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진 셰프의 이탈리아 음식열전] 미식여행-(8)캄파니아주(州) 나폴리

입력 2011-11-10 14:49:00

이탈리아 남부의 중심에 위치한 '캄파니아'(Campania) 주는 나폴리, 카프리, 소렌토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명소들의 고장이다. 거장 피카소가 남긴 어록으로 유명한 '나폴리에 가보고 죽어라'(vedi napoli poi muori)라는 다소 역설적인 표현은, 얼마 전 미국 국립 지리학회에서 발행하는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에서 선정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top 50' 중 캄파니아 주의 아말피 해안(Costiera amalfitana)이 당당히 1위에 오른 것으로 한 번 더 강조됐다.

이처럼 신이 내린 아름다운 자연경관 못지않게 전 세계인들의 찬사를 받는 것이 이곳에 하나 더 있다. 바로 'Sapore di Sud' 즉, 꾸미지 않은 순수함이 돋보이는 '남부의 맛'이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미식의 도시'가 볼로냐(Bologna)라면 나폴리는 '미식가의 도시'라 형용할 수 있다. 한 끼 식사를 하더라도 대충 때우려 하지 않고 음식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진정한 미식가다.

이들은 천성적으로 먹는 것을 좋아하고 손수 만든 음식으로 서로의 정을 나누며, 계절에 따라 제철 별미로 밥상을 차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토마토 수확이 한창인 철에는 1년 내내 두고 먹을 파스타용 토마토소스를 만들고, 가지'버섯'피망 등의 각종 채소로 장아찌를 담그거나 제철 끝물인 과일로 잼을 만들어 저장한다. 멸치 철에는 육젓을 담아 구운 빵이나 피자 위에 올려 먹거나, 데친 콜리플라워에 넣고 버무려 나폴리 전통 샐러드를 만들고, 멸치젓 스파게티를 즐긴다. '꼴라뚜라'(colatura)라는 멸치액젓은 유네스코의 슬로 푸드(slow food)로도 지정돼 있을 만큼 건강식품이다.

나폴리 사람들은 그들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실로 대단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탈리아 음식의 대명사인 '파스타'와 '피자'의 원조가 바로 나폴리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셰프가 나폴리 출신이라고 하면 음식을 먹어 보기도 전에 신뢰를 가지곤 한다. 어떤 레스토랑은 아예 간판에 떡하니 '나폴리 출신 요리사 있음'이라는 글귀를 넣어 광고할 정도다. 전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피자, 특히 산 마르짜노(San marzano), 토마토와 모짜렐라, 바질로만 만드는 '마르게리따'(Margherita)는 단돈 4유로(우리돈 6천원 정도)의 가격으로 CNN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에 포함되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 아닌가. 그뿐 아니라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생감자 튀김을 올린 마르게리타, 도우를 도톰하게 구워 고기나 소시지로 속을 채우는 피자, 대가족이 많은 나폴리 사람들을 위한 1m 길이의 대형피자 등은 그들끼리만 아는 별미 중 별미이다.

필자의 유학시절, 현지인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다는 식당에 찾아간 적이 있었다. 몇 바퀴를 돌면서 찾아 헤매다 발견한 그곳의 첫인상은 허름하기 짝이 없었다. 주인처럼 보이는 나이 든 할아버지에게 메뉴판 좀 달라고 말했다가 "맛있는 거 먹으려면 내가 주는 대로 먹어야지"라며 혼쭐도 났다. 마치 우리나라 식당에서도 가끔 볼 수 있는 '욕쟁이 할머니'랄까. 신기하게 우리 일행을 쳐다보던 옆 테이블의 아주머니 한 분이 "여기는 그날의 신선한 재료에 따라 매일 다른 음식을 주인장 마음대로 내어준다"고 귀띔해줬다.

잠시 후 '오늘의 전채요리'라며 가지고 오는 음식의 접시 수만 해도 10개가 넘었다. 그야말로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한정식 한 상을 받은 기분이랄까. 홍합찜, 조개볶음, 카프레제, 오징어튀김, 낙지 매운조림 등 하나하나가 정말 맛있었다. 이어서 제공되는 메인요리까지 싹싹 긁고 있는 우리를 본 주인장 할아버지가 기분이 좋은지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다. '꼬레아'라고 말을 하기 무섭게 2002 한일월드컵에서 이탈리아가 얼마나 억울했는지에 대해 한참 열변을 토한다.

미식 여행을 위한 팁 2개. 나폴리에서 폼페이(Pompei)로 가는 길목에 이탈리아 전역에 소문이 자자한 치즈가게가 있는데 제대로 된 '버팔로 모짜렐라'(mozzarella bufala)를 맛볼 수 있다. 탱탱한 식감이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또 낭만의 섬 '카프리'(Capri)에 갈 계획이 있다면 선착장에 도착하면 바로 보이는 식료품가게로 달려가 '카프리식 샌드위치'(panino alla caprese)를 배낭 속에 넣어두자. 섬 정상에 올라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게 펼쳐진 초록빛 절경을 바라보며 한 입 베어 물면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행복감이 밀려올 것이다.빠빠베로 오너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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