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7%대 넘어 국제금융 출렁…경제보다 더 불안한 정치가 걱정
월드컵 시즌도 아닌데 이탈리아가 이렇게 많이 회자된 적이 언제일까 싶을 정도로 지구촌의 촉각이 이탈리아로 향하고 있다. 이탈리아가 경제 규모에서 그만큼 비중있는 국가라는 방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명품으로 팔리고 있는 상당수 브랜드들이 이탈리아 국적이며 람보르기니 등 잘 나가는 수입차 브랜드도 이탈리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여기에 유럽 배낭 여행 등 유럽 여행에 빼놓을 수 없는 코스에는 이탈리아가 끼어 있다. 관광객을 그러모으는 관광 자원도 많다. 경제 기초체력이 훌륭하다. 그런 이탈리아의 국채금리가 7%대를 넘어섰다.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 이미 IMF 구제금융을 신청한 나라들의 전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비관론도 여기에서 나온다.
11일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가 6%대로 내려서긴 했지만 비관적 시각을 견지하는 이들의 논리는 경제가 아닌 정치에 있다. 과도한 포퓰리즘이 불러온 위기라는 것이다. 이탈리아와 그리스의 경제 위기를 두고 갖가지 분석이 많지만 유력한 원인으로 모두들 포퓰리즘을 꼽는다. 국민들의 인기를 얻기 위해 국가가 쓰는 돈은 많지만 조세 저항을 우려해 세수 확보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가 금고는 비어가는데 국민에게 쓸 돈은 많으니 대외적으로 빚을 지게 된다는 논리적 수순이다.
그리스의 경우 세수 미확보로 국외로 빠져나간 자금 규모가 우리 돈으로 자그마치 900조원에 이른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있을 정도다. 적극적 세수확보에 나서지 않으면서 국가도 국민도 힘겨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탈리아도 만만치 않다. OECD 발표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GDP대비 지하경제 비중은 21.7%로 OECD 평균 13.6%를 넘어선다. 국가 전체 경제활동의 20% 이상은 세금을 내지 않고 이뤄진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근원적인 문제로 꼽히는 게 정치 불안이다. 이탈리아는 공업이 발달한 북부에 비해 남부는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취약해 지역갈등에 따른 정치적 불안이 상존한다. 정치적 불안을 달래기 위한 민심 달래기용 지출이 지속됐지만 그럼에도 정치권은 재정적자 감축, 경제구조 개혁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결정은 몇 년간 전혀 하지 못했다. 민심을 얻어야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권력자들은 치적 홍보에 매달렸다.
이탈리아는 10년 이상 베를루스코니 총리에 좌지우지됐다. 10년 동안 이탈리아 언론은 총리의 사사로운 활동마저 뉴스로 담았다. 불안한 정치, 경제 상황 보도에 앞서 뉴스의 헤드라인을 총리 소식으로 전했다는 것은 어디선가 본 듯하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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