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 11월 7일 오전 9시 35분, 프랑스 파리의 독일대사관에서 총성이 여러 발 울렸다. 17세의 독일계 유대인 헤르셸 그린슈판(1921~1945?)이 3등 서기관 에른스트 폼 라트를 사살한 것이다. 그는 라트를 보자마자 "더러운 독일놈아"라며 권총을 난사했다. 프랑스 경찰에 순순히 붙잡힌 뒤 "독일의 유대인 박해에 항의하기 위한 짓"이라 진술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이틀 후인 1938년 오늘부터 다음날 밤까지 독일 전역에서 유례없는 끔찍한 보복행위가 자행됐다. 나치대원과 추종자들이 공권력의 비호 아래 유대인 상점과 교회당, 주택에 불을 질렀다. 유대인 100여 명이 죽고 2만 명이 체포됐다. 이날 밤 유대인 상점의 깨진 유리 파편이 반짝거리며 거리를 가득 메웠다고 해 '수정의 밤' 사건이라고 불린다.
유대인을 말살하려던 나치 정권은 외교관 암살을 빌미로 조직적인 테러를 가한 것이다. 이 사건은 나치가 유대인, 집시, 장애인 600만 명을 학살하는 시발점이 됐다. 가족의 고통에 총을 난사한 순진무구한 암살범은 프랑스 감옥에 있다 독일에 넘겨져 집단수용소에서 죽었다. 개인의 충동적 테러는 이용만 당할 뿐 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수는 없다.
박병선/동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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