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은 한미 FTA를 정략에서 해방하라

입력 2011-11-17 11:07:19

민주당이 어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폐기'유보 재협상을 즉시 시작하겠다는 한'미 양국 장관급 이상의 서면 합의를 받아오라"고 정부'여당에 요구했다. "한미 FTA 발효 후 3개월 내에 ISD 재협상에 나서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제안에 대한 역제안이다. 말이 역제안이지 이는 억지다.

협상은 주고받는 것이다. 협상 당사자 한쪽이 모든 것을 갖거나 잃는 것이 아니다. ISD의 폐기'유보를 대전제로 한 재협상은 협상이 아니다. 그것은 일방적인 요구고 통보다. 상대국이 들어줄 리 없다. 민주당 의원들도 까막눈이 아니라면 이를 잘 알 것이다. 결국 장관급 이상의 서면 합의를 받아오라는 것은 불가능한 조건을 내세워 이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한미 FTA를 비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이런 억지를 쓰는 것은 야권 통합 때문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의 승리를 노리는 민주당에 야권 통합은 절박한 문제다. 그러나 민노당 등 한미 FTA를 반대하고 있는 강경 야권과 보조를 맞추지 않으면 야권 통합은 어렵다. 여기서 국가 전체의 문제를 정파적 이익 아래에 두는 정략의 전형을 보게 된다. 이런 야당이 과연 수권 능력과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민주당은 4년 전 집권여당 시절에는 ISD에 아무 말이 없었다. 이제 와서 왜 문제를 삼느냐는 지적에는 "그때는 잘 몰랐다"고 얼버무린다.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태도다. 2006년 이후 대미(對美) 투자액이 대한(對韓) 투자액의 2.5배에 이른다. 앞으로도 우리 기업의 미국 투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만약 자신들의 요구대로 ISD가 폐기'유보되고 그로 인해 미국에 투자하는 우리 기업이 피해를 보는 사태가 생긴다면 과연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하다. 또 "그때는 몰랐다"고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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