습이 참 비슷해요. 충분히 매력이 있다는 것을 촬영하며 느꼈어요. 누나를 괴롭히는 막내동생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촬영을 할 때는 전혀 그런 모습을 안 보였어요. 또 뒤에서 많이 챙겨주고 배려를 많이 해줬어요."
김하늘은 특히 극 중 은이가 힘든 일과를 마치고 돌아왔는데 '인호'가 혼자 춤추고 있었을 때를 꼽으며 부연했다. "장근석 씨가 춤추는 신을 보고 한 스태프와 이야기를 했어요. 밖에서 지치고 힘들었는데 집에 들어왔을 때 '왜 무슨 일 있었어? 얘기해봐'라는 것보다 그냥 나를 미소 짓게 만들어주는 장근석 씨 같은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이죠."
극 중 첫사랑으로 나오는 모델 출신 배우 류태준(40)도 멋있다. 실제 남자 친구로는 두 사람 가운데 누가 좋으냐고 물으니 "예전에는 모모(극중 애완동물로 나오는 장근석의 애칭)였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은 장근석과 같은 성격과 성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나이 또래 혹은 오빠였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웃는다.
드라마 '로드 넘버원'을 빼고는 그녀가 나온 거의 모든 영화나 드라마가 흥행에 성공했다. '로드 넘버원' 얘기를 꺼내니 "무척 안타깝다"며 아쉬워했다.
"혼자만 즐기려고 연기하는 건 아니잖아요. 제 연기를 봐주길 원하고 박수와 관심받고 싶은 게 당연한데 최선을 다했음에도 외면받았을 때 상실감은 당연히 크죠. 물론 모든 작품이 인정받고 박수받을 순 없겠죠. 그런 것을 인정하고 나니 발전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겨요. 어느 인생이든 성공만 할 수는 없잖아요."
김하늘은 다행히 '로드 넘버원'과 맞먹을 정도로 힘들었던 영화인 '블라인드'로 유독 상복이 없던 배우의 이미지를 탈피했다. 데뷔 15년 만에 첫 여우주연상을 거머쥐고 엄청난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노미네이트된 적은 많았는데 상을 받은 적이 없다"며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 사람을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었다. 이어 "20대 때보다 지금 여우주연상을 받게 돼 좋다"고 즐거워했다.
"예전보다 저는 지금이 더 단단해진 듯한 느낌이에요. 배우로서도 그렇고, 여자 김하늘로서도 그렇고요. 20대 때는 연기가 좋을 때도 힘들 때도 있었죠. 그때 받았으면 당연히 기쁘긴 했겠지만 그 이후에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지금은 이 상을 다른 생각 없이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아 좋아요."(웃음)
김하늘은 이달 25일 열리는 제32회 청룡영화상에도 여우주연상 후보로 올라 있다. 이번에도 '블라인드'로 상을 탈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자 "진짜요? 그러면 기대하게 되는데…"라며 눈을 반짝였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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