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주정차·쓰레기 투기… '깨알' 같이 다 보인다

입력 2011-11-12 07:57:28

수성구, U-수성 CCTV통합관제센터 이달부터 시범운영

수성구청은 대구에서 처음으로 폐쇄회로 통합관제센터인 'U-수성 CCTV통합관제센터'를 구축해 이달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수성구청은 시범운영 기간 동안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통합관제센터를 가동할 계획이다. 'U-수성 CCTV통합관제센터' 구축은 행정안전부가 추진하고 있는 CCTV통합관제센터 지원 사업의 하나로 추진됐다. 행정안전부는 2015년까지 전국 시'군'구에 통합관제센터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U-수성 CCTV통합관제센터'를 찾아 CCTV를 통해 본 대구 시민들의 준법 수준과 통합관제센터 설치가 불러올 사생활 침해 논란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봤다.

◆673대 CCTV 24시간 통합 관리

국비와 구비'시교육청 예산 등 14억8천800만원이 투입된 'U-수성 CCTV통합관제센터'는 수성구청 별관 5층에 자리 잡고 있다. 통합관제센터는 여러 기관과 부서에서 관리하던 CCTV를 통합 관리함으로써 관리와 단속의 효율성을 높이고 긴급 상황 발생 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구축됐다. 또 낮에는 불법 주정차 단속, 쓰레기 투기 단속 등 각종 CCTV를 설치 목적에 따라 운영하다 밤에는 방범용으로 전환해 치안 사각지대를 없애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이에 따라 'U-수성 CCTV통합관제센터'에는 수성구 지역 34개 초등학교에 설치된 312대의 CCTV와 방범용'주정차단속용'쓰레기단속용'산불감시용'시설물관리용 등의 용도로 설치된 361대의 CCTV를 합쳐 총 673대의 CCTV가 연결되어 있다. 이들 CCTV는 경찰관과 전문모니터링 요원이 3교대로 24시간 관리한다.

특히 어린이보호구역 17곳에 설치되어 있는 비상벨이 울릴 경우 통합관제센터에도 비상벨이 울리고 전면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에 CCTV 영상이 팝업 형태로 자동 표시돼 신속하게 대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 통합관제센터에 재난종합상황실도 함께 설치해 비상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체제도 구축해 두었다. 시범운영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지금까지 긴급상황이 발생한 적은 없다고 한다. 긴급상황 시스템을 점검하기 위해 수성구청의 도움을 얻어 비상벨을 울려 보았다. 비상벨이 울리자 팝업 창이 통합관제센터 모니터 전면에 떠올랐다. 상황 판단을 위해 CCTV를 이리저리 돌리자 주변 상황이 한눈에 들어왔다.

◆대구 시민들의 준법 수준은?

'U-수성 CCTV통합관제센터'에 연결된 CCTV 가운데 시민들의 준법 수준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것은 불법 주정차 단속 CCTV다. 야간에 몰래 이루어지는 쓰레기 투기,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산불과 시설물 파손 행위에 비해 불법 주정차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빈번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불법 주정차 단속을 위해 수성구 지역에 설치된 CCTV는 48대. 10분 이상 도로에 불법으로 주정차를 할 경우 CCTV 자료를 근거로 차량 소유주에게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면 대구의 불법 주정차 실태는 어떨까? 기자가 불법 주정차 단속 CCTV를 들여다보는 30분의 짧은 시간 동안 불법 주정차 차량이 줄줄이 적발될 정도로 불법 주정차는 만연해 있었다. 7일 오후 2시 29분 고산동의 한 은행 앞에서 승용차 1대가 불법 주정차로 단속된 데 이어 32분에는 만촌동 메트로팔레스 앞 CCTV에 외제 승용차 1대가 불법 주정차 단속 대상에 올랐다. 35분과 36분에는 경남타운 진입로에 설치된 CCTV를 통해 1분 간격으로 2대의 승용차가 단속됐다. 37분에는 성삼병원 주변, 43분에는 지산동의 한 약국 주변에 설치된 CCTV를 통해 불법 주정차 차량이 잇따라 단속됐다.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도로를 달리는 차들이 곡예 운전을 하는 모습도 자주 목격됐다. 또 도로에 차를 세우고 물건을 싣고 내리는 운전자를 비롯해 무단횡단을 일삼는 시민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사실 불법 주정차 위반으로 단속되어 과태료 처분을 받는 차량보다 단속되지 않는 차량이 훨씬 더 많다. 불법 주정차 시간이 10분을 넘지 않아 단속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앞차에 번호판이 가려 차량 소유주를 확인할 수 없어 과태료 부과 대상에서 빠지는 불법 주정차 차량을 합치면 불법 주정차 실태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곳곳에서 '양심불량'

기자는 지난해 3월 불법 주정차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단속 요원들을 따라 단속 현장에 나간 적이 있다. 당시 간선도로뿐 아니라 이면도로 곳곳을 점령하고 있는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교통 흐름이 끊기고 보행자들이 불편을 겪는 상황을 생생히 목격했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나타난 시민들의 높은 질서 의식은 어디 갔는지, 그때나 지금이나 불법 주정차 실태는 나아진 것이 없어 보였다.

'조금 편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불편을 아랑곳하지 않는 시민들이 많다'는 생각에 씁쓸한 기분이 든 기자는 어린이보호구역 상황이 궁금해서 만촌초등학교 앞에 설치된 CCTV를 모니터링했다. 오후 3시 가방을 메고 삼삼오오 학교를 빠져나오는 아이들 사이를 빠르게 지나가는 승합차가 눈에 들어왔다. '학교 앞 천천히'라는 문구와 과속 방지턱이 무색할 정도였다. 만촌초등학교 인근에 설치된 또 다른 CCTV를 보자 '30㎞,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글자 위를 쏜살같이 빠져나가는 승용차의 모습이 포착됐다. 학교 앞에서 속도를 늦추는 양심 차량들도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지나가는 차량들도 많아 아이들이 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오후 3시 20분 자리를 옮겨 이번에는 쓰레기투기 현장을 잡는 CCTV를 보며 모니터링을 계속했다. 대낮이라 쓰레기를 불법 투기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지만 불법 투기된 쓰레기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상동의 한 주택가에는 밤새 몰래 버린 쓰레기들이 커다란 더미를 이루고 있었다. 두산동 주택가 전봇대 밑에서도 불법으로 버린 쓰레기가 발견됐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CCTV에 쓰레기 투기 장면이 잡히면 주민자치센터를 통해 불법 투기자를 찾아 과태료를 부과한다. CCTV가 설치되면서 쓰레기 불법 투기가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근절은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 주정차 단속 CCTV와 어린이보호구역에 설치된 CCTV에 비해 영남제일관'두산문화센터 등에 설치된 시설물관리 CCTV에서는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산불감시 CCTV도 마찬가지. 조일골 등에 설치된 산불감시 CCTV를 통해서는 시원하게 펼쳐진 가을 산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전체적인 모니터링을 끝낸 뒤 기자가 자리를 뜨려는 순간, 수성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통합관제센터를 찾아왔다. 주택가에 주차해 둔 승용차가 손상되었다며 범인을 잡아달라는 민원이 제기되어 CCTV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다. 경찰관은 차량 손상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을 중심으로 앞뒤 1시간 동안 CCTV 기록을 살펴보며 의심되는 차량을 꼼꼼히 확인했다. 경찰관은 "하루에 평균 4, 5건 정도의 교통사고 관련 민원이 들어온다. 사고 현장에 CCTV가 설치된 것을 알면 사건이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는 시민들이 많다. 하지만 CCTV로 사건을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특히 주차된 차량이 지나가던 차량에 의해 살짝 긁힌 경우는 CCTV를 통해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좁은 골목길의 경우 주차하는 차량이나 지나가는 차량 모두 타인을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조심하는 것이 사고를 예방하는 최선책이다"고 설명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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