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로 멀쩡한 가로수 70그루 절단 논란

입력 2011-11-10 10:36:25

"수성로 확장에 유턴'좌회전 차로 확보위해 불가피"

대구시가 9일 수성로(중동네거리~수성못오거리) 왕복 6차로 구간에 유턴
대구시가 9일 수성로(중동네거리~수성못오거리) 왕복 6차로 구간에 유턴'좌회전 차로 확보를 위해 4곳에 플라타너스 70그루를 제거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9일 오후 2시쯤 대구 수성구 수성로 상동네거리. 전기톱으로 나무를 베는 굉음이 사방에 울려 퍼졌다. 수성로에 길게 뻗어 있는 플라타너스 수십 그루가 전기톱에 잘려나가 밑동만 남아 있었다. 이곳은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라톤 코스에 포함됐던 '아름다운 가로수길'로 대회 당시 마라톤 경기가 TV로 생중계되면서 '뷰티풀 대구'를 전세계에 알린 곳이다.

대구시가 수성로(중동네거리~수성못오거리) 4곳에 유턴'좌회전 차로 확보를 위해 대형 플라타너스 70그루를 뽑자 시민들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다.

수성로를 자주 다니는 운전자들은 도시 경관보다 교통 불편 해소가 먼저라며 박수 치고 있지만 수성로 인근 일부 주민들과 다른 지역 시민들은 교통순환에 별 도움이 안 되는데 거리 명물인 아름드리 가로수를 베어 낼 필요가 있느냐는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시는 올해 490억원을 투입해 지난 7월 세계육상대회 마라톤코스로 지정된 수성로를 확장했다. 원래 20m였던 도로폭을 30m로 확장하면서 왼편에 2차로를 새로 만들었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중동네거리에서 수성못오거리까지 1.65㎞ 구간에 유턴과 좌회전 차로가 없는데다 가로수가 중앙분리대 역할을 하다 보니 먼 거리를 돌아가야 해 불만을 제기해왔다.

이 때문에 시는 수성로에 있는 교차로 4곳(중동네거리, 상동시장네거리, 상동네거리, 수성못오거리) 주변 가로수 70그루를 뽑아 유턴'좌회전 차로를 확보하기로 한 것이다.

대구시건설관리본부 관계자는 "당초 계획은 육상대회가 끝나면 교통편의를 위해 수성로에 있는 가로수를 모두 뽑고 왕복 6차로 도로로 만드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가로수를 보존하자는 시민 의견을 감안해 고민 끝에 절충안을 찾아 유턴 구간의 가로수 일부만 철거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당수 시민들은 시의 근시안적인 행정으로 아름다운 가로수길이 사라진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상동네거리 근처에서 고물상을 운영하는 손영태(62) 씨는 "가로수를 제거한 뒤 2차로에서 유턴을 하면 차로가 좁아 사고만 늘어난다. 오히려 가로수 제거로 주변 경관을 망치고 있다"고 푸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육상대회 때 TV 화면에 잡힌 이곳을 보며 대구가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대회가 끝나자마자 일부이지만 가로수를 제거하는 것을 보면 대구시의 정책이 너무 근시안적이다"고 꼬집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