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로 촉발된 여권 내 혼란이 심화되고 있다. 쇄신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내년 총선'대선을 겨냥한 주도권 다툼이 밑바닥에 깔려 있는 만큼 파장은 확산될 전망이다.
9일 오후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당내 계파 간 대치전선이 또다시 확인됐다. 신주류인 친박계와 쇄신파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몽준 전 대표'김문수 경기지사를 중심으로 한 친이계 구주류가 맞서는 양상이다. 여기에다 사안별로 크로스 연대의 조짐도 있다. 전체적으로는 신주류는 정책기조 변화에, 구주류는 물갈이에 무게를 두고 있다.
4시간 가까이 이어진 의총 초반에는 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던 쇄신파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윤상현 의원은 "대통령이 공개사과하라고 연판장을 돌리고 이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는데 그런다고 대통령이 사과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정선 의원은 "진정한 쇄신은 자기반성에서 출발하는 것인데 자기반성이 없었다"고 꼬집었고, 나성린 의원은 "상당수 의원들은 이명박 바람에 당선돼 놓고 지금 와서 공약을 사과하라는 것은 잘못"이라고 공격했다.
정책위 부의장인 김성식'정태근 의원과 여의도연구소장인 정두언 의원 등 쇄신파는 이에 대해 "전달 방법이 미숙했다"며 해명하는 한편 당직 줄사퇴라는 카드를 꺼내들어 배수의 진을 쳤다. 진정성을 보여주는 한편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기득권 포기를 요구했다는 해석이다.
의총에서는 또 쇄신보다 현 정국 최대 현안인 한'미 FTA 처리가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무성 의원은 "한나라당이 욕먹고 있는 이유는 해야 할 일을 제때 하지 않아서"라고 했고, 고흥길 의원은 "쇄신은 한'미 FTA 끝나고 이야기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는 여의도연구소의 '고령 의원 불출마' 문건에 대한 중진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문건의 고의 유출 의혹을 제기하며 "연령'지역'선수가 공천 기준이 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며, 수도권과 영남의 공천 기준이 달라야 할 이유가 없다. 여의도 연구소가 공천 기준을 마련하는 곳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4선의 이해봉 의원은 "영남 의원들이 한나라당 지지도만 업고 공짜로 당선됐느냐. 피눈물 나는 노력이 있었다"고 주장했고, 이경재 의원은 "나경원 후보가 나이가 많아서 졌느냐"고 따졌다.
한편 홍준표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재보선은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니다' 등 최근 자신의 발언이 물의를 빚은 데 대해 "국민에게 오만으로 비쳤다면 정말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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