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수위' 中어선 서해 불법조업

입력 2011-11-16 20:51:33

'위험수위' 中어선 서해 불법조업

16일 새벽 6시 군산시 어청도 북서방 58마일 해상.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군산해경 소속 3천t급 경비함(3010함)이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불을 모두 끈 경비함의 선체에는 적막감만이 감돌았다.

3010함과 승조원들이 숨을 죽인 채 5-6척의 중국 어선 사이로 조용히 다가서는 도중 선내 방송을 통해 "용의 선박 검문 개시"라는 함장의 작전지시가 떨어졌다.

즉시 해경 특공대원을 태운 고속단정 2대가 어둠을 뚫고 쏜살같이 내달렸고 이와 동시에 '써치 라이트'가 조업현장을 비추면서 긴장감이 높아졌다.

이날 수색 대상은 중국 스다오(石島) 선적의 쌍끌이 저인망 어선 2척(각 85t). 작전 개시 수 시간 전부터 수상쩍은 행동을 보인 어선이었다.

쏜살같이 내달린 해경 특공대원들이 고속단정을 어선 옆으로 붙이자 중국 선원들은 "무슨 일이냐"며 거칠게 항의했다.

하지만, 재빠르게 선상에 뛰어오른 특공대원 10여 명이 조타실을 장악하면서 10여 분만에 2척의 어선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선상에는 갓 잡은 멸치와 잡어 20여 상자 분량이 널려 있었고, 밤샘 작업을 한 탓인지 선원 20여 명은 모두 초췌한 모습들이었다.

대원들이 바닷속에 잠겨 있는 어망을 끌어올리자 오징어 등이 섞인 멸치떼가 가득 올라왔다. 선창에서는 이미 잡아 상자에 담긴 멸치가 다량으로 적발되기도 했다.

특공대원 김석규 경장은 "이들 어선이 금지구역 선을 넘어와 조업했고 이중 어망을 사용한 혐의가 있어 이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조업 중이던 10여 대의 어선은 해경의 수색을 눈치 채고 중국 쪽으로 뱃머리를 돌리더니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현장에서 무허가 조업 사실이 드러나 체포된 선장 쉬쯔화(余志華.47)씨는 처음에는 발뺌하다 나중에 "중국 바다에는 고기가 없어 할 수 없이 고기떼를 쫓아 한국 영해로 들어오게 됐다"고 자백했다. 그는 EEZ법 위반 혐의로 인근 태안경찰서로 압송됐다.

날이 밝아오자 작전은 1시간 30분 만에 이렇게 끝났다.

요즘 '멸치'와 '조기떼' 어장이 형성된 군산 어청도 인근 EEZ 지역에서 매일 마주치는 장면들이다.

군산과 태안, 목포 등 서해지역 주요 어장에는 중국 어선 40-50여척이 떼 지어 나타나 불법조업을 일삼아 우리 어민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날 오후 1시 30분께는 부안 위도면 상왕등도 서방 60마일 해상에서 무허가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 12척이 해경과 대치하다가 전원 목포 해경에 나포되기도 했다.

목포 해경의 검문을 받던 이들은 어선을 서로 밧줄로 묶어 연결한 뒤 1시간30여 분간 완강히 저항하다 결국 투항했다.

목포해경은 이들 중 11척은 무허가, 1척은 제한조건 위반 혐의로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 다롄과 스다오, 웨이하이, 칭다오 등 산둥반도에서 출항한 이들 어선이 치어까지 싹쓸이하기 일쑤여서 어민들의 생계에 타격을 주고 있다.

이들은 고기만 잡는 선단과 잡은 고기를 육지로 옮기는 수송 선단 등으로 구성돼 치밀하고 은밀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쉽게 포착되지 않는다.

더욱이 주간에는 중국 측 영해에서 쉬고 있다가 어둠을 틈타 저녁과 새벽 시간에만 조업하기 때문에 적발이 쉽지 않다. 해경 대원들도 "이 때문에 단속에 애를 먹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성수기(10-11월)인 요즘에는 우리측 어장을 노골적으로 드나들며 해경 경비함과 숨바꼭질을 벌이는 여유까지 부릴 정도다.

중국 어선들이 위험도 무릅쓰고 우리측 영해에서 불법조업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중국 측 연근해에는 잦은 포획으로 고기의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잡은 고기들도 대부분 황해로 흘러들어온 각종 오·폐수로 오염돼 먹을 수 없을 정도다.

이들이 목숨을 걸고 먼바다까지 나와 고기잡이에 나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불법조업이 갈수록 규모화하고 흉포화하면서 우리 해경의 단속도 더욱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주도로 이뤄진 이날 작전에는 군산과 태안, 목포 등 3개 해양경찰서 소속 경비함정 12척과 헬기 4대, 특공대원 30여명이 투입됐다.

오는 18일까지 3일간 계속될 이번 특별단속에는 3천t급 경비함 3척도 가세해 강력한 단속을 펼친다.

서해 우리측 경제수역 등지에서 조업에 나서는 중국 어선은 하루에만 500-600척. 이 때문에 해경이 올해 들어 서해에서만 불법혐의로 나포한 중국 어선의 수도 145척에 이른다.

비록 이날 중국 선원들의 격렬한 저항이나 쫓고 쫓기는 숨가쁜 추격전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우리 영내에서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실태를 여실히 실감할 수 있었다.

군산해경 소속 '3010함'의 함장인 김창식 경정은 "어장이 형성된 서해 곳곳에서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이 날로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우리 영해의 어족자원과 어민 보호를 위해 철저한 단속과 경비태세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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