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21일 열리는 마지막 전체회의 안건에서 일부 가정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를 내용으로 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제외했다. 21일 이전에 여야가 합의해 다시 심사 대상으로 채택할 수 있지만 보건복지위 소속 여야 의원 상당수가 반대하고 있어 현실성은 별로 없다. 이로써 약사법 개정안은 연내 정기국회 통과가 사실상 무산됐으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18대 국회에서 다뤄지지 않을 공산이 커 폐기될 운명에 처했다.
약사법 개정안은 감기약, 소화제 등 일부 가정상비약에 대해 슈퍼 등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는 것으로 지난 9월 말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약국이 문을 닫는 취약 시간대나 공휴일에 국민들이 가정상비약을 슈퍼 등에서 손쉽게 구입하도록 해 불편을 없애자는 취지이다. 특히 약국 이용이 쉽지 않은 농촌 지역 노인들의 생활 편의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됐다.
약사법 개정안은 안전성이 검증된 약으로 판매 대상을 제한했고 외국에서 약국 외 판매 제도가 성공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점도 고려했다. 이 때문에 보건사회연구원의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80% 이상이 찬성할 정도로 호응도가 높았다. 그러나 약사회가 약의 오'남용에 대한 부작용을 이유로 반대에 나서자 국회의원들이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결국 이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약사회가 국민 편의를 무시하고 반대하는 것도 문제지만 국회의원들이 약사회를 의식해 약사법 개정안을 외면하려는 것은 더욱 크게 비난받을 일이다. 민의를 대변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국민 대다수가 지지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방치하는 것은 본분을 망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은 따가운 국민 여론보다 약사회의 직접적 영향력을 따지는 선거 공학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