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불명 병원체'… 감기·독감 예방이 감염 막는 지름길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많이 입원한 질환은 무엇일까? 출산을 앞둔 산모가 분만 때문에 입원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세불명 병원체 폐렴'이 무려 22만7천559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폐렴은 세균 감염으로 인한 국내 사망 원인 1위이다. 특히 폐렴 사망률은 2001년 8.1%에서 2010년 14.9%로 늘어났다.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사망원인 중 6위이기도 하다. 폐렴은 2009년 사망원인 9위에서 지난해 6위로 올라섰다. 10년 전인 2000년과 비교했을 때 폐렴 사망률 증가폭은 무려 82.9%에 이른다.
◆감기 증상과 착각하기 쉬워
요즘처럼 일교차가 크고, 차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 감기와 독감 등 호흡기 감염에 잘 걸리게 된다. 폐렴은 대부분 이런 감기나 독감의 합병증으로 생긴다. 환절기에 건강 관리를 잘하면 폐렴과 같은 합병증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
특히 감기로 착각해서 증상이 심해질 때까지 방치하다가 뒤늦게 병원으로 오는 노인 환자들이 많다. 폐렴은 가래를 동반한 기침, 호흡곤란, 가슴 통증, 피 섞인 가래 등의 호흡기 증상과 고열, 식욕부진, 피로 등의 전신증상이 있다.
처음에는 그저 감기 정도로만 생각할 만큼 가벼운 증상이다. 하지만 급속히 악화될 수 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은 급격히 나빠질 경우 염증이 폐조직으로 퍼져 호흡부전을 일으키고, 급기야 생명이 위험한 상황까지 닥친다.
정무흠(가명'78) 씨는 한 달가량 기침에 시달렸다. 원래 폐쇄성 폐질환과 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단순히 몸이 약해져 목감기에 걸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증세는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종합병원을 찾아 검사한 결과 세균에 의한 폐렴으로 진단받았다. 다행히 정 씨는 적절한 항생제를 사용하면서 증상이 호전됐다.
윤은주(가명'16) 양은 일주일 동안 기침과 고열로 고생하다가 동네 의원을 찾았다. 폐렴이 의심돼 치료했지만 증상은 오히려 더 나빠졌다. 결국 대학병원을 찾았지만 가래에서 특정한 균이 나오지 않았다. 최종 진단은 마이코플라스마에 의한 폐렴. 기존 페니실린과 같은 항생제로는 치료 효과가 없는 균이다. 다른 항생제로 바꿔 치료한 뒤 증상이 사라져 일주일 만에 퇴원했다.
◆폐렴구균에 의한 감염 가장 많아
폐렴은 대개 세균에 의한 폐의 염증성 질환을 일컫는 말이다. 세균 외 원인으로는 마이코플라스마, 바이러스, 폐결핵 등이 있다. 요즘처럼 차고 건조한 공기 자체가 기도의 상피세포 기능을 떨어뜨려 호흡기 감염, 즉 감기가 잘 걸리게 된다.
감기나 독감 후에 오는 폐렴은 대부분 폐렴구균에 의한 폐렴이다. 폐렴구균은 폐렴만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혈액 내에 침범하면 균혈증'패혈증이 생기고, 척수나 뇌를 감싸는 막에선 수막염이 생긴다. 급성중이염도 일으킬 수 있다.
폐렴구균 때문에 생기는 폐렴은 점차 감소 추세에 있지만 여전히 소아기 폐렴의 가장 흔한 원인균이다. 특히 생후 13~18개월에 발생 빈도가 가장 높다. 단순 감기와 비슷해 열이 나고 힘이 없거나, 아이가 계속 보챌 때는 의심해야 한다.
전형적인 폐렴 증상은 기침, 가래와 함께 발열 및 오한이다. 심한 경우 호흡 곤란도 생긴다. 합병증으로 흉막염이 생기면 가슴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어린이나 노인, 면역기능이 떨어진 환자의 경우 오히려 증상이 거의 없을 수 있다. 결국 진단이 늦어져 위험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구토, 설사, 복통 등과 같은 위장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실제로 원인균 찾기는 쉽지 않아
원인균으로 흔히 폐렴구균을 꼽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앞서 '상세불명 병원체 폐렴'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런 이유다. 그만큼 원인균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폐렴구균도 가래나 혈액에서 배양되는 경우는 20~40% 정도에 불과하다.
마이코플라즈마와 같은 균은 일반 배지에서는 자라지 않아 구분해 내기가 더 힘들다. 결국 혈액에서 마이코플라스마 항체검사 등으로 진단하기도 한다. 레지오넬라폐렴의 경우는 소변에서 항원검사를 하여 진단하기도 한다.
이처럼 폐렴은 여러 검사법으로 진단하지만 폐렴균을 배양하는 데 3, 4일가량 걸리는 등 어려움이 있어서 전체 폐렴의 30~60%에서는 원인균을 증명하기가 어렵다. 특히 폐렴은 워낙 급성질환인 탓에 갑작스런 호흡부전으로 진행돼 인공호흡기 치료까지 필요할 수도 있다. 그 때문에 우선 환자 증상을 보고 진단한 뒤 적절한 항생제를 선택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페니실린이 가장 흔히 사용되는 항생제.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부터 페니실린을 너무 흔하게 사용한 탓에 내성균이 많이 생겨서 치료에 실패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대개 최근에 나온 항생제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항생제 외에 증상적 치료로는 안정, 영양섭취, 탈수 방지를 위한 충분한 수분섭취 등이다. 대부분 입원치료를 받는 것이 원칙이다. 고열, 호흡곤란, 의식장애가 있는 경우, 식은땀이 많이 나는 경우,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반드시 입원해야 한다.
◆폐렴구균 예방백신도 도움
감기나 독감을 예방하는 것이 폐렴을 막는 가장 지름길이다. 감기 예방수칙인 손을 자주 씻고, 영양섭취를 충분히 하며, 무리하지 않는 생활습관은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 폐렴 사망자의 98%가 60세 이상일 정도로, 폐렴은 고령자에게 치명적이다. 따라서 65세 이상은 폐렴구균 백신을 맞는 것이 좋다.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도 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만성질환자는 건강한 사람보다 폐렴을 비롯한 폐렴구균 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당뇨환자는 6배, 만성폐질환자는 7배, 만성시장질환자는 10배나 더 높다. 폐렴구균 백신은 매년 맞는 독감 백신과 달리, 65세 이상인 경우 평생 한 번만 맞으면 된다. 독감과 폐렴 예방접종을 함께 하면 폐렴으로 인한 입원율과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
영남대병원 호흡기내과 이관호 교수는 "가장 흔한 폐렴 원인균이 폐렴구균이기 때문에 폐렴구균에 대한 예방접종을 하는 것도 폐렴을 막는 방법 중 하나"라며 "그러나 일반인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은 폐렴 예방접종을 했다고 해서 모든 세균에 대한 예방이 될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폐렴 예방접종은 폐렴구균만에 대한 예방접종이기 때문에 다른 세균에 의한 감염 예방은 되지 않는다"며 "아울러 예방접종은 건강한 젊은 사람은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자료제공=대구경북권역 호흡기전문질환센터(영남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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