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싸움] 3대 대물림 싸움소 가족

입력 2011-11-10 14:04:22

"더 끈끈해진 父子의 정…4대 이어가야죠"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싸움소와 함께 살아왔습니다."

청도군 각북면 김창섭(41'청도소싸움장 조교사) 씨는 싸움소를 대물림 받은 3대다. 1대 김재옥(88) 옹은 아직도 싸움소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집 앞마당에 싸움소 '여명'을 열심히 돌보고 있다. 김 옹은 청도 소싸움의 산 증인이다.

"예전에는 농사를 다 지은 후, 추석 때 동네마다 대표 소를 선발해 동네별로 소싸움을 붙이는 게 유행이었다"고 말한다. "그때 우리 집 황소가 싸움을 제일 잘했다"며 자랑한다.

김 옹이 수십 년간 모아온 '소 일기'가 한아름이다. ▷1978년 3월 송아지 2마리 집에 몰고 옴 ▷1982년 5월 17일 650㎏ 소 집에 옴 ▷2007년 9월 12일 젖뗀 송아지 몰고 옴, 소죽 끓여서 먹임…. 소와 관련된 내용을 꼼꼼하게 기록해 두고 있다. 2대 김대원 씨는 개인택시를 하면서 싸움소를 키우고 있다. "아버지가 워낙 소를 좋아하셔서 5, 6살 때부터 아버지 따라 큰 소를 몰고 소싸움장에 따라다녔다"고 회상한다.

생활의 하나로 싸움소와 자연스럽게 동고동락을 하게 됐다는 것. 하지만 싸움소를 키우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걸출한 싸움소를 길러내기 위해 소를 100마리 정도 코를 뀄지만(키웠지만), 싸움소로 성공한 건 3, 4마리에 불과하다"고 실토한다. 요즘은 3대 창섭 씨가 싸움소에 흠뻑 빠져 있다. 청도공영사업공사 소속 상설 소싸움장의 조교사로 활동하면서 싸움소도 7마리나 기르고 있다. 당연한 대물림이다. 집 앞 공터에 K-1(5세)과 대승(3세), 신화(8세), 히트(7세) 등 싸움소들이 늠름한 모습으로 서 있다.

창섭 씨의 일과는 싸움소들을 한 마리씩 동네 뒷산 정상까지 오르내리는 훈련을 시키는 일부터 시작한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소를 사기 위해 안동, 예천, 영주 등 소 장터를 따라다녔고, 소싸움을 붙이기 위해 전국의 소싸움장을 들락거리며 잔뼈가 굵었지요."

현재 가장 성적이 좋은 놈은 '강쇠'다. "전국 대회에서 1등을 한 후 10일 만에 또다시 다른 대회에 출전해 2등을 할 정도로 근성이 있는 놈"이라고 애착을 보인다.

"싸움소 키우는 이유요? 승리했을 때 세상에서 최고인 것 같은 쾌감 때문이지요. 안 키워 본 사람은 그 묘미를 절대 알 수 없을 겁니다." 창섭 씨 일가의 싸움소 사랑은 계속 대물림될 것으로 예상된다.

■ 차정학 해설위원

# 구수한 입담 속사포…싸움소 심정 대변 폭소

"지금 여뿔때기(옆)로 씩 비키가면서, 이마빼기(이마)를 공격합니다. 그래 앞다리를 살짝 꾸리고, 올려치기! 정통으로 기술이 들어갔습니다. 이어서 뿔치기! 잘한다, 쳐라! 밀어라!"

소싸움장의 묘미는 박진감 넘치는 해설자의 구수한 입담이다. 청도상설소싸움대회장에는 전국 최고의 입담꾼이 있다. 20년째 해설을 하고 있는 차정학(63) 해설위원이 주인공이다. 차 해설위원의 특징은 정확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 걸죽한 사투리, 그리고 관중의 속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명쾌함이다.

1991년 청도에서 열린 영남투우대회에서 처음 마이크를 잡았다. 속사포 같은 말솜씨와 유머를 섞은 구수한 사투리가 소싸움장을 신명나게 만들어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특히 소싸움이 격렬하게 진행될 때 소의 심경을 대변해서 해설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소들이 머리를 맞부딪치면, "아이쿠! 내 대가리야" "아이고! 이제 고만 싸우고 싶다. 그래도 주인님이 열심히 응원하고 있는데 도망갈 수도 없고, 에~라 모르겠다. 이판사판이다." 이쯤 되면 심각하게 관전하던 관중이 모두 함박웃음을 터뜨린다. 차 위원은 "소싸움의 묘미는 각본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전문가라도 소가 싸움을 하기 전에는 절대로 승패를 점칠 수 없다는 것. "사람들이 저보고 어느 소가 이길 것인가 짚어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절반도 맞히지 못합니다. 허허허! 그게 소싸움의 묘미지요."

이홍섭기자 / 사진·이채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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