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에서 제9회 국제오페라축제가 성황리에 폐막됐다. 그동안 언론에서도 앞다투어 행사 소식을 알리고 홍보했다. 오페라 줄거리와 출연자를 소개하고, 행사 결산을 실었지만 칭찬 일색의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국제 행사라는 이름에 걸맞게 회를 거듭할수록 장족의 발전을 거두었는지, 올해에 특별히 이슈가 될 만한 것이 있었는지,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새로운 레퍼토리와 연주 실력은 탁월했는지, 창작극의 의미와 역할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냉정한 비판의 글은 어디에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마디로 비평 부재다. 이는 대구 음악계의 현실을 잘 방증하는 것이리라.
여기서 국제오페라축제를 중심으로 순수 예술을 지향하는 클래식 음악계를 잠시 비판적인 시각으로 언급해 보자. 대구에는 누가 들어도 오페라만 공연할 것 같은 오페라하우스라는 특화된 오페라 전문 공연장이 있다. 하지만 축제 때만 집중적으로 공연되고 연중 내내 오페라 공연은 실행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의 경우처럼 문화를 즐기려는 오페라 마니아들이 언제든 즐길 수 있도록 활성화 방안을 검토해 보면 좋을 것이다. 그래야 진정한 순수 예술에 대한 저변 확대와 문화 발전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매년 개최되는 국제오페라축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구를 대표할 만한 실력 있는 오케스트라와 연주자의 발굴이 절실하다. 훌륭한 오케스트라의 전제 조건으로는 섬세함과 개인 기량이 절실히 요구되는 실내악 연주 활동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또 학연, 지연 등 외적 요소에 치중해 인적 구성을 할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실력 있는 연주자들이 무대에 설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와 함께 외형적으로만 행사를 키우기보다 내실 있는 작품과 연주자를 발굴 육성해 내는 데 더 많은 예산을 할애해야 할 것이다.
음악은 시간적인 문화 활동이다. 그래서 연주 순간을 영원히 남기기 위해 녹음을 하게 된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연주자의 실황음악을 많은 돈을 들여 만드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대구 음악계는 녹음 장치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요즘처럼 온라인으로 세계가 소통하는 시대에 대구에서 열린 수준 높은 많은 음악 활동이 인터넷을 통해 거듭 평가받고 보급되어야 한다.
요즘같이 대중적 취향이 단순한 재미와 흥미 위주의 쏠림 현상으로 두드러지면서 순수 음악이 홀대받는 시대도 드물다. 그래서인지 순수 예술 음악의 고유성을 상실하고 경박해지고 대중적으로 변해야 성공하는 것처럼 인식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순수 예술, 이른바 고전이라 불리는 문화는 그만의 독특한 성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기획은 지양해야 한다. 대구 문화계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단체에서 순수 클래식 음악을 대중화시키기에만 급급한 현실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그보다 좀 더 아카데믹한 연주를 기획하고 뉴미디어 시대에 걸맞은 실력을 키우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음악대학의 구조적 문제점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음악의 특성상 기초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요즘에는 속성으로 진학하다 보니 무늬만 음대생인 경우도 없지 않은 게 현실이다. 실력 있는 연주자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음대에도 예과를 두는 대학 편제를 바꿔보면 어떨까. 그와 더불어 대학에서도 외부 교수 평가단으로부터 냉정한 평가를 받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대구 문화를 발전시키려면 대구 문화단체도 아이디어와 감각, 실력과 카리스마를 갖춘 리더가 절실히 필요하다.
지금까지 주제넘게 대구 음악계를 중심으로 대구 문화를 비평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어느 분야든 비평 없는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대구 문화계는 비평가가 설 자리가 너무 없다. 지면도 없고 그에 대한 처우도 해 주지 않으니 비평 부재일 수밖에 없고 대구 문화 발전도 기대치에 못 미친다. 자업자득이다.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대구에 비평의 문화가 없다는 건 무얼 말하는 걸까. 대구에는 밤 문화만 번창한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따가운 비평도 겸허히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으로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이철순/해조음 대표·매일신문 시민기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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